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1원 낙찰’ 관련 재판에서 한국제약협회가 패소한 이유는 재판부가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판단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달 29일, 한국제약협회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과징금 및 시정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의약품 입찰에서 35개 도매상이 84개 품목의 가격을 ‘1원’으로 적어내자, 제약협회가 당시 회원 제약사들에게 의약품 공급을 거부토록 하면서 비롯됐다.
이 사건을 두고 공정위는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제한한 것’이라며 지난 2월 한국제약협회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고, 제약협회는 ‘1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행위가 유통시장을 왜곡시킨다며 공정위를 대상으로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시장논리’에 무게를 실었다.
우선, 재판부는 ‘1원 낙찰’ 사건을 “도매업체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사업자 단체가 어떤 명목에서든 구성사업자들의 가격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형 제약사 등이 부당한 공동행동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이로 인해 1원 입찰 등 저가 입찰뿐 아니라 저가판매까지 위축돼 소비자 및 보험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거래법이 지향하는 경쟁질서를 침해하는 것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약사법에서 금지하는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행위’,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 등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행위’,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되며 의료기관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가 조장된다는 제약협회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실거래가제도상 요양기관이 보험자,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실제 구입한 가격을 넘지 못해 요양기관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며, 일부 국·공립병원 입찰에서 1원 입찰이 있다고 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경쟁사업체를 배제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약가인하를 통해 소비자인 환자들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고, 중소 제약회사들의 시장진입을 통해 경쟁이 촉진되며, 건보공단도 요양기관에 대한 상환액 감소로 보험재정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설령 1원 입찰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더라도 원고는 관계 당국에 이를 신고함으로써 적법절차에 따라 시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이번 재판과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쪽에서만 판결이 된 것 같다. 약사법에는 ‘의약품 유통 질서’라는 명문 조항이 있는데, 법률간에 불완전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금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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