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의료기관 수출에 힘 쏟을까?
정부는 왜 의료기관 수출에 힘 쏟을까?
[창간 8주년 기획 ‘의료 수출의 명암’ - 상] “의료수출 기대만큼 이익 남을지 의문”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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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산업 수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팔을 걷어붙였다. 박 대통령은 최근 중동 4개국을 방문해 이 지역 국가 정상들과 의료분야 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의료산업이 국부 창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몇 의료기관들의 성공사례도 있거니와 우리나라의 강점인 ‘서비스(3차)산업’을 활용하면, 의료산업이  ‘황금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산업 수출이 기대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 사례와 정부 정책을 짚어보고 일본의 의료산업 수출이 주는 교훈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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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의료진출 현황 = 국내 의료진출의 역사는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많은 병원이 중국·베트남 등에 진출했으나 다수가 현지 파트너와의 불화 및 자금력 부족 등으로 현지화에 실패했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척추·산부인과·미용성형 등 전문적인 의료를 내세운 병원들이 중동 등에 진출하면서 현지에 정착한 상황이다.

대형 병원 역시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의료수출 초기 연락사무소나 검진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소극적인 성향을 보였다가 2010년 이후 G2G(정부간 협력)나 국제적인 대형 입찰에 참여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의료기관은 2009년 49개 기관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3년에는 111개 기관으로 급증했다.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은 중국(38개)이며 이어 미국(36개), 베트남·몽골(각각 8개) 순이다. 의료기관 규모로는 의원급이 66개로 가장 많고, 이어 병원급 22개, 상급종합·종합병원 19개 등이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은 초기의 경우 성형·피부·치과 등 ‘돈되는’ 특정 진료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방·척추·심장·건강검진·산부인과 등 다양화되고 있다. 진출 형태는 단독진출이 35.2% 가장 많았고 기술전수(17.2%), 프랜차이징(14.9%), 해외기업 합작(12.6%)이 뒤를 이었다.

▲ 해외진출 의료기관의 진료과목 변화 추이<출처=한국수출입은행>.

# 의료진출 ‘장밋빛’만은 아냐 = 그러나 의료기관 진출이 반드시 성공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를 보면 현재 진출한 111개 기관중 23개 기관이 이미 철수했거나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0년 의료시장을 개방했다. 이후 다수의 병원이 중국에 진출하였으나 현지화·파트너십 부재·자금동원의 어려움 등으로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06년 개원한 상해 예메디컬센터는 중국 상류층을 공략하고자 ‘고급 성형’ 컨셉을 내걸었지만 적자 누적으로 공동출자한 현지 파트너에게 경영권을 넘겨야만 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SK와 한국 내 파트너 5곳, 중국 위생부·기업이 합작설립한 SK아이캉 병원은 2004년 중국에 진출했으나, 현지 파트너와 마찰을 빚으며 2009년 경영권을 넘기고 돌아섰다.

삼성의료원도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 손을 잡고 두바이 메디컬센터를 설립, 중동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미 진출한 하버드대 메디컬센터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2013년 철수했다. 특히 의료분야는 환자와의 라포 형성이 중요한데 문화·언어적 장벽이 높아 현지화에 애를 먹었다는 것이 병원계의 중론이다.

# 물량공세 쏟아붓는 정부 … 이유는? = 한편 정부는 이같은 실패사례를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정부간 협력 기반 프로젝트 개발, 민·관 협업체계 구축,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위한 제도개선 및 금융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과 제도를 쏟아부어 의료수출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진출국에서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 면허 인정 등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시 자회사 형태의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할 예정이다. 또 2015년 상반기 중 500억원 규모의 ‘한국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전문 펀드’를 설립하고 해외 의료사업 기관에 중소기업에 준하는 금융 지원을 해주는 내용의 ‘국제의료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의료산업 수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 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은 사상 최대 무역액을 달성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호조를 이뤄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몇 년간 수출단가의 부진뿐만 아니라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10원짜리 물건 10개를 팔아 100원을 버는 장사를 하다가 8원짜리 13개를 팔아 104원을 벌면, 무역액은 흑자지만 정작 물품의 가격은 제값을 못받게 되는 것이다. 

▲ 2012~2014년 사이 수출금액·수출물량지수·수출단가지수 증가율 추이 … 수출단가(초록선)는 2012년 최저점을 기록한 뒤 큰 증가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 수출물량(붉은선)은 수출액수(파란선)보다 높게 위치해 있다. 금액에 비해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출처=한국무역협회>.

이같은 상황에서 대두된 것이 ‘서비스산업’으로 통칭되는 3차 산업이다. 3차 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출 단가의 영향을 덜 받는 동시에 한 번 인프라를 구축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의료분야는 필요도가 매우 높은 기본적 서비스이기 때문에, 정부 역시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수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의료를 수출한다고 해도 기대만큼 큰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의료수출의) 경제적 성과는 낙관적으로 봐도 크지 않다”며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 왕립운영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정부도 요란하게 홍보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쾌거’라고 할만한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일자리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사 30명, 간호사 120명 등 총 200여 명을 현지에서 파견하는 것은 한 기관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정부부처까지 나서는 수출치고는 소박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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