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행사 확실시 ... 대한민국 의료 다시 격랑속으로
간호법 거부권 행사 확실시 ... 대한민국 의료 다시 격랑속으로
둘로 갈라진 의료계,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 시험대 올라
  • 박원진·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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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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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이지혜]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 문제가 다시 격랑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16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지금으로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자신의 대선공약을 스스로 걷어차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대한간호협회 등에 직접 약속한 사항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당시만 해도 간호법을 제정해야한다는데 여야간 이견은 없어 보였다. 

문제는 그 이후에 불거졌다. 약속대로 간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온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법 제정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소속돼 있는 여당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가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적이 없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원칙적인 선언을 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대한간호협회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약속 영상을 두 번에 걸쳐 공개하며 발끈하고 나섰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협회 숙원(간호법 제정)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3당에서 법안 발의를 해서 정부가 여러가지 조정을 좀 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부를 맡게 되면 싸악~ 검토해 가지고 어떤 의료 기득권이라든지 이런 거에 제가 영향받지 않고 제가 할테니까 저를 믿어 주십시요”라고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당시 대한간호협회의 최대 숙원은 간호법 제정이었다. 

“저를 믿어 달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는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계의 숙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장면 영상 캡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계의 숙원(간호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장면. (유뷰브 영상 캡쳐)

뿐만아니라, 원희룡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2022년 1월 24일 열린 간호협회와 국민의힘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서 (간호법이)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께서 직접 약속을 하셨다. 정책본부장으로서 공식발언이다”라고 강조하며 간호계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호법이)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14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 내용은 주무 부처 장관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늘(15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윤 대통령은 내일(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를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정부 여당과 대통령실의 움직임을 보면, 윤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 반대 단체들은 뜻을 이룰 수 있지만, 향후 후폭풍은 이전에 비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국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총 파업은 아니더라도 강력한 준법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간호사들의 준법투쟁 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수술 등을 보조하는 ‘PA(진료지원간호사·Physician Assistant)’ 업무 거부다.

 

일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명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이 10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5.10]
일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명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이 10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5.10]

PA는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는 없는 직종으로, 부족한 전공의를 대신해 그 업무를 간호사들이 대신하는 의료보조행위이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PA간호사들은 불법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사실상 정부의 방치속에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PA업무가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현재 국내에서 PA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약 1만 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들이 업무를 거부할 경우, 의료현장은 말 그대로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의사단체 파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도 당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응급실과 수술실 등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의료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인력이다. 

 

“PA 간호사 업무 거부시, 의료현장 대혼란”

PA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의사업무를 보조하지 못할 경우, 기계에서 핵심 부품이 빠져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15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전공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간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그많은 PA 간호사들이 일시에 준법투쟁을 명분으로 업무를 거부한다면, 수술이든 뭐든 중요한 의료행위는 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의료가 멈춰선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불법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의 동참속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오랜기간 간호계가 간절히 염원해 온 최대 숙원사업이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만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 업무범위와 역할을 분명히 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와같은 법이 시행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올해로 간호협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을만큼 간호와 관련해서는 성숙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딱 하나 간호선진국으로 가기위한 문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간호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에 기초해 대선 당시 후보들도 앞다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간호계가 그토록 갈망했던 간호법은 정상적인 국회 본의 통과 절차를 거쳐 공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간호사들 입장에서 보면 수십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간호협회는 거부권 행사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의 98% 이상이 거부권 행사시 단체행동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간호사들이 작금의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인의 약속마저 뒤집는 대통령” 오명 가능성 

대선후보 시절 자신의 공약을 스스로 뒤집어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통령이 3권 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본인의 약속마저 뒤집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를 주도해 온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도 만만치 한다. 민주당은 14일 정부와 여당이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를 건의하기로 한 것을 두고 “국민에게 약속해 놓고 뒤통수치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DNA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은 정권을 잡기 전에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간호사들이라며 추켜세우더니, 약속을 지키라 하자 ‘본인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간호사들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 움직임을 맹비난했다. 

결국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은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국민들을 통합과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야할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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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열석 2023-07-24 17: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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