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플라즈마가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엘트롬보팍올라민)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특허심판원은 SK플라즈마가 노바티스의 ‘신규 제약 조성물’ 특허(등록번호 1014759710000)에 대해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최근 청구성립 심결을 했다.
해당 특허는 ‘레볼레이드’가 보유한 제제 특허 중 하나다. ‘레볼레이드’는 ‘신규 제약 조성물’이라는 같은 명칭의 3개 제제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가장 먼저 출원한 원출원 특허이고, 나머지 2개는 원출원 특허를 쪼개서 등록한 분할출원 특허(등록번호 1016328510000, 1015372000000)다. 물질 특허는 모두 만료된 상태다.
SK플라즈마가 이번에 회피에 성공한 특허는 ‘신규 제약 조성물’ 원출원 특허에 해당한다. SK플라즈마는 앞서 지난해 12월 ‘신규 제약 조성물’ 분할출원 특허 2건에 대한 회피 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놓은 상태로, 특허심판원의 이번 심결에 따라 ‘레볼레이드’의 3개 조성물 특허를 모두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SK플라즈마는 자사가 판매하는 혈액제제들과 시너지를 노리고 이번 특허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 개발 및 제조 기업으로 케미컬 의약품 생산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네릭 개발은 계열사인 SK케미칼을 통해 진행 중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레볼레이드’ 제네릭인 ‘SID2102’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승인받았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시험을 시작해 올해 2월 끝내야 하는데, 회사는 아직도 환자모집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일한 경쟁사이자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라 9개월간 제네릭 판매 독점권이 주어지는 우판권 획득이 유력한 한국팜비오가 이미 ‘레볼레이드’ 제네릭인 ‘한국팜비오엘트롬보팍올라민정’의 품목허가를 받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팜비오는 SK플라즈마보다 먼저 ‘레볼레이드’ 특허도전에 나선 회사로, 지난해 3월 ‘레볼레이드’ 제네릭 품목허가를 먼저 획득한 뒤 4달 뒤인 같은 해 7월 특허심판원에 특허 회피 심판을 청구했다.
이는 심판 청구를 먼저하고 제품 개발에 나서는 통상적인 제네릭 전략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제약사들이 그동안 ‘레볼레이드’ 특허도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첫 번째 우판권 획득 요건인 ‘최초 심판 청구’는 만족하기가 수월하다고 판단해 두 번째 요건인 ‘최초 허가 신청’ 자격을 갖추는 것을 더 우선한 것으로 해석된다.
SK플라즈마는 한국팜비오가 특허도전에 나선 뒤 14일 안에 후발 주자로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우판권 획득을 위한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을 만족했으며, 한국팜비오는 여기에 ‘최초 허가 신청’ 요건까지 갖췄다.
그러나, 한국팜비오는 아직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심결을 받지 못한 상황으로, 결과에 따라 우판권 획득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요건들을 다 만족해도 특허도전에 실패하면 우판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팜비오가 특허도전에 실패하면 SK플라즈마의 우판권 단독 획득이 유력해진다”며 “다만, SK플라즈마의 심판 사례로 볼 때 한국팜비오 역시 청구성립 심결을 받을 확률이 높아서 현재로서는 한국팜비오의 우판권 획득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플라즈마와 SK케미컬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SK플라즈마가 한국팜비오에 ‘레볼레이드’ 제네릭 생산을 위탁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레볼레이드’는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희귀의약품으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면역글로불린 또는 비장절제술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만성 면역성(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환자에서의 저혈소판증 치료 ▲만성 C형 간염 환자에서 인터페론 기반 요법의 시작 및 유지를 위한 저혈소판증 치료 ▲면역억제요법과 병용해, 2세 이상 소아 및 성인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의 1차 치료 또는 면역억제요법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의 치료 등 3개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레볼레이드’는 지난 2022년 8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제품은 품목허가 획득 이후 한동안 성장이 더뎠으나, 2018년 재생불량성 빈혈 적응증을 획득한 뒤 2019년 48억 원, 2020년 75억 원, 2021년 79억 원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