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희귀난치성 질환이 존재한다. 질병코드 자체가 없어 산정특례를 받을 수 없는 희귀질환도 수두룩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질환 자체의 고통은 물론, 치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 희귀난치성질환이란 유병률 2만 명 이하, 또는 적절한 치료법과 대체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병을 의미한다. 염증성 장질환도 그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유전, 개인의 면역반응, 장내 미생물의 조성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장(臟)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나뉜다. 일종의 면역 질환이다 보니 장 외에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에서 크론병은 장내 염증 조절 반응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배가 아프고, 설사를 반복하고, 혈변을 보기도 하며, 심한 경우 장을 절제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염증성 장질환인 만큼 꾸준한 치료 역시 병행돼야 한다.
◆20대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꾸준히 증가
국내 크론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질병 소분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크론병 환자 수는 3만1098명으로 2010년 1만2234명에서 12년간 약 2.5배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상이 28%로 가장 많았고 30대 22%, 40대 14%, 10대 12% 순이었다.
크론병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은 최근 10년간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2.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는 등 20대 이전의 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식습관의 변화에 있다.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식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배달 음식의 보편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유이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크론병은 영양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저체중이나 저신장 등 성장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입에서 항문까지 어디든 염증 발생 가능
김 교수는 “특히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염증성 장질환”이라며, “만성 복통, 만성 설사, 혈변 등으로 자다가 깰 정도로 복통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성장장애, 사춘기 지연, 반복적인 구강궤양, 항문 농양 또는 치루, 관절통, 피부 발진 등 여러 증상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크론병과 관련된 유전적인 요인, 식품, 위생상태, 약물, 흡연 등 사회적 여건 변화를 포함한 환경적인 요인 및 개인의 면역이 지적되고 있다. 임상 양상도 나이에 따라 바뀌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는 크론병의 경우에는 아주 어린 나이에서 발병하고, 이때는 보통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장내 미생물 환경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해로운 물질을 방어하고, 우리 몸에서 합성하지 못하는 필요한 물질을 음식물로부터 합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잃게 되면, 장벽이 망가지고 유익균의 수가 줄면서 유해물질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장 투과성이 증가해 독성 물질 또는 해로운 균이 장으로 침투를 하게 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장 질환 외에도 당뇨, 비만,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MRI·내시경 검사 등 종합해 진단
크론병의 진단은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최근에는 발병률이 높지 않지만 장결핵 등 다른 질환과도 감별이 필요하다. 다만 조직검사에서 특징적인 크론병 세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은 만큼 임상 증상, 혈액검사, 대변검사, MR enterography(자기공명 소장조영술)와 같은 영상검사, 내시경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다.
김유이 교수는 “크론병 진단을 위한 영상 검사는 소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 검사와는 좀 차이가 있다”며, “소장은 평소에는 장의 내강이 부풀려져 있지 않고 붙어 있는데 소장에서 생기는 누공, 협착 등의 병변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 전에 조영제를 복용해 장내강을 부풀려 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장의 좁아진 부분, 샛길, 장의 붓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치 개념 없어…꾸준한 자기관리와 주위 배려 필요
크론병은 완치의 개념에 없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약물투약이다. 치료는 시기에 따라 첫 진단 시 또는 악화가 된 활동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활동기에는 질병이 없는 상태인 관해를 유도하기 위한 관해 유도 치료를 하게 된다. 소아는 성인과 다르게 경증, 중등증의 경우 영양소가 잘게 잘려진 음료를 필요한 칼로리만큼 8주간 섭취하는 완전경장영양요법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관해가 유도되면 그 관해를 유지하기 위해 질병의 상태에 따라 항염증제 또는 면역조절제 등의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 등 3단계로 나눠 관해 유도치료, 관해 유지치료 약물로 각각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관해를 유도하기 위해 완전경장영양을 하지만 처음부터 증상이 심한 중증이거나, 완전경장영양에 실패하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 관해를 유도한다. 이후에는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로 관해 유지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크론병으로 처음 진단되면 약물의 단계를 계속 올리더라도 관해 유도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후 유지치료를 하면서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후에도 다시 관해를 유도하는 치료를 시행하고 관해가 유도된 후 다시 유지치료를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크론병이 지속적으로 활성 상태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주 재발하는 경우 협착 등의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며, “크론병의 경우 사춘기인 소아청소년기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가족과 학교 선생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질환에 대한 많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