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짜리 약 누가 쓸까 ... 유전자 편집 치료, 비용·안전성 해결 과제
45억짜리 약 누가 쓸까 ... 유전자 편집 치료, 비용·안전성 해결 과제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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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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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dna gene 게놈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최근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로 알려진 유전자편집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이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승인됐다는 소식에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부위를 직접 제거함으로써 해당 질병을 완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편집치료제 ‘카스거비(Casgevy, 미국 브랜드명: 엑사셀·Exa-cel)’를 만 12세 이상의 겸상 적혈구병(SCD) 및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TDT)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했다. 크피스퍼 유전자가위기술이 적용된 의약품으로는 세계 최초다. 

‘카스거비’는 현재 유럽 의약품청(EMA), 사우디아라비아 의약품청(SFDA),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FDA는 지난달 31일 자문위원회를 통해 ‘엑사셀’의 효능을 인정한 바 있다. FDA는 ‘엑사셀’의 SCD를 우선 심사, TDT를 표준 심사 품목으로 따로 분류했다. 심사 기간은 각각 올해 12월 8일, 내년 3월 30일이다.

하지만 이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폭넓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비용과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세포나 유전자에 기반한 치료제는 환자의 유전자를 추출해 몸 밖에서 특수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 일회 투약만으로 병을 완치할 수 있다 하더라도 환자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45억짜리 약 누가 투약할까 

‘카스거비’의 가격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80만 파운드(약 45억 원)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TDT 유전자 치료제로 지난해 승인된 블루버드바이오의 ‘스카이소나(Skysona)’가 300만 달러(약 39억 원), 독일 CSL 베링의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가 350만 달러(약 45억 원)로 책정됐던 것 만큼 높은 가격이 예상된다. 

가격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FDA 자문위원회는 ‘엑사셀’이 시판되더라도 약 15년간 환자의 상태를 추적 관찰할 것을 권고했다. 유전자편집기술이 의도치 않은 유전자 변경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높은 가격과 부작용 등은 넘어야 할 문턱이지만, 세계 최초의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허가됐다는 소식에 국내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들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유전자편집치료제 개발 회사인 툴젠의 주가는 해당 소식에 지난 17일 전 거래일 보다 29.83%(1만 4200원) 오른 6만 18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와 동시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툴젠은 유전자편집 분야 석학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1999년 창업한 회사다. 김 교수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를 통한 인간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툴젠은 1세대 ZFN 유전자가위, 2세대 TALEN 유전자가위 개발에 이어 2012년 3세대 CRISPR/Cas9 유전자가위 개발에 성공하며 3종의 유전자가위를 모두 개발했다. CRISPR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유일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억 4346만 원, 영업손실은 193억 9618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교원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설립된 유전자교정 전문 바이오벤처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 Cas12f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 회사다. 지난 3월 미국 제약사에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 ‘TaRGET(Tiny nuclease, augment RNA-based Genome Editing Technology)’을 3억 5000만 달러(약 4538억 원) 규모에 기술 수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진코어는 안과질환, 뇌질환 등에 대한 체내 유전자편집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체외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암세포 특이적인 유전자 변이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CRISPR 기술과 DNA 다중 손상에 의한 세포 사멸 효과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 암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무진메디는 나노-유전자편집 기술 기반 신약 개발 업체로 유전 변이로 인한 약물 저항성을 갖는 대장암 또는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 유전자가위 단백질과 sgRNA 결합 물질을 LNP 내부에 탑재해 암 세포를 타겟하는 유전자편집치료제다. 

 

유전자편집치료제란? 

CRISPR-Cas9 기술 [사진=툴젠 홈페이지]
CRISPR-Cas9 기술 [사진=툴젠]

유전자편집치료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부위를 직접 제거, 교정할 수 있는 치료용 유전자편집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첨단바이오의약품이다. 유전자편집기술은 원하는 유전자부위를 인식, 절단 및 복구가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유전질환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존의 의학적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대하여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유전자를 편집 또는 삽입해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유전자편집기술에는 1세대 아연집게 핵산분해효소(Zinc Finger Nuclease, ZFN), 2세대 탈렌(TAL Effector Nuclease, TALEN), 3세대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CRISPR)/Cas9 기술이 있다. 

유전자편집치료제는 투여 방식에 따라 체외편집과 체내편집으로 분류된다. 

체외편집은 체외로 세포를 꺼내 교정 후 체내로 주입하는 방법이다. 체외에서 배양이 가능하고 다시 체내로 들어갔을 때 원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세포에 한정되어 있어 조혈모세포나 줄기세포, 면역세포를 포함한 혈구세포에서 활용된다. 해당 세포들은 혈액응고 및 면역에 관련된 기능을 갖고 있어 이는 면역질환, 암이나 감염질환 등 면역과 관련된 특정 질환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체내편집은 몸에서 세포를 꺼내지 않고 원래 존재하는 상태에서 다양한 유전자전달 기술을 이용해 체내로 유전자편집도구를 주입함으로써 직접적인 유전자의 변형 또는 교정을 통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체내교정에는 유전자편집도구를 원하는 조직이나 기관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약물전달 기술도 중요하며 질병 및 타깃 장기에 맞는 여러 전달기술들이 존재한다. 

 

투여 방식에 따른 유전자편집치료의 유형 [사진= BRIC 동향보고서]
투여 방식에 따른 유전자편집치료의 유형 [사진= BRIC 동향보고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유전자편집기술의 첫 상용화는 치료제 시장에 큰 파장이 될 것이며 다양한 치료제 개발 성공이 기대된다”며 “유전자편집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기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다면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들의 임상평가에도 좋은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정복에는 아직 한계점이 존재하며 특히 체내 치료에 대한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대표적인 한계점이었던 유전자편집기술의 크기를 해결하기 위해 초소형 유전자편집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 이를 이용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듀센 근이영양증에 대한 임상시험 도중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함에 따라 유전자편집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유전자편집치료제의 상용화 시점에 임상에서의 사망은 결코 좋지 않은 신호”라며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평가하는 플랫폼도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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