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당뇨 신약 ‘슈가논’이 항염증제로 개발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실험에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유사한 항염증 및 통증 완화 효과를 보여 적응증 확대 기대감이 커진다.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조평구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장민철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최근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디신즈’(Biomedicines)에 게재했다. 논문 제목은 ‘염증성 통증 조절에 대한 에보글립틴 타르타르산염의 효과’(The Effect of Evogliptin Tartrate on Controlling Inflammatory Pain)다.
에보글립틴 타르타르산염(이하 에보글립틴)은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의 주성분이다. 디펩티딜 펩티다제-4(DPP-4)를 억제하고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을 포함한 인크레틴 호르몬의 분비를 강화하는 기전의 성분인데, GLP-1 수치의 상승은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에보글립틴의 항염증 효과 확인에 나선 이유다.
연구팀은 총 39마리 생쥐를 음성 대조군(naive), 발바닥 염증 유도 및 에보글립틴 투여군(CFAE), 발바닥 염증 유도 및 위약 투여군(CFAV), 발바닥 염증 유도 및 인도메타신 투여군(CFAI) 등 4개 비교군으로 나눠 5일 동안 시험을 진행했다.
염증 유도 생쥐들은 발바닥에 염증반응이 유발돼 부종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발바닥 두께가 증가했다. 이후 에보글립틴, 위약, 인도메타신을 각각 투여한 결과, 에보글립틴과 인도메타신 투여군은 발바닥 두께가 음성 대조군 및 위약 투여군과 비교해 유의하게 감소했다. 에보글립틴 투여군과 인도메타신 투여군 사이의 발바닥 두께 감소 효과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발바닥 염증 유도로 인해 크게 낮아진 발바닥철수역치(Paw withdrawal threshold, PWT)는 에보글립틴 투여군에서 약물 투여 2일 차부터 위약 투여군과 비교해 유의하게 증가했다.
PWT는 쥐가 발바닥으로 통증을 느끼는 하중을 전자적으로 측정한 값으로, 수치가 증가하면 염증성 통증이 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보글립틴 투여군의 이러한 염증성 통증에 대한 진통작용은 인도메타신 투여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염증반응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도 에보글립틴 투여군에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염증 유도 생쥐는 사이토카인 수준(TNF-α 및 IL-β)이 발 조직과 혈청 모두에서 크게 높게 측정됐는데, 에보글립틴을 투여한 생쥐들의 사이토카인 수치는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감소, 항염증 작용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염증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에보글립틴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연구 결과 에보글립틴은 염증을 억제하고 염증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인도메타신의 효과와 유사하게 염증 감소 및 염증성 통증 개선에 유리한 효과를 나타냈다”며 “에보글립틴이 항염증 효과를 조절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포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발견은 염증과 관련한 조건들에 대한 치료적 중재로서 약물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연구원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것으로, ‘슈가논’을 개발해 판매 중인 동아에스티가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더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