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이냐 바이오냐 … 선택의 기로 선 제약업계
케미컬이냐 바이오냐 … 선택의 기로 선 제약업계
[기사 내용 요약]

글로벌 매출 상위 100대 제품, 바이오의약품 비중 절반 넘어서

신약 개발 성공률, 케미컬의약품 낮아지고 바이오의약품 높아져

케미컬 제네릭 시장 위축 조짐 …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폭풍 성장

바이오의약품은 대표적 장치산업 … 높은 진입장벽이 과제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10.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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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의약품 시장의 판도가 케미컬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품목 중 상당수가 바이오 의약품으로 채워졌을 정도로 판세 변화가 빠르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케미컬의약품 개발은 과거와 비교하면 더뎌지는 추세다. 특허가 끝난 케미컬 의약품이 줄어들어 제네릭 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

국내 제약 시장은 아직 케미컬의약품이 강세다. 그러나, 세계적 제약산업의 환경 변화는 앞으로 수년 안에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케미컬의약품에 집중해온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사업을 고수할지, 아니면 바이오 의약품이라는 신사업에 뛰어들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리고 결정의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6월 말 발간한 ‘바이오의약품 산업 동향과 한국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 상위 100대 제품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비중은 2012년 39%에서 2019년 53%로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영향력이 케미컬의약품을 넘어선 것인데, 오는 2026년에는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를 이용하거나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으로 최근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케미컬의약품보다 독성이 낮아 부작용이 적고, 표적 장기에 직접적 효능을 발휘해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케미컬 신약은 이제 성공 빈도가 낮아져서 R&D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생물공학 기술 발전 등으로 성공확률이 더욱 높아져 세계 보건시장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를 통해서도 최근 시장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품목을 살펴보면, 애브비의 TNF-α 억제제 ‘휴미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오노약품공업과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 바이엘과 리제네론의 안질환치료제 ‘아일리아’, 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 화이자의 TNF-α 억제제 ‘엔브렐’, 화이자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 등 절반 이상이 바이오의약품이다. 

업계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바이오 신약 개발 난이도가 과거보다 낮아진 데다 개발에 성공하면 적응증 확장도 수월해서 외연을 넓히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슐린, 백신, 성장호르몬 등 1세대 바이오의약품과 항체의약품이 주축인 2세대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줄줄이 이어져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가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케미컬의약품은 신약 개발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허 만료 의약품까지 줄어드는 추세여서 글로벌 시장 자체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특허 심판 건수 자체가 줄어든 것은 물론,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 대신 국산 개량신약이나 일반의약품을 겨냥해 특허 도전에 나서는 제약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 대리 경험이 많은 A 변리사는 “물질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제품이 많이 줄었다. 이 때문에 심판 청구 건수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수년 뒤 특허가 만료되는 품목들이 있기는 한데 과거와 비교하면 절대 수 자체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감소했다”며 “요즘은 제약사들로부터 개발할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이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A 변리사는 “제약사들도 바이오의약품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술이나 자금 규모 등 제반 사정이 받쳐주지 않아 쉽게 사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의약품, 대표적 장치산업 … 임상시험도 필수

필요 자금 만만치 않아 … 중소제약사는 ‘그림의 떡’

바이오의약품은 대표적인 장치산업 분야 중 하나다.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생산하려면 높은 수준의 생산설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 생산설비 구축 비용이 케미컬의약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제약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데는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의약품은 3000만 달러(한화 357억1500만 원), 동물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의약품은 2억 달러(한화 2381억 원)의 비용이 든다.

최근 각광을 받는 항체치료제와 세포치료제 등은 모두 동물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의약품이다. 따라서, 이러한 바이오약품을 생산하려면 2000억 원 이상을 공장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케미컬의약품 공장보다 인증 절차도 더 까다롭다. 생산과정에서 생물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제품의 균일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제품의 변질이나 오염 가능성이 커서다. 대규모 자금을 들여 공장을 지어도 이를 인증받고 유지하려면 양질의 인력과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바이오의약품은 임상시험 진행이 필수다. 오리지널과 유사한 바이오시밀러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제품과 혈중 약물 농도 등을 비교하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만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케미컬 제네릭과는 진입 장벽 자체가 다르다. 이 때문에 개발 비용도 케미컬의약품보다 10배 이상 많이 든다.

국내 제약사들이 쉽사리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전문 기업과 한미약품 등 일부 상위 제약사만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자금 여유가 있는 상위 제약사들과 중견 제약사들은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 기술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도, 인력도, 경험도 부족한 중소제약사들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그저 ‘그림의 떡’이다.

일부 중소제약사는 바이오벤처를 지향해 사업 방향을 선회하거나, 자금을 짜내 중견 제약사들처럼 기술수출을 목표로 신약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중소제약사가 현재 상황에 안주하거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옛날 약’만 판매하는 단순 ‘약장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에 드는 1~2억 원에도 민감한 제약사들이 많게는 공장 건설에만 수천억 원, 임상시험에 수백억 원이 필요한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달려들기란 쉽지 않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하면 아직 성공적인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상용화 사례가 드물다. 사업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만큼 (바이오의약품 사업 진출에) 더욱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제약사의 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다”며 “케미컬의약품, 특히 제네릭은 갈수록 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아스피린 같은 ‘올드드럭’ 판매사로 남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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