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도마 신풍제약, 코로나 치료제 개발도 ‘폭망’
도덕성 도마 신풍제약, 코로나 치료제 개발도 ‘폭망’
‘피라맥스’ 코로나19 치료제 3상 일차 평가변수 충족 실패

무리한 임상 설계에 해외 피험자 모집도 제대로 안 이뤄져

오너 2세 기소에 금융위 조사까지 … 영업적자도 이어져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3.10.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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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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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신풍제약이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 오너 2세와 경영진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됐고, 최근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로 조사를 받아 경영진의 도덕성과 기업윤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본업인 제약사업 분야에서도 실망감만 키우는 형국이다.

신풍제약은 18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정’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Topline) 결과 발표를 통해 유증상 성인 환자에서의 중증화율 억제에 대한 일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피라맥스’ 투여군과 위약군 모두 사망 사례는 없었으며, 일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29일까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입원(산소포화도 감소로 산소치료 또는 그 이상을 요하는 코로나19 목적의 입원)을 요하거나 또는 사망한 시험대상자의 비율’은 ‘피라맥스’ 투여군에서 0%(0/686명), 위약군에서 0.14%(1/697명 산소치료를 요하는 입원)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풍제약은 이번 일차 평가변수 달성 실패의 원인을 “낮은 사건 발생률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실패의 원인을 오미크론 변이로 질환이 토착화하면서 중증화율이 크게 낮아진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임상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한 설계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회사 측의 안이한 판단이 가장 큰 패착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코로나 치료 적응증 임상 2상과 3상 모두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2상은 감염 후 7일째 바이러스 음전률을, 3상은 입원을 요하거나 또는 사망한 시험대상자의 비율을 일차 평가변수로 설정했다. 2상 시험에 실패하자 3상 시험에서 평가변수를 달리 한 것이다.

 

‘피라맥스’ 임상시험 설계 곳곳에 구멍

중앙약심, 유효성 평가변수 변경 신청 만장일치 부결 

여기에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해당 임상시험은 중증의 전 단계인 중등증 환자뿐 아니라 경증 환자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평가변수를 중증 입원과 사망자 비율로 설정하면서 평가변수 도달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됐다.

특히, 2022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중증 환자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피라맥스’의 3상 성공 확률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이에 신풍제약은 지난해 6월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최초로 음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즉 증상소실까지 걸리는 시간을 일차 평가변수로 새로운 임상2상 시험을 실시하고, 독립적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IDMC)의 권고를 받아 같은 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피라맥스’의 코로나 치료 적응증 3상 시험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다수 드러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문 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IDMC는 신풍제약에 목표 시험 대상자 수를 늘리라는 권고만 했지만, 신풍제약은 이미 3상 환자 모집이 거의 끝난 상황에서 목표 시험대상자 수 확대뿐 아니라 일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비롯해 연구가설, 분석방법 등 연구설계 관련 중요 항목까지 함께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마저 일차 평가변수를 회사 측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변경해 중앙약심 위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투약 첫날부터 증상이 소실되는 데 소요된 기간을 일차 평가변수로 새로이 설정하고, 7일 차까지는 매일 환자 데이터를 수집, 7일 차 이후에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임상시험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이 경우 7일 차 이후 일주일 간격으로 수집된 자료는 거의 후향적 평가에 가까워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중앙약심 위원들의 지적이다.

중앙약심의 한 위원은 “(신풍제약의) 1차 평가변수인 증상 평가의 경우 객관성 확보가 어렵고 굉장히 모호한 게 많다”며 “일부 치료제는 증상 개선을 평가변수로 설정했는데, 이때도 매일매일 증상을 평가할 뿐만 아니라 증상의 중증도를 점수로 매기게 된다. 즉, ‘증상이 전혀 없음’, ‘조금 있음’, ‘많음’, 이런 방식으로 평가하며, ‘증상이 있다, 없다’만으로 객관적인 증상 개선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환자는) 대개 7일 이상 증상이 지속하는데, (신풍제약의) 현 임상계획서에는 7일 이후 일주일 간격으로 증상을 평가한다”며 “이를 주 평가변수로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결국, 신풍제약의 유효성 평가변수 변경 신청은 위원들의 전원 반대로 부결됐고, ‘피라맥스’는 코로나 적응증 3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일차 평가변수를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신풍제약이 해당 3상 시험에서 최초 피험자를 선정하고 최종 피험자 관찰을 종료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로 1년 5개월에 달한다. 지난해 6월(클리니컬 트라이얼스·Clinical Trials 기준)까지 임상을 완료(Primary Completion)하겠다던 애초 계획과 비교하면 9개월가량 지연된 셈이다.

그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우세종은 델타 변이에서 오미크론으로 바뀌었고, 달라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신풍제약은 임상시험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즉, 1년 넘게 이어진 임상 기간이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의미인데, 이는 해외 피험자 모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풍제약은 당초 국내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폴란드, 영국 등 6개국에서 ‘피라맥스’의 코로나 치료 적응증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회사 측이 글로벌 임상시험이라고 밝힌 이유인데, 회사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작 해외 피험자 등록은 칠레 단 한 곳에서만 이뤄졌다.

칠레에서 모집한 피험자 수는 3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388명은 국내에서 모집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피험자가 6개 국가에 분산돼 임상시험이 빠르게 진행됐어야 했으나, 해외 피험자 모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상 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것으로 보인다.

 

악재투성이 신풍제약 … 오너 기소에 금융위 조사까지

영업이익 적자행진 … 매출 늘어도 수익성은 ‘꽝’

신풍제약은 이번 ‘피라맥스’ 코로나 3상 임상시험 실패로 악재가 더 커지게 됐다.

이 회사의 오너 2세인 장원준 전 사장은 91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장 전 대표는 신풍제약 창업주인 장용택 전 회장의 아들이다. 

검찰은 장 전 사장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부친인 장 전 회장과 공모해 납품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가를 부풀리거나 가짜로 거래한 후 신풍제약이 거래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면, 대부업체에서 현금과 수표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차명계좌를 통해 신풍제약 주식을 매입하거나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장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혐의(외부감사법 위반)도 받는다.

장 전 사장 측은 2016년 3월 이후 범행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부친인 고(故) 장용택 전 회장이 살아있었던 2016년 2월까지의 자금 조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풍제약은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조사까지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달 21일 오전 신풍제약 본사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신풍제약의 주가가 최근 수년간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을 가능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

거듭된 악재 속에 신풍제약은 실적도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영업적자(연결재무제표 기준)가 시작된 이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213억 원으로 지난해(104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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