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정책’ 일본의 약진 … 희비 가른 ‘접근방식’
‘쌍둥이 정책’ 일본의 약진 … 희비 가른 ‘접근방식’
[창간 8주년 기획 ‘의료 수출의 명암’ - 하] “의료법인 해외 영리행위 합법화해야 … 서비스는 패키지화”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0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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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산업 수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팔을 걷어붙였다. 박 대통령은 최근 중동 4개국을 방문해 이 지역 국가 정상들과 의료분야 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의료산업이 국부 창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몇 의료기관들의 성공사례도 있거니와 우리나라의 강점인 ‘서비스(3차)산업’을 활용하면, 의료산업이 ‘황금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산업 수출이 기대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 사례와 정부 정책을 짚어보고 일본의 의료산업 수출이 주는 교훈을 알아보았다.

[상] 정부는 왜 의료기관 수출에 힘 쏟을까?

[중] 국제표준 아닌 ‘병원정보시스템’ 수출 … 과연 성공할까?

[하] ‘쌍둥이 정책’ 일본의 약진 … 희비 가른 ‘접근방식’

# 우리와 꼭 닮은 일본의 의료 수출 = 우리나라와 일본은 여러 모로 공통점이 많다. 의료분야만 봐도 정부의 의료 수출 육성 정책과 그 수행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2011년 당시 일본의 의료산업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무역 적자를 지속하고 있었다. 2011년 한 해만 일본 의료산업이 입은 적자는 총 3조 원에 달했다. 국제 의료기기 시장에서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던 영상의학 장비 기업들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2007년 전세계 4위를 기록하던 도시바메디컬시스템즈는 2011년 16위로 내려앉았고 내시경 시장점유율 90%를 기록하던 올림푸스 역시 같은 해 18위로 뚝 떨어졌다.

2011년 일본 의료시장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신흥국 의료기술의 발전에 있다. 의료체계가 미흡한 신흥국에서는 의사가 수련 당시 사용하던 ‘익숙한’ 기기와 의약품을 사용하는데, 선진의료기술을 배워온 신흥국 의료진들이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학해 자연스럽게 미국이나 유럽의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6월 ‘의료개혁 5개년 전략’을 수립하고 수출전략을 실행했다. 세부적으로 ▲병원과 기업의 제휴를 통한 의료기기 개발 지원 ▲의료기기 인증심사과정 간소화 ▲일부 의료기기를 약사법에서 제외 ▲해외수출 지원 및 정부 차원의 수출사업 등을 추진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09년 개설된 MEJ 발족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출처=일본 총리실>.

한국의 경우 2009년 이후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했으나 상당수가 다시 국내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외진출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 진출시 금전적 지원이 없어 수익 악화시 그 적자가 고스란히 병원에 돌아가는 문제점이 있었다.

더욱이 해외에 진출한 의료기관은 의료법상 영리행위로 발생한 수익을 국내에 반입할 수 없는 등의 제도 미비가 병원계에서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헬스케어 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제약육성 펀드 조성 ▲신의료기기 R&D 강화 및 기기 신의료기기 평가 간소화 ▲연구중심병원 육성 및 첨단 의료기술 개발 ▲병원 수출기관 설립·육성 등 세부 공약이 그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의료기관 수출을 위한 기구를 조직·강화하고 자국의 의료시스템·의료장비·의약품을 한데 모아 수출하는 이른바 ‘패키지 수출’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한국무역공사(KOTRA)에 의료수출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한편, 민·관 합동 기관인 코리아메디컬홀딩스를 설립, 한국형 의료서비스 수출을 위한 협약·재무·금융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2009년 의료수출을 위해 도시바·미츠비시중공업·올림푸스 등 의료기기 제조업체 23개사, 의료기관 50개소, 컨설팅사 등과 손을 잡고 해외진출 사업을 전담하는 MEJ(Medical Excellence JAPAN)를 설립, 운영 중이다.

# 정책은 ‘쌍둥이’였지만 … ‘접근방식’은 희비 갈려 = 쌍둥이 같은 정책을 가진 한국과 일본이었지만 해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양국의 접근 방법은 달랐다.

한국은 미용성형이나 성형·피부미용 등 전문특화 진료분야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노크했다. 또 한국의 강점인 건설과 의료복합단지 등 의료 인프라를 해외에 알리고 의료기관 해외진출 전문가를 양성했다. 이는 세계 각국에 우리나라의 장점을 홍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을 찾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 K-Medi 패키지 구축 모형도.

일본은 우리와 달리 시장을 끌어당기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중 가장 특이한 사업은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정부가 해당 국가에게 경제적·사회적 원조를 해주는 것) 병원 건립 사업이었다.

일본 정부는 JBIC(일본 공적개발은행)와 손을 잡고 베트남 내 10개 거점병원에 86억9000만엔(약 840억 원) 상당의 엔화 차관을 지원했다. 베트남 정부가 자연스럽게 일본의 의료기기를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의료시장이 미비했던 베트남 정부는 이 돈을 받아 다시 일본 의료기기를 구매했다.

또 방글라데시 자치구 및 의료기관 내의 의료인·보건당국자를 초청해 일본 의료시스템과 병원·진료소 정비 등을 무상으로 가르쳤다. 물론 방글라데시에도 50억4000만엔(약 480억 원)의 차관은 잊지 않았다.

일본에서 연수를 받은 의료진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배우던 일본 의료기기·의약품을 자국에서 동일하게 사용하길 원했고 정부는 차관받은 돈으로 일본 의료기기를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쌍둥이 정책을 추진한 두 나라 중 웃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 일본 세콤과 도요타통상이 인도에 건설중인 사크라병원 조감도<출처=일본 SECOM>.

일본은 2012년 이라크와 ‘의료인재의 일본 내 양성’을 조건으로 일본히타치메디코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했으며 2014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일본의료법인 KNI와 민간의료보험사가 동반 진출했다. 이어 2015년에는 연내 완공되는 러시아 ‘최첨단 암치료센터’에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의 최신 방사선 치료 설비를 수출하기로 했다.

또 MEJ 참여사인 미쓰비시상사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필리핀 내 병원 10개를 건립하는, 총 사업비 300억엔 상당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세콤은 도요타통상 등과 합작해 인도 벵갈루루에 병원을 개설하는 등 수출 정책이 효과를 거두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서울성모병원 내 UAE 건강검진센터 건립·협력 등을 시작으로 대전선병원이 알제리 국립대학병원 건립 프로젝트에 건설·의료장비·위탁교육 및 운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등의 실적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일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의료산업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법 개정과 더불어 ‘패키지 수출’의 속을 채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접근 방식이 달랐던 만큼 우리에게 맞는 수출 방안과 법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박기임 수석 연구원은 “의료법인의 해외 영리행위를 합법화해야 한다”며 “의료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외 영리행위 수익금을 비영리체계로 귀속시킬 수 있도록 법적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또 “한국은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 단품의 브랜드 파워는 약하지만 건설 등 인프라 부분은 상대적으로 강하다”며 “종합병원, 대형 건설사 등 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에는 건설, 보험, 의료인재 양성 등 의료서비스 전반의 패키지 형태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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