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DA의 ‘롤론티스’ 승인과 고(故) 임성기 회장
[사설] FDA의 ‘롤론티스’ 승인과 고(故) 임성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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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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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故 임성기 회장

[헬스코리아뉴스] 한미약품이 추석명절날 아침, 한국제약산업 더 나아가 국민보건에 큰 선물을 안겼다. 자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가 예상대로 9일(현지시간) 미국 FDA의 승인을 따내면서다. 파트너사인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지 딱 10년 만의 쾌거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 ROLVEDON)의 미국시장 진출은 국내 제약업계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신약개발에 대한 한미약품의 끈질긴 집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롤론티스’는 세번의 도전끝에 FDA의 관문을 넘는 데 성공했다.

첫 도전은 2018년 12월이었다. 당시 한미약품은 FDA에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제출했으나 이듬해인 2019년 3월 FDA로부터 데이터 보완을 요청받으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허가심사 기간 종료 예정일까지 자료제출이 어렵다고 판단, 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2019년 8월 FDA에 두 번째 시판승인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예정대로라면 2020년 10월 24일 안에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롤론티스’ 제조시설(평택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실사가 미뤄지게 됐다.

FDA의 실사는 당초 예상보다 반년 이상 늦은 2021년 5월에야 이뤄졌고 FDA는 같은 해 8월 또다시 “제조소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며 보완요구 서한(CRL)을 보내왔다.

이에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허가 신청을 재차 취하하고, CRL 보완사항을 개선해 올해 3월 세 번째 BLA 제출과 함께 6월에는 성공적인 실사까지 마쳤다.

세 차례에 걸친 ‘롤론티스’의 미국 시판승인 신청 과정에서 스펙트럼 역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스펙트럼은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다. 지난 2018년까지 매년 1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나, ‘포지오티닙’과 ‘롤론티스’ 개발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소요되자 2019년 보유하고 있던 7개 시판 품목을 인도 제약사에 매각한 탓이다.

스펙트럼은 ‘롤론티스’의 미국 시판승인이 지연되면서 더 심각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됐고, 불가피하게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아픔을 겪었다.

스펙트럼은 초기 단계의 파이프라인인 불응성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 신약 ‘IGN002’ 등의 개발 우선순위도 하향 조정했다. ‘롤론티스’와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 수입한 또 다른 신약 ‘포지오티닙’의 미국내 상용화를 위해 ‘고육지책’의 처방을 택한 것이다.

스펙트럼의 이러한 노력에 한미약품은 240억 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나아가 양사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오너 2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및 한미약품 사장이 스펙트럼의 이사회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을 보겠다는 양사의 각오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롤론티스’의 허가 과정이 보여주듯 통상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은 전임상(동물실험) 또는 임상 1상을 마친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수출 하는 것으로 신약개발의 여정을 끝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연구개발은 많이 하지만 변죽만 울리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신약 후보물질도 부지기수다.

물론 한미약품 역시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한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FDA 승인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중도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미약품은 개발과 승인과정에서 파트너사인 스펙트럼과 한몸처럼 움직여 왔다.

그런 의미에서 두 파트너사가 보여준 ‘롤론티스’의 FDA 성공기는 많은 제약사들에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평범한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롤론티스’에 대한 이번 FDA 허가는 한국 제약업계 전체로 보면 여섯 번째로, 얼핏 보면 통상의 신약허가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르다. 국산 항암신약으로는 최초로 FDA의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FDA 실사를 통과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FDA 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최초의 바이오신약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무엇보다 한미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것은 국산 신약의 기술력이 글로벌 빅파마들의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롤론티스’의 상업적 성공가능성은 물론, 한미약품이 개발중인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들의 미래가치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현재 이 기술을 적용한 다수의 혁신 신약을 개발 중이어서 머지않아 제2, 제3의 FDA 승인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 도표 참조]

 

잘 알려진 것처럼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이다. 1973년 고(故) 임성기 회장이 ‘임성기약국’을 모태로 창업한 이 회사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고 임성기 회장이 있었다. 그는 남들이 가려하지 않는 험난한 길만을 찾아다녔다. 그 길에서 열매를 따냈다. 그것은 곧 R&D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이었다.

그가 복제약(제네릭) 개발이 일색이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개발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자체 신약개발 신물질로 8조 원대의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을 성사시킨 일은 지금도 유명한 일화다. 이를 계기로 한미약품은 단번에 스타기업으로 부상했다.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업계에 수익모델로 자리 잡힌 것도 이때부터다. 덩치가 작은 국내 기업이 수천억, 수조 원이 드는 임상3상까지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가 많은 바이오벤처사들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한국의 바이오 붐은 2015년 이후 제2의 바이오 붐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미약품은 매출 대비 매년 20%에 육박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오고 있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은 한동안 위기론이 돌기도 했지만, “신약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했던 임 회장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한국형 R&D 정신을 남기고 2020년 8월 2일 타계한 임 회장은 가는 길도 검소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임 회장의 장례를 회사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렀다.

고인은 사후에도 신약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고인의 가족들이 임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설립한 임성기재단은 지난해 '임성기연구자상'을 제정, 올해로 2회째를 맞고 있다. 추석명절에 FDA에서 날아온 낭보가 한국제약산업의 거목이었던 고인에게 큰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한미약품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한미약품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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