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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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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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정부는 과학적 근거 없는 의대증원 정책을 즉시 중단하기 바랍니다.

- 강압적 의료정책은 ‘의료농단’, ‘의대입시농단’이라 불리울 것

- 의정 협의체 구성과 후속 논의 필요

- 2025학년도 의대정원은 모집요강 확정까지의 촉박한 일정 고려하면 동결되어야

- 필수의료, 지역의료 대책 시급

- 전체 의사 숫자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지역의료 종사 의사 부족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즉각적인 자발적 리콜(시정조치) 필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하고, 이에 반대하는 전공의, 학생들이 진료, 교육 현장을 떠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의 진료 차질과 의대 교육의 중단은 필수의료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께서는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대학총장과 정부는 2천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상세히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 의대 증원을 고수하였던 바, 각 대학 총장의 의대 정원 자율 결정 허용은 2천명 의대 증원이 정부와 총장들의 임기응변으로 급조된 비과학적, 비합리적 정책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강압적 의료정책은 결국 ‘의료농단’, ‘의대입시농단’이라 불리워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의료개혁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에 그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의료개혁 정책에는 적정 의사 숫자, 의대정원 책정과 함께 필수의료, 지역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수립까지 포함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먼저 우리 나라에서의 적정 의사 숫자는 충분한 과학적 예측모델에 입각하여 분석되고,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 기존 분석결과를 보더라도 의대 정원 증원을 주장하는 연구가 있는 반면, 동결 또는 감원을 제안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주장하는 즉각적인 2천명 증원의 필요성은 어떠한 연구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작년 11월에 시행된 의대정원 확대 관련 전국 40개 의대 수요조사 결과는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각 대학 총장의 비현실적 증원 희망일 뿐이었습니다. 대학 총장들의 희망사항만으로 국가적 중대 사안인 의대정원이 결정되어도 좋겠습니까? 전 국민의 건강과 의료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의료인력 배출규모, 즉 의대정원 숫자를 각 대학교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도 되겠습니까? 이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입니다.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만 자율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조삼모사식 흥정은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고, 지금도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의 사명감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필수의료의 꿈을 키우던 전공의와 의대생의 헌법적 기본권까지 제한하며 그들을 압박한 것을 넘어,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을 앞둔 대입 수험생의 앞날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모든 과들은 필수의료임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대학병원의 피부과, 성형외과조차도 희귀 질환, 중증 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는 필수의료 영역이고, 전공의들과 전임의, 교수들이 그 대학병원의 버팀목으로서 한국 필수의료를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과학적 근거 없는 비합리적 의대증원 정책과, “의료농단, 의대입시 농단”이 불러온 나비효과로 인해 오히려 한국 필수의료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2024년은 어쩌면 한국 필수의료 몰락의 해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 지난 21일 발표한 대정부 호소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두 가지를 제안하였습니다.

(1) 2025학년도 입학정원 동결: 전공의와 학생들의 복귀, 2025학년도 입학 전형 일정을 고려하여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동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의료계와의 협의체 구성 및 후속논의: 2026학년도 이후 입학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여 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의대 입학정원은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과학적 산출 하에 결정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대학 총장들이 합작한 일방적 2천명 증원 정책은 과학적, 합리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2025학년도 입학 모집요강 확정 마감 시한이 곧 도래합니다. 따라서 촉박한 일정상 모집 요강 확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당연히 동결되어야 합니다. 의정협의체를 구성하여,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논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필수의료 정책과 지역 의료 정책도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 의료정책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아픈 기억이지만 2018년에 폐교된 서남의대 사례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서남의대는 의학교육평가원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교되었고, 이후 인근 원광의대, 전북의대가 서남의대 정원(49명)을 수용해 정원이 늘었는데, 교원 및 강의실 확보 문제로 학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의대 정원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부실한 의대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면 세심하게 의대 교육시설과 의대 기초의학 교수진을 확보한 후에 추진해야 하며, 의학 교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한 후 추진해야 합니다. 구체적 대책 없는 무리한 의대증원은 제2의 서남의대 사태를 초래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미래에 의사 공급이 과잉될 경우 의료비가 증가하고 결국 국민건강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경청하십시오. 우리 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터라 전체 진료비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5년 7조2000억원, 2028년 8조4000억원, 2030년 13조5000억원 등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의사 부족 현상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나라의 의사 숫자가 부족할까요? 우리 나라는 전체 의사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진료과,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필수의료 과목에 해당하는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 전문의 중 38.7%는 본인 전공과목을 진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래 필수의료를 맡게 될 전공의 충원률도 급감하고 있어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은 날로 악화되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00여 건에 달하는 데 이는 전체 전문직 대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혐의 기소 건수 중 약 70%를 점하는 수치이며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습니다. 정부는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부는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고 전공의들에게 진정성 담긴 유감 표명을 해주기 바랍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을 전면 폐지하여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노동 금지 조항을 준수하기 바랍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건강보험 비상진료 지원대책 연장 등을 의결했습니다. 전공의 병원이탈로 인한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비상진료체계 유지비로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고, 총 3764억원의 건강보험료 투입이 결정되었습니다. 현장 의료인력 보상과 대체인력 투입비로 활용한 1285억원의 예비비 투입까지 합치면 정부는 2개월간 약 5천억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비용을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사용한 것입니다. 진즉 국민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에 투입했더라면 사회적 대혼란을 피하면서 국민건강 수호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의료이용을 측정하는 OECD 대표 통계로 연간 의사 상담 횟수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상담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반면에 보건 지출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8.4%로 OECD 평균은 9.7%보다 여전히 낮은 상황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의료이용이 많고 보건재정 지출이 적은 구조인 셈입니다. 입원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수련병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데, 지금까지는 과도한 의료이용에 대해 수련생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를 값싸게 채용하여 유지 가능한 구조였던 것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전공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OECD 기준으로 의사 수가 가장 많다는 독일과 비교해서도 비슷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배출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어떻게 우리 사회가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라 할 것입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의 현명한 대승적 결단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의대증원 정책을 즉시 중지하고, 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를 요청합니다. 이후 일체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오직 국민을 바라보며 의대정원, 필수의료, 지역의료 정책 수립과 의료개혁에 진정한 자세로 임하기를 바랍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기 전에 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즉각적인 자발적 리콜(시정조치)을 부탁드립니다.

2024년 4월 22일

성균관의대 기초의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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