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약물로 환자들의 애를 태웠던 노바티스의 골수섬유화증 표적항암제 ‘자카비정’(성분명 룩소리티닙)이 다음달부터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돼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골수섬유화증에 대한 룩소리티닙 단독요법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내용의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대한 세부사항’을 26일 개정 공고했다.
골수섬유화증이란 골수조직의 섬유가 과잉 발육돼 피를 만드는 기능이 낮아져 생기는 혈액암의 일종이다.적혈구와 백혈구의 수와 작용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한 비장 비대가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현재 국내 환자수는 700여명 가량으로 이 가운데 중증 이상 환자 450여명이 이번 급여 적용의 혜택을 받게 된다.
자카비와 같은 표적항암제는 일반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기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지만, 약가가 높고 특허장벽 때문에 복제약 개발도 어려워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
이러한 약물을 주로 개발하는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 특히,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바티스와 로슈다. 이들 기업은 초고가 희귀의약품을 주력으로 개발해 환자들이 비싼 약값 때문에 애를 태울때가 많다.
국내에서 한국노바티스가 판매하는 자카비도 하루 한 알을 투여할 경우 비급여 기준 약값이 월 600만원에 가깝다. 이는 현재 급여적용 표적치료제 중 가장 비싼 약물로, 한 알에 20만원인 셈이다. 다만, 다음달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금은 35분의 1인 수준인 17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1일로 계산하면 5667원이다. <아래 표적치료제 급여현황 참조>
이번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부담은 줄어들지만,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은 증가해 전체적으로 제약회사가 챙기는 수익은 줄어들지 않는다. 특히 급여화가 되면서 약물 사용량이 늘어 제약회사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표적치료제 사용 환자수 증가현황> (단위: 명, 백만원, 자료/심평원)
구분 |
항악성종양제 약제비 |
표적치료제 |
표적 치료제 점유율 |
||||||
사용환자수 (괄호는 증가율) |
약제비 (괄호는 증가율) |
사용환자수 (괄호는 증가율) |
약제비 (괄호는 증가율) |
||||||
2008년 |
223,737 |
(100%) |
592,493 |
(100%) |
11,528 |
(100%) |
149,973 |
(100%) |
25.3% |
2010년 |
250,892 |
(112.1%) |
695,048 |
(117.3%) |
17,116 |
(148.5%) |
255,428 |
(150.3%) |
32.4% |
2012년 |
268,858 |
(120.2%) |
763,157 |
(128.8%) |
27,888 |
(241.9%) |
335,945 |
(224.0%) |
44.0% |
2014년 |
293,356 |
(131.1%) |
830,951 |
(140.2%) |
37,024 |
(321.2%) |
399,465 |
(266.4%) |
48.1% |
실제로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항암제 약제비 중 표적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48%으로, 2008년에 비해 환자수는 3.2배, 급여비용은 2.7배로 증가했다. 또 이 기간 전체 항암제 사용 환자수는 1.3배, 약제 급여비용은 1.4배 증가했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환자단체 등 소비자들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고가 희귀의약품 개발에 몰두하면서 급여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약사들은 환자들의 질병치료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비싼 약값때문에 당장 죽어가는 환자가 있어도 이들 제약사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약값을 내리는 등 온정을 베푸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초고가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급여 문턱이 낮으면, 결과적으로 제약회사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고,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전체 환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표적치료제와 같은 신기술 항암요법의 경우 향상된 임상적 효과를 가진 반면 비용부담도 월등히 크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전문학회 및 관련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과 각종 교과서, 가이드라인, 학술 논문 등 근거자료를 충분히 수집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표적치료제 급여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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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표적항암제를 포함한 항암요법은 20개 암종에 총 70개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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