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키나아제 억제제는 암세포에 대한 고도의 선택적인 작용기전으로 인해 2세대 항암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키나아제 표적 항암제는 사용할수록 암세포에 내성을 유발하므로, 치료 저항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바이오마커를 발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소 접착 키나아제(FAK)는 기존 치료제에 불응하는 암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표적으로 부상했다.
암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내성이다. 이는 암세포가 빠르게 세포 분열을 하기 위해 조직의 괴사와 과도한 신생 혈관을 형성하여 매우 이질적인 형태의 종양 미세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은 암세포가 생존에 필요한 돌연변이는 획득하고 불필요한 돌연변이는 폐기하도록 한다. 단일 약제로 암을 지속적으로 치료할 때 그 과정에서 약물에 저항성을 보인 암 세포의 ‘클론(Clone)’이 살아남아 다시금 암을 재발시키는 것이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 항암제는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체내 면역 체계를 이용하는 만큼, 내성 문제에서 더 자유로울 것이라는 전략이지만, 이 항암요법은 전반적인 낮은 반응률이 단점으로 꼽힌다. 암 치료에 있어 표적 항암제가 여전히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기존 표적 항암제에 불응하는 암을 타깃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에 나섰는데, 이중 하나가 FAK이다.
FAK는 염색체의 8q24.3에 위치한 단백질 티로신 키나아제 2(PTK2) 유전자에 의해 번역(코딩)되는 비수용체 티로신 키나아제의 한 유형이다. 세포질과 핵에서 성장 인자 신호 전달, 세포 주기 진행, 세포 생존, 세포 운동성, 혈관 신생 등 다양한 세포 과정을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백질은 지난 1992년 처음 발견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시점은 2014년 이후이다. 이는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필요한 시점에 FAK이 다양한 암종에서 과발현된다는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관찰된 사실 중 하나는 8q24.3 염색체 영역의 복제 수가 증폭되면서 단백질 생성의 불균형을 유발하고 FAK가 과발현된다는 것이다. 과발현된 FAK은 면역 억제성 종양 미세 환경을 구축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유도한다.
특히, 악성 종양 발생 과정에서 FAK의 역할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누적됨에 따라 FAK는 항암 치료의 유망한 표적으로 떠올랐다.
FAK 억제제 6종, 임상 개발 중
2022년 2월 기준, FAK 억제제에 대한 전임상 시험은 15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은 총 6개이다.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약물로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이페벰티닙(Ifebemtinib)’ ▲미국 베라스템(Verastem)의 ‘데팍티닙(defactinib)’, ‘VS-4718’ 및 ‘VS-6062’ ▲영국 GSK의 ‘GSK2256098’ ▲중국 어센티지 파마(Ascentage Pharma)의 ‘APG-2449’가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2015년 ‘이페벰티닙’에 대한 임상 1상 시험 개시를 알렸지만 2년 뒤인 2017년 중국 인멕스(Inmex) 측에 권한을 양도하면서 ‘이페벰티닙’은 현재 ‘IN10018’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8월, ‘IN10018’을 백금 내성 난소암에 대한 패스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데팍티닙’과 ‘VS-6062’은 본래 미국 화이자(Pfizer)가 보유했던 것으로, 화이자는 2012년에 ‘데팍티닙’과 ‘VS-6062’에 대한 권리를 베라스템에 이전했다.
GSK는 중피종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FAK 억제제 ‘GSK2256098’와 흑색종 표적 치료제 ‘트라메티닙(trametinib)’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지난 2013년 개시했으며, 2019년에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2상 시험의 경우, 진행성 췌장암 환자에서 ‘GSK2256098’+‘트라메티닙’ 병용요법의 항종양 활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험은 지난해 10월에 완료되었다.
어센티지 파마는 올해 6월에 개최된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APG-2449’의 임상 1상 시험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기존의 티로신 키나아제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APG-2449’를 투약한 결과, 내성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예비 항종양 활성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