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 중인 퍼스트 인 클래스 궤양성 대장염 신약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펠리노-1(Pellino-1) 억제제 ‘BBT-401’이다.
펠리노-1은 우비퀴틴이라는 분자를 이용하여 우리 몸의 염증을 조절하는 여러 신호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이다. 지난 1999년 처음 발견됐으며, 2006년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에 의하여 생물학적 기능이 규명됐다.
이 단백질은 주로 ▲인터루킨-1 수용체(IL-1R) ▲톨-라이크 수용체 (TLRs) ▲핵 단백질-κB (NF-κB) 등과 같은 면역세포에서 수용체가 탐지한 외부 염증 신호들을 세포핵까지 전달하여 염증반응에 필요한 다양한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펠리노-1 단백질은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 인자로 부상했다.
‘BBT-401’은 펠리노-1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펠리노-1 억제제로, 경구 복용이 가능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는 TNF-α 항체 치료제인데, 이들 약물은 모두 정맥 혹은 피하 주사 경로로 투약되는 만큼, 환자의 불편함을 야기한다. 반면, ‘BBT-401’은 편리하게 복용 가능한 경구제이므로,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회사측이 제형 변경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통 경구제 개발의 관건은 생체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전달 기술이다. 얼마나 약물을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개발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
아무런 조치 없이 경구로 복용할 경우 ①제제는 위산에 의해 분해되어 위 상피조직에서 1차로 일부 흡수된다. ②남은 단백질은 소장으로 이동되어 내벽 점막 파이어판의 융모를 통해 2차로 흡수된다. ③1·2차 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적절한 혈장 농도에 도달하기 전에 대사되고 생체이용률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브릿지바이오는 ‘BBT-401’를 경구 제형으로 개발하면서 임상 시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5개국(한국, 미국, 뉴질랜드,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BBT-401’의 중간 용량 및 고용량과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2a상 시험을 실시했다.
2023년 2월 공개된 임상 2a상 시험결과에 따르면, ‘BBT-401’은 평가변수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의 1차 평가지표인 질병 중증도를 평가하는 척도인 총 메이요 점수(Total Mayo Score) 기준 3점 이상 감소된 각 환자군의 비율은 중간용량 및 고용량 투여군이 54.5%인 반면, 대조군은 63.6%로 집계됐다. ‘BBT-401’이 위약 대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브릿지바이오 측은 ‘BBT-401’의 제형 변경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개발 당시 ‘BBT-401’은 경구제와 직장에 직접 투약하는 좌약 두 가지 형태로 고안되었는데, 좌약으로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브릿지바이오가 ‘BBT-401’의 제형을 좌약으로 선회할 경우, 퍼스트 인 클래스 약물로서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좌약 형태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가 출시된 상황에서 제품의 차별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메살라진’(Mesalazine) 성분의 의약품은 경구제에서부터 좌약, 관장액까지 다양한 제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대웅제약은 지난 2018년 9월, 브릿지바이오와 ‘BBT-401’에 대한 기술 실시권 및 글로벌 완제의약품 생산 판매권의 도입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에 따라 대웅제약은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총 22개 지역에서 ‘BBT-401’의 허가 및 사업권리와 함께 전세계 독점 생산 및 공급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