전쟁까지 선포했던 기생충 박멸 ... “구충제 꼭 먹어야 하나요?”
전쟁까지 선포했던 기생충 박멸 ... “구충제 꼭 먹어야 하나요?”
  • 박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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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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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에 기생충까지 기승을 부렸던 1970년대 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구충제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한국건강관리협회]
영양실조에 기생충까지 기승을 부렸던 1970년대 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구충제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한국건강관리협회]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구충제는 한때 우리 국민들이 주기적으로 복용했던 필수의약품 중 하나였다. 과거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 위생 문제로 인하여 기생충 감염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1960년과 1970년대 당시, 우리 국민들의 위생문제는 정부가 기생충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극히 일부 이기는 하지만, 1963년 10월 기생충 감염으로 복통을 호소하다 사망하는 아이도 있었다. 놀랍게도 수술을 통해 이 아이의 배 속에서 발견된 회충의 수는 무려 1000마리가 넘었다. 특히 소장은 대부분 회충으로 가득차 있었다. 오랜기간 기생충에 감염돼 장이 괴사된 이 아이는 대량의 기생충 제거 수술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을 거두었다.

이 사건은 당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기생충 감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오늘날의 상황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위생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면서 구충제를 해마다 챙겨먹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구충제는 여전히 멀리할 수 없는 의약품이다. 자신도 모르게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어서다. 회충, 편충, 간흡충, 요꼬가와흡충, 참굴큰입흡충 등 다양한 종류의 기생충은 반려동물이나 식습관, 해외여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염된다.

실제로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2021년도 기생충검사를 한 수검자 11만 4128명 중 0.9%에서 양성률(유소견)을 보였다. 검사자 100명 당 1명꼴이다.   

기생충 감염은 생활환경에 따라 일어날 수 있다.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동물의 소변, 대변, 침 등으로 인해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구충제를 제대로 투여하지 않았거나,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이라면 인체에도 감염될 수 있다. 고양이와 개에게 주로 감염되는 톡소플라스마증이나 회충과 같은 기생충이 대표적이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채소를 제대로 씻지 않고 생으로 섭취하거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토양 매개성 기생충이 많은 해외를 여행할 때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은 “신선도가 떨어진 생선회나 생간, 해산물 등을 섭취하면 기생충 감염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며 “특히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지역에서는 간흡충(간디스토마)이나 장흡충, 참굴큰입흡충과 같은 장내기생충 감염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2021년 유행지역 주민 장내기생충 감염조사에 따르면 2021년의 감염률이 5.2%를 차지했다. 이는 100명당 1명꼴로 검출된 건강관리협회의 2021년도 수검자 양성률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이다. 유행지역 주민의 장내 기생충 종류는 간흡충이 3.3%를 차지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기생충검사요원이 요충 감염유무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기생충검사요원이 기생충의 일종인 요충 감염유무를 살펴보고 있다.

만약 아이가 항문 주변이 가렵다고 한다면 요충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요충의 경우 주로 야간에 항문 주변으로 알을 낳기 때문에 밤에 항문 주위에서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위생관리가 아직 미숙한 미취학 아동의 경우 감염률이 높다. 요충은 전염성이 강해 가족 모두가 구충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충제는 몸속에 있는 기생충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하여 사멸시키는 약물이다. 특별히 정해진 복용 시기는 없지만, 기생충의 산란과 활동이 활발한 요즘과 같은 봄철, 그리고 회와 같은 날 음식, 과일, 야채 등의 섭취가 많은 가을에 복용을 권장한다.

요즘 흔하게 복용하는 구충제는 아벤다졸 성분의 알약이다. 연 2회, 6개월에 한번씩 복용하는데, 한번 복용할때 용량은 2알이다. 1알을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한알을 복용하면 된다. 

구충제는 몸속에 있는 기생충을 사멸하는 것이므로, 미리 먹거나 많은 양을 복용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용법·용량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는 거의 모든 약이 마찬가지다.  

참고로 최근 식약처가 국가필수의약품 중 4분의 1에 달하는 125개 품목을 필수의약품 목록에서 퇴출시킬지 검토하고 있어 보건의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구충제인 아벤다졸도 포함돼 있다. 한때는 없어서는 안될 국가필수의약품이 퇴출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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