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죽음 이렇게 방치하면 안돼”
“뇌전증 환자 죽음 이렇게 방치하면 안돼”
난치성 뇌전증 돌연사율 20배 ... 수술해야 살 수 있어

“뇌전술 수술 4대 병원도 수술하는 교수 부족”

“뇌전증 수술하는 교수, 해외 학회 못가고 주말도 없어”  

“주먹구구 치료 가이드라인 빨리 바로잡아야”

“신경외과 교수의 타병원 수술 가능하게 해야”
  • 임도이
  • admin@hkn24.com
  • 승인 2024.01.08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수술을 하면 살 수 있는 환자인데, 수술을 못해서 죽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성균관대 의대 신경과 홍승봉 교수)

수술만 하면 살릴 수 있는 뇌전증 환자를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새해 벽두부터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구체적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 현행 의료시스템을 바로잡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회장 홍승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뇌전증 환자 수는 약 36만 명이다. 뇌전증 환자의 나이 분포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14%, 성인 환자가 86%이다. 이 중 7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만 나머지 30%(약 10만명)는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여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다.

특히 젊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율은 일반인의 20-30배에 달하고, 14년 장기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다. 나머지 50%는 그 이전에 생을 마감한다는 얘기다. 이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술이다. 실제로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돌연사는 1/3로 줄고, 14년 장기 생존율은 90%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성형외과 박태환 교수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안와골절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수술하면 살 수 있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내에는 뇌전증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90%) 의사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수술이 가능하다고 표방하고 있는 극소수의 병원도 실은 담당 의사에 따라서 수술 필요성 유무가 달라진다. 어떤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만, 어떤 의사는 수수을 권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뇌전증 수술을 시행하는 4대 병원의 상황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A병원의 뇌전증 담당 교수 중 환자가 더 많은 B교수는 거의 수술을 권하지 않고, C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한다. B병원도 마찬가지다. A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지만 B, C, D 교수는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다. 같은 병원을 방문해도 담당 의사에 따라 환자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4대 병원을 찾는 뇌전증 환자 수는 약 4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진행하는 총 수술 건수는 1년에 고작 60-70건에 불과하다.

인력도 문제다. 뇌전증 수술센터는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이 필수인력인데 현재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뇌전증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경우, 극소수의 병원에 1명씩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뇌전증 수술 교수가 해외 연수를 가거나 퇴직하면 수술은 갑자기 중단되기 일쑤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Level-4 뇌전증센터(최상위 뇌전증수술센터)의 기준을 만족하는 병원이 230개에 달한다. 일본 역시 2015년 Level-4 뇌전증지원거점병원 제도의 도입으로 전국에 골고루 28개가 지정되었고 앞으로 49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Level-4 뇌전증센터가 정부 사업을 하고 있는 병원 한 개뿐이다.

젊은 뇌졸중 환자 연간 수백명씩 사망

뇌전증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료이다. 따라서 1년에 2000명 이상의 뇌전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국 약 20개 병원은 뇌전증 수술 환경을 제공해야할 사회적·공공의료적 책임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진료하는 의사는 있지만, 수술하는 의사는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뇌전증 수술을 열심히 하는 교수들은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고, 해외 학회도 가지도 못하며 주말도 반납해야하는 현실이다. 수술에 매달리다 보니, 그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1년에 수백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여 사망하고 있지만 한국의 뇌전증 수술 환경은 여전히 개별 의사의 사명감과 희생에만 맡겨져 있는 셈이다.

과연 어떤 의사가 이런 삶을 지속하려 할까.

대형 수련병원 90%가 뇌전증 수술 하지 못해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암환자나 뇌졸중 환자를 의사마다 주먹구구로 치료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암환자와 심뇌혈관질환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으로 치료율이 매년 상승하여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전공의를 수련하는 대형 병원들 중 90%가 뇌전증 수술을 하지 못하고, 극소수의 뇌전증 수술 병원을 방문하여도 수술을 싫어하는 교수를 만나면 소용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수술을 기피하는 교수를 만날 경우 환자들의 생명은 더욱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뇌전증 수술에 적극적인 의사들은 “이제 국가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뇌전증 수술을 암환자, 뇌졸중과 같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뇌전증학회 편견대책위원장 홍승봉 교수
성균관대 의대 신경과 홍승봉 교수

홍승봉 회장은 8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수술 로봇은 보건복지부의 2023년 1대 지원에 이어서 2024년에도 2대 지원 예산이 통과되어서 정말 다행이지만 뇌전증 수술과 환자 관리에 꼭 필요한 인력 지원 예산은 전혀 승인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홍 회장은 그러면서 “심뇌혈관센터와 같이 거점 뇌전증전문병원을 지정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뇌전증 수술을 활성화할 수 없고,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뇌전증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뇌전증 수술 교수의 확충과 다른 병원에 가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수술병원들 사이의 협력 시스템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와 중재가 없으면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생존할 수가 없다. 난치성 뇌전증 치료를 위해 장비뿐만 아니라 인력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기획재정부에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