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용 피임약 개발 본 궤도 ...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 걸릴 것”
남성용 피임약 개발 본 궤도 ...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 걸릴 것”
테스토스테론 제제, 부작용으로 연구 개발 중단

남성 호르몬 영향 없고 정자 생성 억제 약물 개발 관건

‘네스토론’ ‘DMAU’·‘11b-MNTDC’ ‘YCT529’ 등 3개 약물 주목

업계 전문가 설왕설래 “상용화까지 5년 또는 10년 걸릴 것”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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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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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여성의 임신중절권에 대한 상반된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임신 중절의 비범죄화가 이루어진 반면, 우리나라의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격인 미국 연방법원은 올해 6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공식 폐기해 약 50년만에 임신중절권의 효력이 사라졌다.

경위야 어찌 됐든 이제 피임은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책임의 한 주체인 남성용 피임약 개발에도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용 피임약이 상용화되기까지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도 현재 진행되는 여러 시험들이 긍정적일 경우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60년 ‘더 필’(The Pill)이라는 여성용 경구용 피임약을 최초 허가하면서 알약으로 인간의 재생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더 필’은 생리와 임신에 관여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포함한 경구제로,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조절하여 뇌하수체에서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의 분비를 낮추고, 난포의 성장과 배란을 억제한다.

여성용 피임약의 성공적 출시에 고무된 수많은 과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남성용 피임약 개발에도 착수했다. 약물 개발은 여성용 피임약과 유사하게 테스토스테론 복합 제제 투여를 통해 호르몬을 조절하고 정자 생산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으로 연구되었다.

대표적 사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임상시험이었다. WHO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테스토스테론 제제의 남성에 대한 피임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개시했다. 시험 결과, 고용량의 테스토스테론 제제는 정자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했지만, 체중 증가, 여드름, 과민 반응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결국 연구는 중단됐다.

다만, 위의 부작용은 여성용 피임약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이상반응인데다, 남성용 피임약은 여성용과 달리, 혈전 생성 및 고혈압의 위험성이 관찰되지 않았던터라, 연구 중단 근거가 다소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비판속에 고용량 테스토스테론 제제의 피임 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실시된 연구에서 고용량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투여 받은 남성에게서 심각한 여드름, 우울증, 통증과 같은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보고되자 또 다시 연구가 중단됐다.

이와 관련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브래디 비뇨기과 연구소(Brady Urological Institute at Johns Hopkins) 소속 아민 헤라티(Amin Herati) 박사는 “여성은 주기적인 월경을 통해 다소 유연한 호르몬 조절이 가능한 반면, 남성들은 매일 높은 농도의 정자를 생산하므로 호르몬 조절은 더욱 까다롭다”며 “테스토스테론 수용체가 인위적인 개입을 받을 경우, 전반적인 신체 균형이 무너지고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남성 호르몬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정자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남성용 피임약에 대한 2건의 임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비호르몬 피임약 후보물질이 전임상 시험에서 99%의 피임 효과가 확인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3개 남성용 피임약 주목 받고 있어

지금까지 연구 개발 중인 남성용 피임약 후보물질 중 주목을 받고 있는 약물은 ▲‘네스토론’(Nestorone, 성분명: 세게스테론 아세테이트·segesterone acetate) ▲‘DMAU’ 및 ‘11b-MNTDC’ ▲‘YCT529’ 등 3개로 압축된다.

‘네스토론’은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 수치를 억제하여 정자 생산을 억제하고 정자 수를 피임 수준 미만으로 감소시키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성욕과 성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젤의 사용을 중단한 약 4개월 후 정자 수치는 정상적으로 복원된다. 미국, 브라질 및 기타 남미 국가에서는 자궁내막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하루에 한 번씩 어깨와 팔뚝에 바르는 ‘네스토론’ 젤 형태의 피임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시험은 약 420쌍의 연인을 대상으로 남성에게 매일 ‘네스토론’ 젤을 도포하도록 한 후 ‘네스토론’의 내약성, 이상반응, 정자 수치를 측정하는 연구다.

‘DMAU’ 및 ‘11b-MNTDC’은 안드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효과를 발휘하는 전구약물로, 기존의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새롭게 개발된 제형이다. 지난 6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2)에서 발표된 임상 1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시험에 참여한 97명의 건강한 남성 중 75%는 허용될 수 있는 경미한 이상반응이 관측되어 양호한 내약성을 입증했다. 

‘YCT529’는 남성 호르몬을 표적으로 하는 기존 약물 후보들과 달리 비호르몬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의 군다 게오르그(Gunda Georg)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것이다. 이 피임약은 남성 체내 비타민 A 유도체이자 정자 생성에 주된 역할을 하는 레티노익산 수용체 알파(RAR-α) 단백질을 차단하는 기전을 가졌다. 특히, 비호르몬성 제제이므로, 인체에 악영향이 없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전임상 시험에서 따르면, 4주간 경구 투여한 생쥐는 피임 효과가 99%에 달했다. 피임약 투약을 중단하면 4~6주 후 다시 성 기능이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YCT529’의 부작용은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생쥐와 사람은 달라 ... 상용화까지 오랜 기간 걸릴 것”

다만, 남성용 피임약의 상용화 시기는 먼 미래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성 피임에 대한 전통적인 선입관 때문에 연구 개발 지원 및 관심이 부족하여 신속한 출시는 어렵다는 것이다. 

‘네스토론’ 임상 2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네스토론’의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약 5년 이후 시판될 수 있다”고 점쳤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시험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시판에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호르몬 제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YCT529’에 대해서도 유사한 의견이 나온다. 스탠퍼드 대학 메디컬 라인 비뇨기과(Urology at Stanford University Medical Line) 마이클 아이젠버그(Michael Eisenberg) 교수는 ”‘YCT529’가 시장에 등장하기까지는 약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생쥐에게 효과가 있었던 약물이 모든 사람에게도 동일한 작용기전을 보였다면, 지금쯤 암 완치제가 상용화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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