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차린 제약사 출신들 … 산업 생태계 선순환 ‘첨병’
바이오벤처 차린 제약사 출신들 … 산업 생태계 선순환 ‘첨병’
전문성 앞세워 신약개발 ‘종횡무진’ … 국내사와 힘 합쳐 글로벌 시장 공략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10.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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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벤처 기업들의 활약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약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때 제약사에 몸을 담았던 인물들이 창업한 벤처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제약사들과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제약·바이오 사관학교’로 불리는 LG화학(구 LG생명과학) 출신의 이정규 대표가 세운 회사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정규 대표가 창업한 세 번째 회사다.

이 대표는 지난 2000년 직장 선배였던 조중명 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와 함께 LG화학을 나와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세웠다. 이 대표는 크리스탈지노믹스에서 해외 투자 유치, 사업개발 등을 주도했다. 이후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설립해 췌장암 항체치료제를 개발했으나, 투자를 받았다가 탈이나 회사 문을 닫았다. 이 대표는 이러한 실패를 딛고 2015년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한다. 그 회사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외부에서 개발한 유망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해 가치를 높인 뒤 이를 상용화할 제약사에 되파는 수익모델을 가진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임상개발특화) 전문기업이다. 바이오벤처 업계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 5000억 원 규모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비록 기술이전 계약으로부터 1년 뒤 권리를 반환받았으나, 신약 개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신흥 유망 바이오벤처 기업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현재 ‘BBT-877’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데, 미국 FDA와 C타입 미팅을 진행한 뒤 FDA로부터 회신받은 내용을 토대로, 권고된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은 현재 임상1·2상 용량상승시험의 두 번째 용량군에서 순조롭게 환자 투약을 진행 중이며,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은 미국, 한국, 동유럽 등 5개국에서 다국가 임상2a상 중·고용량군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최근 중국 제약사에 소아연축(Infantile Spasms)과 성인간질(Partial onset Seizure) 치료용 후보물질 ‘JBPOS0101’을 4000만 달러, 우리 돈 약 468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해 주목받은 회사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지난 2008년 3월 SK바이오팜 출신 최용문 대표가 세운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최 대표는 퍼듀대학교 허버트 브라운 센터에서 리서치펠로우로 시작해 미국 제약사 및 SK에서 약 40년의 신약개발 경험을 쌓은 R&D 전문가다. 1993년 미국 제약사 재직 당시 미국 FDA 허가를 통과한 뇌전증 치료제 ‘펠바톨’(Felbatol)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비롯해 ‘솔리암페톨’, ‘카리스바메이트’ 등의 초기 개발도 최 대표 지휘 아래 이뤄졌다.

최 대표와 바이오팜솔루션즈가 집중하고 있는 소아연축(소아간질) 치료제는 뇌전증 치료제 중에서도 개발 난도가 매우 높은 분야로 알려졌다. 기존 치료제들은 부작용이 심한데다, 제대로 된 효과도 발휘하지 못해 제약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성인용 치료제를 대신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인데, 중국의 뇌전증 치료제 판매 1위 제약사인 경신제약이 국내 벤처 기업인 바이오팜솔루션즈와 손을 잡자 업계에서는 대기업에 필적할 업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특히 바이오팜솔루션즈가 경신제약으로부터 받은 선급금은 500만 달러로 총 계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5%인데, 이는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성사된 19건의 기술수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만큼 ‘JBPOS0101’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JBPOS0101’의 소아연축(Infantile Spasms) 적응증에 대해 FDA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고 현재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2a상을 진행 중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받을 경우 임상2상이 종료되면 조건부허가를 통해 곧바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LG화학 출신의 박순재 대표가 설립한 #알테오젠은 2019년 1조 6200억 원, 지난해 4조 68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으며, GC녹십자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인 장명호 의장이 세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이중융합 단백질 기반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1’을 중국 심시어에 9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등 제약사 출신 인사들이 세운 벤처 기업의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왼쪽부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바이오팜솔루션즈 최용문 대표,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 지아이이노베이션 장명호 의장.
(왼쪽부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바이오팜솔루션즈 최용문 대표,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 지아이이노베이션 장명호 의장.

 

제약사 출신 바이오벤처 창업자 빠른 증가세

후보물질 개발해 국내 제약사와 협업 ‘선순환’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8월 발간한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바이오 중소 벤처기업은 총 2469개(폐업 기업 제외)다. 이 중 제약사 등 기업 출신이 창업한 회사는 883개로, 전체 중소·바이오 벤처기업의 35.7%에 달한다.

기업 중에서도 특히 접근성이 높은 제약사 출신이 세운 벤처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반영하듯 벤처기업들의 신약개발 역량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약사 출신이 차린 회사가 많아진 만큼 바이오 벤처기업과 제약사들 사이의 협업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대웅제약은 앞서 지난 2018년 말 궤양성 대장염 후보물질 ‘BBT-401’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로부터 기술도입해 국내와 중국, 일본 등 22개 국가에서 사업권리를 확보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알레르기 질환 치료 후보물질인 ‘GI-301’에 대한 공동연구 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본격적인 임상 돌입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키운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워진 바이오벤처가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해 다시 제약사와 함께 상용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제약사 출신 벤처 창업자들이 긍정적인 제약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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