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왜 OCI그룹과 통합을 선택했을까
한미약품은 왜 OCI그룹과 통합을 선택했을까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풍부한 유동성은 필수

대기업 자금력+제약기업 R&D 결합 시너지 기대
  • 이시우
  • admin@hkn24.com
  • 승인 2024.03.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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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및 OCI 본사 전경
한미약품 및 OCI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500억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구성하고 가진 투자설명회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반도체 산업에 이은 차기 국가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으로 조선 36%, 반도체 18%, 자동차 7.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28조 9000억 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1.6%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제약 R&D 투자금액은 꾸준히 증가해 2026년에는 2540억 달러(한화 약 33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그만큼 R&D 투자금액 확보가 필요한 셈이다.

[코스피 제약∙바이오사 연구개발비 현황(연결기준, 정부보조금 포함, 단위: 억 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사 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순위

제약바이오사

2023년 당기누적(9개월)

1

셀트리온

2,335

2

삼성바이오로직스

2,224

3

대웅제약

1,729

4

GC녹십자

1,488

5

한미약품

1,363

6

유한양행

1,354

7

종근당

1,026

8

SK바이오팜

987

9

일동제약

849

10

동아에스티

821

 

국내 R&D 투자 현실 … 전통제약사는 ‘의지’, 바이오기업은 ‘자금력’

실제로 국내 주요 전통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꾸준히 R&D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각 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연 매출액의 10% 내외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력에 한계가 있어 더 공격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 것이 한국 제약기업의 현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통 제약사 기준 국내 1위 기업인 유한양행은 2021년 1783억 원이던 연구개발비를 2022년에는 1800억 원까지 늘렸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354억 원을 투입했다. 녹십자와 종근당도 2021년 각각 1723억 원, 1635  투입했고, 2022년에는 2136억 원, 1814억 원으로 전년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각각 1488억 원, 1026억 원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신약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은 얼마를 투자했을까. 2021년 R&D 비용으로 1615억원을 투입한 이후 2022년에는 1780억원, 지난해는 3분기까지 1363억 원을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20%씩 R&D에 투자하던 과거의 기조가 최근 들어 13%대까지 줄어들기도 했지만, ‘R&D는 한미의 핵심 가치’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신약 연구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 LG, 롯데 등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계열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적극적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919억 원을 연구개발 비용(이하 각 사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2682 투입했고, 2023년에는 3분기까지 2224억 원을 쏟아 부었다.

LG화학의 바이오 사업 분야인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21년 2000억 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사용했으나, 2022년에는 2760억 원, 지난해에는 3750억원을 투자하는 등 매년 그 규모를 늘리고 있다.

바이오 벤처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의 연구개발비는 업계 최고다. 셀트리온은 2021년 4304억 원을 투자하고, 2022년에는 4123억 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작년 3분기까지 매출액 1조 8000억 중 연구개발비는 2335억 원을 써 매출액 대비 비중은 13%였다.

이 같은 투자로 바이오대기업들은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연구 개발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고부가가치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연말 총 3억 500만 달러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올해 신장암 치료제 병용요법 임상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또한 자체 개발에 성공해 미국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획득한 ‘짐펜트라’를 성공적으로 유럽 시장에 안착시켰고,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며 성장세를 높이고 있다.

롯데의 경우,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BMS의 미국 시라큐스 공장 인수를 시작으로 인천 송도에 대규모 CDMO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바이오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첨단소재, 화학, 에너지, 정보기술(IT) 등 모든 산업과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대기업의 공격적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CI-한미 통합 모델, 부진한 제약사 R&D 투자에 선례 기대

한미약품 전경
한미약품 전경

신약 개발에는 오랜 기간 동안 보통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 신약 개발에서 풍부한 노하우와 인력을 갖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통합은 기존의 R&D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에 제약업계를 뒤흔든 글로벌 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 전문기업 OCI그룹과 신약개발 전문 R&D 중심기업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경영 발표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이유다.

한미약품그룹은 현재 박사 84명, 석사 312명을 포함해 600여 명의 R&D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전체 임직원 중 20%대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이들 연구 인력들은 국내 5개 R&D 부서인 서울 본사 임상개발 파트는 물론, 팔탄 제제연구소와 동탄 R&D센터, 평택 바이오제조개발팀, 시흥 한미정밀화학 R&D센터 등에 포진해 의약품 제제연구와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1조 705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는 OCI와의 통합으로 최근 몇 년간 다소 주춤했던 R&D 투자를 더욱 공격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고, OCI홀딩스는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를 넘어 막강한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OCI그룹의 자회사인 부광약품과 한미약품의 시너지는 양사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해외 진출 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4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빅파마 기업들은 매출액의 20% 수준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최근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3%대로 줄긴 했지만 OCI와의 통합은 R&D 투자 기조를 대폭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래 관련 기사 참조]

한미그룹을 이끌고 있는 송영숙 회장도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탑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며,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 회장은 특히 “오직 ‘R&D’를 외치며 평생을 산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라며,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OCI그룹과의 통합은 쉽게 내린 것이 아니며,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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