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최명기]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의 특징은 남들이 보기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밝고 긍정적이며 다정다감한 사람도 우울증이나 조현병에 노출되면 어둡고 부정적이며 퉁명스러운 사람으로 변한다.
합리적이며, 논리적이고, 안정적이어서 자랑스럽던 자녀가 조현병에 걸리면 환청을 진실로 여기며 망상에 사로잡히고 결국에는 비합리적이며, 비논리적이고, 불안정한 자녀로 바뀐다.
이렇게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말은 “의지로 이겨내라”라고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서 정신질환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같은 질병은 의지로 이겨내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유독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의지로 이겨내라고 하는 것일까.
필시 뇌의 기질적인 질병들은 뇌 구조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받아들여 약이나 수술로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신질환은 우리의 ‘마음가짐’으로 증상이 조절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또한 뇌의 문제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약을 먹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약을 먹으면 의지가 약하다고 여기며 스스로 치료를 멀리하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저절로 좋아진다고 하거나 또는 환자에게 마음을 굳게 먹고 이겨내라고 한다.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은 영혼의 병도 아니고 마음의 병도 아닌 “뇌의 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분위기가 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글·최명기 정신과 전문의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