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명절 때마다 일시적으로 우울증상에 시달리는 주부가 많다. 이를 흔히 ‘명절 우울증’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일종의 현상학적 증상이며 기존의 우울증과 같은 증상으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원인
이 증상은 명절을 맞아 평시와 다른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발생하여 생기는 것이다. 이 증상은 명절을 전후해 단시간사이에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며 ‘좋은 며느리’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순응해온 과거 윗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 여성일수록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선 물리적으로는 명절을 맞아 차례상 마련 및 일가친적 접대 등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것이 주 현상이 되며 여기에 정신적 원인이 가중되어 명절 우울증이 발현된다.
정신적으로 최근 젊은 부부사이에 가사 분담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명절만 되면 남편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접대만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명절에 모인 집안어른들에 의해 기존의 가부장적 남성중심 문화가 일시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갈등의 형태
또 명절 때만 만나는 시댁 식구와의 서먹한 관계에다 대화중 나오는 남편 형제, 자식들에 대한 각종 비교에 의해 자신이 공개적으로 비교 평가받고 있다는 부담감이 일시에 작용하게 된다. 이중에는 전업주부와 맞벌이부부인 며느리들간의 가사분담 논란도 있어 종전의 시댁과의 갈등에 이어 며느리간의 갈등도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한편, 종교적인 갈등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데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문제를 두고 형제간, 고부간의 갈등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도 하며 심할 경우엔 이혼에까지 다다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명절에 나타나는 각종 현상에 대해 과거 며느리들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였던 점에 비해 최근 젊은 여성들로서는 시댁식구와의 교류가 부족한데다가 가부장적인 과거 가치관에 대한 반발이 함께 일어나면서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명절후에 몸살이 나서 며칠간 고생하는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수반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시부모와 떨어져 살던 가정에서는 최근들어 명절에 시댁에 가기를 꺼리는 아내 때문에 몇년째 명절에 부모댁에 안가는 상황도 발생하는 등 과거에 흔치 않던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또 명절에 시댁에만 가고 친정에는 가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남편과의 갈등이 고조되어 명절 이후 부부싸움이 잦아지는 일도 늘고 있다.
명절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스트레스는 대부분 단시일내에 해결되기도 하나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담을 느끼는 아내에 의해 가정불화나 시댁과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심지어 파국에 이르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명절 우울증의 원인은 가부장적 문화와 좋은 며느리 강박관념에 반발하는 신세대 부부와 구세대 어른들간의 가치관 단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갈등해소 방법
갈등해소 방법으로는 크게 환기효과를 이용한 방법과 가족간의 대화를 권한다. 먼저, 환기효과(ventilation)는 갈등이 있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제3자에게 갈등상황을 털어놓음으로써 갈등상황에 대한 사전 적응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창문을 열어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꾸듯이 갈등상황을 그 상황과 아무런 이해관계없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미리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들이 이러한 형태 중 하나이며, 정신과 상담 역시 이러한 환기효과를 심화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환기효과를 스스로에게 적용했다면 이후 가족 서로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위한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공유하고, 자신만의 입장을 고집하기 보다는 개선시키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동시에 가치관 차이를 줄여줄 수 있는 사회적 인식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명절만 되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본인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남편이나 시댁 식구, 며느리들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낀 생각을 토로하고 이를 개선시켜나가는 자세를 갖기를 권한다. 또 본인도 자신만의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과 기존 사회적 가치관과의 조화를 통해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남편도 부인의 고충을 이해하는 한편 명절날에 못가더라도 전후로 해서 처가댁에도 방문하는 등 아내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주는 노력을 기울여 가족간의 불화를 최소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 증상은 본인의 이해도 향상과 가족간의 이해 증진과 교류 향상 등 상호간의 노력을 통해 서로 개선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본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