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전두엽 기저 부위에 있는 특정 유형의 신경세포들이 인지기능과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세포 기능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한미 공동연구로 밝혀졌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 교수와 하버드의대 정신과 로버트 매컬리 교수 연구팀은 2일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논문에서 “뇌 전두엽 아랫부분인 기저전뇌(basal forebrain)의 파브알브민(PV) 신경세포가 대뇌피질과 직접 연결돼 인지기능 조절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 회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정신분열병, 알츠하이머병, 의식장애 등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약 86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4분의 1이 대뇌피질에 있다. 대뇌피질에서는 방대한 감각 정보에 대한 처리와 종합은 물론 의식적 사고와 인지, 문제 해결 등 고차원적 사고가 일어난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 세포가 동시에 활성화되고 억제되는 동기화(synchronization)가 일어나고,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의식적으로 파악하는 순간, 뇌파에서 40㎐ 정도의 진동이 동기화돼 나타난다.
이것이 감마파 진동(gamma band oscillations)인데 정신분열병,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질환 환자에서는 감마파 진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대뇌 감마파 진동이 기저전뇌의 파브알부민 신경세포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기저전뇌 영역에 파부알부민 신경세포와 뒤섞여 있는 콜린성 신경세포(cholinergic neurons)가 감마파 진동을 일으킨다는 시각이 많았다.
연구진은 특정유형의 신경세포에만 특수 단백질을 발현시킨 뒤 목표 부위에 빛을 비추어 1000분의 1초 단위로 정밀하게 활성화 또는 억제할 수 있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법으로 감마파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 파브알부민 신경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마파 진동은 각성 시에는 증가하고 수면 시에는 감소한다. 졸린 상태에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파브알부민 신경세포가 각성상태 유지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 세포들을 활성화하면 특수 상황에서 졸음을 줄이고 각성도를 높이며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식물인간 같은 의식장애의 호전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김태 교수는 “대뇌피질의 감마파 진동을 조절하는 두뇌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정신과 질환을 초래한다”며 “이 연구는 감마파 진동이 감소하는 정신분열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안하는 뇌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