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안국약품, 옛 명성 되찾을까
‘절치부심’ 안국약품, 옛 명성 되찾을까
외부 전문가 수혈 활발 … 1년 새 주요 보직 새 얼굴 배치

새 캐시카우 준비 박차 … R&D 투자 비중 과거 수준 회복

잦은 외부 인사 영입은 ‘양날의 검’ … “내부 직원 다독여야”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12.0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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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약품 본사 사진 [사진=안국약품 제공]
안국약품 본사 사진 [사진=안국약품 제공]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정체의 늪에 빠진 안국약품이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능력 있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경영 체질 개선에 나서는가 하면, 시장 규모가 큰 오리지널 품목들을 골라 공격적인 특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브랜드의 품목군을 변경하면서 실적 반등을 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도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의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 등 중견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안국약품은 최근 마케팅전략실장으로 채희성 상무를 영입했다. 채 상무는 서울약대 및 동 대학원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코오롱그룹에서 생명과학 담당 제품기획과 바이오신약 Business Development, 미츠비시다나베파마에서 순환기 마케팅팀장, 한국산텐에서 마케팅 매니저, 산텐아시아에서 APAC 마케팅 헤드 및 인도네시아 Business Delegate로 근무했다.

특히 14년 이상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ETC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마케팅 전략과 비즈니스 개발에 많은 성과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회사 측은 채 상무가 ETC 부문의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마케팅전략실장뿐 아니라 생산본부장, 바이오의약본부장, 품질사업부장, 신약연구실장 등 다수 주요 보직 임원을 연달아 영입하며 경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콜마, 영진약품, 신풍제약 등에서 품질 및 제조관리 책임자 업무를 수행한 유창수 이사를 품질사업부장으로, 한미약품, 엘지생명과학, 삼아제약 등에서 연구소 책임자를 역임한 김상욱 이사를 신약연구실장으로 각각 영입한 바 있다.

올들어서는 지난 3월 한독약품, 구주제약 등에서 28년간 연구소 및 공장 품질 부문을 책임졌던 양성운 전무를 생산본부장으로, 7월에는 임창기 전 휴온스랩 연구위원을 바이오의약본부장으로 데려왔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품질 관리, 마케팅까지 영업을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 분야에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셈이다. 맞춤형 인사를 통해 분야별 성과 도출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형 품목 특허도전 성과 ‘속속’

매출 부진 ‘토비콤’ 건기식으로 재탄생

안국약품은 새로운 캐시카우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한미약품과 함께 노바티스가 개발한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빌다글립틴)의 높은 특허장벽을 넘어서며 내년 초 제네릭을 조기 출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가브스’의 연장된 물질특허 기간 중 55일을 무효화하는 데 성공한 것인데, 연장된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극복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아직 심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이 안국약품과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준 만큼, 환송 심판을 맡은 특허심판원도 대법원의 판결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출 부진으로 시장에서 잊힐 뻔했던 간판 품목인 ‘토비콤’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재탄생, 안국약품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안국약품은 지난 9월 일반의약품 ‘토비콤’을 건기식으로 전환해 출시했다. ‘토비콤’은 안국약품이 1981년 대한민국 최초로 선보인 먹는 눈영양제다. 눈영양제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 온라인 커머스의 출현 등으로 계속 확대됐지만, 약국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안국약품은 건기식으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1년간의 준비 끝에 ‘토비콤’을 건기식으로 전환해 출시했다.

 

R&D 투자 비중 최근 3년 새 급증

코로나 불구 2015년 이전 수준 회복

안국약품은 최근 3년 사이 R&D 투자도 크게 늘렸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7%대였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19년 10.50%, 2020년 11.85%, 2021년 3분기 현재 11.34%로 급증했다.

이는 안국약품이 성장세를 보이던 2015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인데,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사태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R&D 투자 비중을 줄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안국약품은 3개의 바이오 신약과 1개의 케미컬 신약, 그리고 10개의 케미컬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피타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합친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AG1901’, S-암로디핀, 발사르탄, 인다파미드 성분의 고혈압 3제 복합제 ‘AG1705’ 등 2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3상 단계로 상용화에 근접한 상태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전임상과 임상1상 단계로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극지 지의류(Ramalina terebrata) 유래 라말린(Ramalin) 유도체를 발굴하고 이를 치매치료제로 개발하는 내용의 해양수산부 국책과제에 선정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라말린 성분은 동물시험 등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잦은 외부 인사 영입 … ‘양날의 검’ 될 수 있어

자사 출신 임원 단 1명 … 양질 인력 이탈 우려

하지만 이같은 변화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미지 개선과 오너 리스크 탈피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잦은 외부 인사 영입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데다 내부 임원 승진 기회가 줄어들면 양질의 인력이 회사를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안국약품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임원은 등기 임원과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총 16명이다.

회사 창업주인 어준선 회장과 그의 아들인 오너 2세 어준 부회장, 그리고 사외이사 2명과 감사 1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사내 임원은 11명인데, 이 중 자사 출신은 경영지원본부장인 김승묵 이사(22년 10개월 근무) 단 한 명이다.

나머지 10명의 임원은 모두 다른 제약사에서 영입한 인물로, 재직 기간이 대부분 7년을 넘지 않는다. 삼아약품 출신의 강영수 AG CnTech 본부장(상무)이 15년 11월로 그나마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으나, 나머지 임원들은 짧게는 1년 미만, 길게는 6년 9개월간 안국약품에 재직하고 있다. 특히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원이 6명에 달한다. 사내 임원 10명 중 절반 이상이 새 얼굴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선임자는 어땠을까. 지난 수년간의 안국약품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그들 역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4~6년 정도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났다. 안국약품에 10년 이상 재직한 임원이 없진 않았지만, 그 수가 매우 적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론임을 전제로 “잦은 외부 인사 영입은 내부 직원들의 업무 역량에 대한 회사의 불신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는 업무 의욕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할 경우 양질의 인력이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평판에도 좋을 것이 없다. 내부 승진으로는 임원을 달 수 없는 회사라는 낙인이 찍히면 구직자들이 입사를 외면할 수 있다”며 “이미 많은 수의 ‘안국맨’이 타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 안국약품은 내부 직원 다독이기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충고했다.

과거 안국약품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제가 근무한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안국약품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가 귀가 얇다는 것”이라며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우유부단하지 않고 결단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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