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는 교각살우” ... 성대 의대 교수들, 오늘 일제히 사직서 제출 
“의대정원 확대는 교각살우” ... 성대 의대 교수들, 오늘 일제히 사직서 제출 
“우리나라는 의사 수 부족하지 않아 ... 문제는 필수의료·지역 의료 기피현상”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4.03.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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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가 주 52시간으로 단축 진료를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이 한가하다 못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 및 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으로 병원 이용 환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가 주 52시간으로 단축 진료를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이 한가하다 못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 및 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으로 병원 이용 환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당초 예고했던 대로 28일 오후 일괄 사직서를 대학측에 전달했다. 이번 사직서는 지난 25일 오후 8시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성균관의대 교수를 비롯,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작성·서명한 사직서를 28일 일괄 제출키로 한 결의에 따른 것이다.

비대위는 이날 사직서 제출과 관련, “교수들이 과중한 업무로 바쁘고, 개별 전달시 업무 지장 발생 우려가 있어 비대위에서 일괄적으로 전달하기로 한 것”이라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 개인별로 모두 위임 확인절차를 거친 후 대학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최용수 교수는 “오늘도 추가적인 사직서 제출과 기존 제출 사직서에 대한 위임 확인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인원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오늘 이후 제출되는 사직서도 비대위가 모아서 후속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기초의학 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 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고, 응답자 627명 중 83.1%가 자발적 사직과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 근무의 행동 대응에 찬성한 바 있다.

한편, 비대위는 이날 ‘교수 사직서 제출에 즈음한 입장문’을 통해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고사성어까지 써가며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를 비판했다. 

교수들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일방적 선언에서 비롯된 대학병원 의료공백 사태가 한달 넘게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환자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며, “만약 현 의료사태가 지속되면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대학병원들은 결국 연쇄부도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 무리한 의대증원은 교각살우가 될 것”이라며, “의료공백사태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복지부가 어찌 급격하고 무리한 의대증원으로 의료시스템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우리나라는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지역 의료에 대한 기피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정작 고장 난 곳은 고치지 않고 엉뚱한 의사 수 증원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이다.

교수 사직서 제출에 즈음한 입장문

- 사태가 지속될 시 “필수 의료 붕괴, 교각살우(矯角殺牛)”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 현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어

당장 내년부터 의대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이천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 선언에서 비롯된 대학병원 의료공백 사태가 한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응급 질환, 중증 환자 진료는 의대교수들이 당직과 밤샘 근무로 버티면서 겨우 유지하고 있으나, 교수들의 과로는 쌓여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 농부가 소의 뿔이 조금 비뚤어져 있어서 바로잡으려 팽팽히 뿔을 동여매다가 뿔 전체가 빠지는 바람에 소가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교각살우(矯角殺牛)란 고사성어가 떠오릅니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가 그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의미할 때 흔히 쓰는 고사성어입니다. 의료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강압적으로 추진된 의료정책으로 인하여 이제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필수진료, 지역의료의 대들보인 대학병원, 수련병원의 존립조차 위태로울 지경입니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 의료정책만 강요한다면, 과연 어떤 젊은 의사가 소아과, 흉부외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과를 지원하겠습니까? 필수진료, 지역의료는 낙수효과로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필수의료 지원 대책, 지역의료 부활 정책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필수진료과 전문의 중 38.7%가 본인 전공과목을 진료하고 있지 않다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더라도 의사 수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지역 의료에 대한 기피현상이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면서 어찌 급격하고 무리한 의대증원으로 의료시스템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것입니까?

의대교수 뿐 아니라 대학병원,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비의사직 직원들의 불안감,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성균관의대 교수들은 현 의료사태를 맞이하여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병원 동료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병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의료기관임에도, 만약 이대로 현 의료사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연쇄부도를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현 의료공백 사태가 속히 수습되어야 합니다. 현명한 정치는 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엄중한 현 의료사태 속에 정부는 부디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하게 사태 해결에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의료공백사태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바로 지금 전공의와의 조건 없는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진정으로 환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루 빨리 현 의료 사태가 해결되기를 갈망하고 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부디 이 사태를 해결하는 현명한 정치가 이루어지길 함께 기원해주십시오. 오늘도 성균관의대 교수들은 응급질환, 중증, 암환자 진료의 최전선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2024년 3월 28일

성균관의대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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