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UR 점검 의무화 꼼수가 아니라면?
[사설] DUR 점검 의무화 꼼수가 아니라면?
전혜숙 의원, 약사법·의료법 개정법률안 스스로 폐기해야

국민건강권 확보, 건보재정 절감 등 법안 취지 현실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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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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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의사나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때 DUR(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 점검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의료계가 발끈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1일 약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의사나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때 처방금기 의약품인지 여부 등을 DUR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 약사법과 의료법도 의사나 약사가 의약품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처방·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DUR을 통해 의약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약품정보 확인 방법으로 DUR을 명시하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 

이런 맹점을 보완해서 환자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처방·조제하자는 게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취지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의사와 약사는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때 반드시 현재 복용 약물과의 중복 여부, 병용금기·연령금기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법안의 내용만을 놓고 보면 그 취지에 공감이 가고 남는다.

 

이렇게 좋은 법안을 두고 의사들은 왜?

그런데 이렇게 좋은 법안을 두고(?) 의사들은 왜 반발하는 것일까.

바로 법안이 가져올 파장 때문이다. 의사들은 이 법안이 순수하게 국민건강을 위한 차원이라고 보지 않는다.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의·약사간 갈등의 배경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성분명처방은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의 약을 처방할 때 처방전에 특정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만 기입하는 것이다. 이는 곧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자유롭게 다른 약물로 바꿀 수 있도록 동일성분의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약의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처방·조제 시스템은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죽기보다 싫은 구도’(?)지만 약사들은 꿈에도 그리던 최대 숙원사업이다.

지난 2010년의 일이다. 당시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대체조제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묘수를 찾다가 한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약사가 일일이 대체조제 사실을 의사에게 고지하지 않고 정부 기관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약사는 대체조제 사실만 기록하고 의사가 완료된 조제사항을 확인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그야말로 기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2011년. 때마침 의사가 작성하는 전자챠트와 DUR이 연동되면서 DUR은 대체조제 사실을 통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5년. 당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최동익 의원을 통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을 시도했다는 입법로비 의혹을 받는다. 최 의원이 2015년 6월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약사가 대체조제 사실을 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이 이를 의사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약사회의 구상과 너무나도 닮은 법안이 최 의원을 통해 발의됐던 것이다.

이 일로 조 회장과 최 의원은 그해 6월 입법 로비 의혹을 받아 의사들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해당 법안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현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약사들은 ‘꿈에 그리던 숙원사업’의 실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은 의사·약사가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때 처방금기 의약품 정보는 물론 그 밖에 보건복지부가 정한 정보까지 DUR에서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그 밖에 복지부가 정한 정보’의 범위에 대체조제도 포함, 사실상 성분명 처방으로 가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약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남은 과제는 단 한 가지. DUR에 실린 대체조제 여부를 의사들이 반드시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약사 출신인 전혜숙 의원이 대체조제 자율화(성분명 처방)를 위한 모든 기술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니, 약사들이 그려놓은 퍼즐게임의 마지막 작업 수행자가 된 셈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사들은 앞으로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게 어떤 약이 투여되는지 바로는 알 수 없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환자 역시 자신을 진료한 의사에게 “나는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느냐”고 물어볼 수 없다. 환자에게 최종 투여되는 약의 정보는 약사의 조제가 끝나고 그것도 의사가 DUR을 통해 확인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의 이번 법안이 약사들의 숙원사업 해결용으로 발의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국회의원 발의 법안은 약사 민원 해결용?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약의 선택권 문제는 오랜 기간 의·약사 간 갈등의 불씨를 키운 휘발성 높은 소재다. 그럼에도 전혜숙 의원은 양 직역간 갈등을 조율하기 위한 공론화과정 한 번 없이 덜컥 법안부터 발의했으니, ‘약사 민원해결용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우리나라의 약가결정 구조나 처방·조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DUR를 활성화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국민들의 건강권 확보와 약제비 절감이다. 이는 전혜숙 의원 스스로도 밝히고 있는 바다. 만약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이번 법안은 존재할 명분도 이유도 없어지는 셈이다.

우선 제네릭의 생동물학적동등성 시험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부터 따져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제네릭(일명 복제약)은 인체흡수 정도가 오리지널 대비 80∼125% 범위 안에만 들면 큰 무리 없이 허가해 준다. 이는 제네릭 약물끼리도 인체 흡수율에 최대 45%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이 차이는 알약 반 알 정도에 해당한다. 두 알씩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면 한 알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약물이란 사람에 따라 아주 작은 용량에도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자칫 약사가 대체 조제한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약물 농도에 민감한 환자는 그만큼 위험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는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체흡수율이 다른 상황에서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동일한 약물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의사에게 성분명 처방을 강요하는 나라도 찾기 어렵지만, 우리처럼 환자에게 동의받고 의사에게 통보만 하면 약사가 마음대로 처방약을 바꿀 수 있는 나라도 드물다.

또 하나. 우리나라의 약값은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의 약값도 덩달아 제네릭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의사가 고심끝에 처방한 오리지널 약물을 약사가 제네릭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환자 부담이 경감되거나 약제비(건보재정)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체조제를 잘못 할 경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오히려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효과도 없이 부스럼만 내는 꼴이다.

 

약사들은 왜 성분명 처방에 집착할까?

그렇다면 약사들은 왜 그토록 집요하게 성분명 처방에 집착하는 것일까.

의사들은 그 해답을 다른 데서 찾고 있다. 바로 약의 선택권을 쥐었을 때의 경제적 이윤 추구다. 우선 약국을 상대로 한 제약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그만큼 마진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A사가 1만원에 공급하는 의약품을 경쟁기업인 B사가 8000원에 공급하겠다고 하면 A사 역시 약값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의약품의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간에 이런 경쟁이 맞물리면 약국은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장 큰 부작용은 역시 약국과 제약사 간 검은 커넥션이다. 약국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렵게 근절되고 있는 ‘리베이트의 악몽’이 직역만 바꿔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 선택의 폭’도 지금보다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조제 자율화 상황에서는 약국들이 인근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모든 약을 구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약사는 처방이 예상되는 성분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약물 몇 가지만 갖추고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앞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의 제네릭은 동일성분의 제품일지라도 같은 약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 보면 최대 100종에 달하는 특정 성분의 제네릭 가운데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을 골라주는 '맞춤처방'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국민 건강권 실현인가. 의문이 생기기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외국에서처럼 아예 약 조제시스템을 자동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것이 오히려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지만,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약국 조제 시스템이 전문인력인 약사들을 활용해야할 만큼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위야 어쨌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명분과 취지가 양지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그 법안이 몰고 올 파장만큼은 십분 고려해야 한다. 약의 선택권처럼 국민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설령 그 취지를 곱게 본다 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법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도 아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에 재발의해도 늦지 않다.

만약 이런 상태로 법안이 추진된다면 의-약계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게 자명하다. 꼬여만 가는 의-정관계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따라서 전 의원 스스로 발의 법안을 폐기한다면 더없이 용기있는 결단이 될 것이다. 나아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오해도 일시에 불식할 수 있다.

전 의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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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사 2019-02-20 09: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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