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임시대의원총회’는 어느 정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의 불만만 늘어난 채 끝을 맺었다.
이날 대의원회는 의료계대통합혁신위원회가 제시한 ‘대의원 직선제’를 비롯해 의협회장 선거권 완화 등을 담은 선거규칙 개정 등이 논의됐다.
총회장으로 들어오는 대의원들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기대 역시 커 보였다. 비록 정기총회의 평균 출석률인 90%대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재적 242명 중 74%가량인 179명이 참여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서울시의사회의 한 대의원은 “대의원 직선제의 선거규정을 마땅히 정하지 못했다”며 오는 4월에 열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를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객석은 술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대의원을 지지하는 쪽과 지지하지 않는 쪽의 설전이 벌어졌고 한때는 고성까지 오갔다.
대의원 A씨는 “대의원 직선제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제반되는 선거 규정을 정하지도 않고 직선제라는 ‘거시적인’ 명제만 보고 (찬성을) 안하는 대의원은 권력의 맛에 취한 ‘나쁜놈’으로 만들고 있다”며 “게다가 선거규정이나 정관을 개정해도 지금 당장 대의원회에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의원 B씨는 A씨의 의견과는 달리 “대의원 직선제는 협회원이라면 누구나 원할 것이다. 이런저런 규정을 들어가며 직선제를 가결하지 않는다면 대의원회는 무슨 소용이고 의사들의 민의는 왜 모은다고 하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의원 직선제를 위한 자격 기준 역시 문제를 불렀다. 현재 의사협회원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연회비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2년 이상’ 혹은 ‘3년 중 2년 이상’ 납부로 고치겠다는 방안이 나오자 투표거부의 뜻으로 회의장을 떠나는 대의원이 속출했다.
투표를 거부한 대의원 C씨는 “의사협회원이라면 회비를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완화하자는 것은 무엇이냐. 의무를 스스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회원들은 짐을 싸 총회장을 나섰고, 대의원들은 떠나는 대의원들의 등 뒤에서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삿대질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물론 자신의 견해가 남과 다를 수 있다. 결정 도중 투표를 포기하거나 갈등을 벌이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대의원들의 분위기가 이후 이어진 궐기대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궐기대회는 대의원의 수보다 적은 인원이 참여했다. 심지어 회의에 불만을 느낀 한 대의원은 궐기대회 도중 난동을 피우며 “이깟 궐기대회를 해서 뭐하느냐. 대의원회가 무슨 소용이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또 일부 대의원들은 “의협이 이미 속부터 썩어가고 있는데, 궐기대회로 분위기를 관철하자는 것은 집안 식구들은 무시하면서 허우대만 멀쩡하게 보이고 싶은 것 아니냐”며 “두고 보자. 앞으로 의협 활동에 참여하는지”라고 말하며 의협회관을 떠났다.
의료계는 ‘규제기요틴’ 저지를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 주장을 관철하려면 5000만 명 중 ‘11만 명’에 불과한 의료계가 똘똘 뭉쳐야 한다. 의료계의 우려가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진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싶다면 모래알 같은 의료계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방안을 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