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시술을 내건 의료기관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외국인 환자, 특히 중국 환자들의 증가 덕분에 조금 형편이 피는가 싶더니, 돈 냄새를 맡은 브로커에,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홍보수단도 갈수록 복잡·다변화되고 있다.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개원가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편집자주]
[上] ‘불법브로커’ 잡겠다는 정부 … 개원가는 ‘노심초사’ |
‘성형 한류’가 주목받으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환자들이 개원가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 환자 유치정책도 환자수 증가에 한몫을 했다.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한 뒤, 우리나라를 찾는 의료관광객은 해마다 36.9%씩 증가, 2009년 6만201명이던 환자수가 2013년 21만1218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진료수익도 547억원에서 1조34억원으로 불어났다. 환자수 증가에 비해 진료수익 증가폭이 더 큰 것은 고가 의료서비스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미용·성형 시술을 받기 위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은 2009년 1657명에서 2013년 2만5433명으로 연평균 53.5%씩 증가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45만원으로 전체 평균진료비 186만원의 2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는 의료관광객은 중국인이다. 2013년 기준,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중국인은 5만6000여명으로 전체 환자수의 26.5%를 차지했다. 2위는 미국(3만2000명, 15.5%), 3위는 러시아(2만4000명, 11.4%)였다.
특히 중국인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아 ‘요우커’(관광객을 뜻하는 중국어 ‘游客’의 발음)라고 불리는데, 미용·성형 분야에서도 ‘큰손’으로 통한다.
# 중국 브로커 수수료 최대 50% = 그러나 한편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브로커’다. 이들이 받는 높은 수수료가 문제인데, 이는 결국 진료비 거품으로 작용, 한류 성형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형외과의사회 조수영 홍보이사는 “다른 나라에 없는 수수료 때문에 우리나라에 불법 브로커가 판을 친다”며 “외국인 환자가 허용된 2009년만 해도 브로커 수수료가 진료비의 15%에 불과했으나, 의료기관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차 20%, 30%로 올라갔다. 최근에는 50%를 받는 브로커도 있다. 배(진료비)보다 배꼽(수수료)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브로커 문제가 예상외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자, 정부도 중국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외국인 환자 미용·성형 유치시장 건전화 대책’을 마련하고, 불법브로커 방지책으로 단속 및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불법행위의 근절을 위한 지속적인 점검 및 단속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및 의료기관과 불법 브로커간 거래 금지 ▲외국인 환자 권익보호 및 분쟁조정기능 강화 등이다.
# “불법 브로커 단속 강화 양날의 검” =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 정부의 단속이 반갑지만은 않다. 고가의 수수료도 문제지만, 단속이 강화될 경우, 중국인 환자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단속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조수영 홍보이사는 “수수료가 원래 정해진 비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걸리면 다 나쁜 거 아는데 노출시킬 병원이 없으니 적발될 가능성도 적다”며 “정부에서도 의료관광이 죽으면 안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션을 취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서울 신사역에 위치한 A의료기관의 ㄱ원장은 “한국에서 중국인 의료관광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솔직히 브로커들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이 맞다”며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쳐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러차례 중국을 찾아 성형시술을 하고 왔다는 ㄱ원장은 “중국 내에서 한류에 대한 호감도는 아직까지는 좋은 편이지만, 중국 방송들이 한국 내 의료사고들을 집중 보도하면서 최근 여론이 심상치 않다”며 “중국 내 방송들은 정부의 입김이 센 편이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정부가 브로커 단속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들의 한류 성형 비판보도는 최근 성형수술을 받은 50대 중국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국 관영방송인 CCTV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은 뒤 얼굴의 좌우가 심각한 비대칭이 됐고 코뼈가 휘어져 버린 건 등 3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이은 의료사고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미용성형 의료기관들은 이래저래 노심초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