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건선 산정특례 차별 폐지 '대통령 약속' 지켜야”
“중증 건선 산정특례 차별 폐지 '대통령 약속' 지켜야”
  • 김성기
  • admin@hkn24.com
  • 승인 2021.10.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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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

[헬스코리아뉴스] 중학교때부터 건선을 앓아온 환우회원 김영미(가명)씨는 학창 시절 두피 각질과 피부의 붉은 반점 때문에 친구들이 가까이 오기조차 꺼려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증상은 점점 온 몸으로 번졌고, 어른이 된 지금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영미씨는 현재 산정특례 등록 대기 중에 있다. 하지만 산정특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광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직장 때문에 주2회 병원을 다니기도 힘들고 근처에 광선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깨끗한 피부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인데 회사를 그만둬야 할 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매일 매일이 괴롭다.

중증 건선은 면역 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전신 곳곳에 나타나는 두꺼운 각질층과 붉은 반점이 주요 증상이다. 나를 포함해 이제껏 봐온 많은 건선 환자들은 영미씨와 같이 건선으로 인해 학교 생활부터 사회 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약과 지장을 겪으며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건선 환자들은 삶 속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

다행인 점은 건선은 현재 ‘깨끗한 피부’로 병변 개선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가 발전했다는 점이다. 높은 치료 효과와 지속성, 안전성을 두루 갖춘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한 덕분이다. 자신에게 맞는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꾸준히 치료를 하는 환자들 중에는 건선이 더 이상 없는 것 같은 새 삶을 살게 되신 분들도 많다.

문제는 이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에 대해 산정특례 제도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 건선’의 경우, 2017년부터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환자본인부담을 10%로 경감해 엄청난 치료비 부담을 덜고 적절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중증 건선 산정특례 제도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건선 질환 및 환자 상황에 맞지 않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조건이 적용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들과 달리 중증 건선은 유일하게 산정특례 기준이 생물학적 제제 보험 기준과 다른 질환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등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경우에는 치료제 보험 기준에 맞으면 산정특례 적용기준이 된다. 치료비용 부담을 덜면서 치료제 보험 기준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중증 건선은 생물학적 제제 보험이 적용돼도, 산정특례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 60%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광선치료’ 조건은 전문가들이 치료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함에 따라 고가 치료제 보험 기준에서는 선택 사항으로 빠졌으나 정작 산정특례에는 필수 기준으로 들어가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광선치료는 최소 주2회 3개월 치료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동네 병원에 광선치료가 없을 경우 이를 위해 먼 곳의 큰 병원에까지 찾아가야만 한다. 이 같은 광선치료 조건은 앞서 말한 A씨처럼 생업이나 학업에 지장을 줄 수 밖에 없으며 잦은 치료로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더 큰 치료비 부담을 안겨줄 뿐이다.

지난 8월 한국건선학회에서 건선 환자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광선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은 여과없이 드러났다. ‘중증 건선 산정특례 등록·재등록 기준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92%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90%가 ‘3개월 동안 받아야 하는 광선치료 조건에 대해 부담이 된다’고 답했으며, 85%는 ‘광선치료의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환자들은 광선치료 시 어려웠던 점으로 ‘주중에 치료를 위한 휴가/결근/결석 등의 일생생활 부담(69%)’을 가장 높게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원급에서 중증 건선으로 광선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의원 내 광선치료 수가 청구 수를 보면, 2017년에서 2018년으로 가면서 그 수가 1.5배 이상 급감했고 이후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정부에서 제도시행 초기에 2만 2000명으로 중증 건선 환자를 추산했음에도 약 4년이 지난 시점에도 4500명의 환자만이 산정특례를 적용 받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해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 환자들의 치료를 좌절시키는 비정상적인 산정특례 등록 기준을 정상화할 것을 정부에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이에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까지 중증건선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최근 진행된 정부와의 간담회에서는 중증 건선 산정특례 신규 등록 기준 정상화에 있어 정부의 재정 문제는 없다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공식 입장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아직까지 복지부와 공단은 전문가 핑계만 대고 있다. 그 전문가들도 광선치료의 문제를 지적해 보험기준에서는 선택조건으로 변경된 만큼, 정부는 반드시 산정특례 신규 등록 기준을 보험기준과 동일하게 해 다른 질환과의 차별을 해소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환자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깨끗한 피부, 평생을 염원하던 자유로운 일상을 눈앞에 두고 건선 환자들은 좌절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러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고 삶에서 누려야할 것들을 박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증 건선에게만 불공정,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산정특례 조건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 [글 :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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