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거식증 환자 ... 치료제는 왜 없을까
늘어나는 거식증 환자 ... 치료제는 왜 없을까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발병 환자 급증

정신질환이면서 심각한 내과적 문제 동반

그동안 치료제 개발 시도 모두 실패

정신과학, 영양학, 상당심리학 등 총체적 협력 필요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9.11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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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다이어트는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근대의학의 발달과 함께 약물 치료는 정신 질환을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우울증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까지 다양한 약물이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전무하다.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인 만큼,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이장애(eating disorder)는 식사행동과 체중 및 체형에 대해 이상을 보이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크게 과도하게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폭식증으로 나뉜다.

식이장애는 특징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보다 중상류층의 젊은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최근 20년 사이에 급격히 발병자가 늘어났고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식이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폭식증 환자는 4115명으로 32.4%(2018년 대비), 거식증 환자는 3084명으로 44.4%, 기타 식이장애 환자는 5515명으로 68.5%가 각각 증가했다. 

식이장애에 대한 치료는 거식증과 폭식증 두 유형에 따라 방법도 달리 한다. 폭식증에는 식욕 억제제를 사용하는데, 실제로 임상 결과 이같은 약물 요법은 상당한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거식증이다. 아직까지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 요법은 없다. 특히, 거식증은 심각한 내과적 문제가 동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미충족 의료 수요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갈피 못잡은 거식증 치료제 개발

거식증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1970년대 처음 개시됐다. 과학자들은 리튬(lithium)을 활용하여 거식증 치료를 시도했다. 리튬은 현재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리튬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생성에 관여하는데, BDNF는 새로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생존율을 높이며 뇌 세포 간의 연결을 개선하는 신경 세포의 성장 인자이자. 이전 연구에 따르면, BDNF 수치가 낮을 경우 다양한 정신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소규모 임상 연구에서 리튬을 활용한 거식증 치료법은 유망한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후속 연구는 실시되지 않았는데, 거식증 환자가 탈수 증상으로 신장 이상 위험성이 높은터라 리튬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아연을 통한 접근법도 제시됐다. 아연 결핍은 뇌 부위의 신경전달물질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아연 보충제를 통해 부족한 아연을 채워 거식증을 치료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향정신성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비정형 항우울제 등을 기반으로 거식증을 치료하기 위한 도전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들 요법 모두 환자의 체질량 지수(BMI)를 약간 더 증가시켰을 뿐, 인지 및 심리적 증상에는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다학제적 접근 필요해

거식증 치료제 개발이 이처럼 어려운 것은 아직까지 질환의 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우울증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뇌내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이상, 생체 리듬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다. 우울증 치료법은 이러한 불균형을 교정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거식증은 발병 원인에 대한 단서조차 불분명하다. 성격, 감정, 사고 패턴, 생물학, 환경,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거식증을 정신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 입원 치료를 받는 거식증 환자는 다른 입원 환자에 비해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내과학, 정신과학, 영양학, 상당심리학 등 미시·거시적인 접근을 포괄하여, 총체적인 학문 영역간 협력 활동을 기반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약물 요법, 심리 치료 요법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는 그 한계가 분명하므로, 환자에 따라 여러 수준의 치료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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