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아닌 병원을 꿈꾼다
병원 아닌 병원을 꿈꾼다
“전문성 살리고 이미지 차별화 … 환자 중심 트렌디와 의외성에 초점”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2.0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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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대형병원’의 이미지는 딱딱함, 전문성, 엄격함 등 동네병원과는 사뭇 다르다. 방대한 조직으로 생명을 다루는 곳이다보니 자연스레 떠오를 수 있다. 그런 대형병원들이 최근 변화를 꿰하고 있다. 병원 의료진의 전문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존 병원에서 느껴지는 무거움보다는 친근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병원 고유의 브랜드 색채를 만들어 타 병원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한림대강동섬심병원 “이미지 쇄신으로 ‘의외의’ 이미지 줘야”

요즘 강동역 근처를 지나가는 버스들은 특이한 병원 광고를 붙이고 다닌다. 캐주얼한 복장을 차려입은 의사와 붉은 색 손글씨를 보면 마치 의류 브랜드 선전물처럼 보인다. 올해 개원 28년을 맞은 한림대학교강동성심병원의 버스광고다.

한림대학교강동성심병원은 지역 사회 내에서는 ‘자주 찾는’ 대학병원 중 하나다.  반경 5km에는 소위 ‘빅5’인 서울아산병원과 개원 7년차를 맞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 있다.

강동성심병원은 2012년 공시기준 진료수익으로 1295억원을 벌었다. 강동경희대병원의 1769억원에는 못미치지만, 근처 병원들이 치과나 한방병원 등 진료과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는 아니다.

병원은 고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증개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병원 증설만으로 여타 병원과의 차별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 대학병원에서 쓰지 않는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번째 방법이 여타 대형병원과는 다른 새로운 광고였다는 게 홍보팀 음정아 팀장의 말이다.

그는 의료 소비자들에게 병원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첫 번째 원칙으로 ‘고정관념의 탈피’를 꼽았다. 대중이 병원에 ‘의외’의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음 팀장은 “병원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었다”며 “일단은 트렌디(유행 민감성)와 의외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버스 광고 배경을 설명했다.

음 팀장에 따르면, 병원은 생명을 다루다는 진중한 이미지가 있어 외부 개방성이 여타 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이같이 권위적이고 무거운 이미지를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이 부족해질뿐더러 ‘라포(의사와 환자의 신뢰감)’ 형성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분위기를 깨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의료진의 전문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병원 내 가장 인지도 있는 교수 두 명을 직접 모델로 기용하되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최근 사용하는 광고 기술을 모두 도입했다. 동시에 기존 병원 이미지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병원의 HI(병원 정체성을 결정하는 로고)에서 사용하는 분홍색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한림대강동성심병원이 선보인 증개축 티저 광고.

음 팀장은 “우리도 이런 광고를 낸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대한의사협회 광고심의위원회에서도 중대형병원이 이런 광고를 심의 요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최근에는 다른 병원에서 광고를 어떻게, 어디서 만들었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왕왕 온다. 이 정도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성공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그는 ‘광고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포털 사이트는 ‘키워드 유입률 분석(해당 포털 이용자가 검색시 입력하는 키워드의 증감 추이를 분석하는 것)’이라는 것이 있다”며 “특정 사이트의 병원 관련 키워드 유입률을 분석하니 병원 이름과 더불어 광고에 출연한 김서민 교수의 유입량이 1·2위를 지키고 있다. 지역병원에 이만큼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일단은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음 팀장은 “내년(2015년)부터는 다른 병원이 줄 수 없는 ‘의외’의 가치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병원에서의 30년은 세대가 교체되는 때다. 새 세대에 맞춰야 한다. 여타 병원이 주는 것과는 다른 이미지를 주고, 다른 개념의 고객만족을 주는 것이 지역 내에서 병원이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다른 병원이 못해주는 것 해줘야”

강동성심병원이 환자들에게 무형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명지병원은 눈에 보이는 병원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환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특히 시설을 환자 친화형으로 개축해 다른 병원에서 느끼기 힘든 경험을 주고 있다.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은 지역 병원 내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편에 속한다. 일산신도시를 비롯해 고양시내에 있는 대형병원은 총 3곳으로,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국립암센터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2~3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대형의료기관은 7곳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방문객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병원은 2009년 이후 매년 평균 환자 증가폭이 약 10%에 달하고 있으며, 외래환자는 2014년 7월 이후 일평균 2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2008년 기록한 의료수익 721억원은 2013년 현재 1167억원으로 420억원 이상 급증했다. 대형병원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이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기존 병원에서 보기 힘든 인테리어와 컨셉 변화가 있었다고 홍보팀 차주엽 팀장은 설명했다.

차 팀장은 “우리 병원은 솔직히 교통이 아주 좋은 곳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최고의 의료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환자의 경험을 위해 다양한 컨셉의 치료공간을 담아낸 것이 환자들의 관심을 끈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숲마루 검진센터, 해마루 정신과 병동, 어린이 친화형 소아응급센터, 항암치료시 가족사진 및 음악·조명 등을 원하는대로 맞춰주는 맞춤치료센터.

그가 제일 먼저 보여준 곳은 검진센터 ‘숲마루’다. 숲마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검진을 시행하는 곳이다. 정밀검사 전 문진과 기초 검사 과정이 이뤄지는 곳을 자연식물 등으로 꾸미고 인공폭포와 시내를 조성해 환자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차 팀장은 “숲마루는 비급여검진처럼 ‘돈이 되는 진료’를 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은 환자들에게 병원의 좋은 이미지와 편안함을 먼저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인 ‘해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병원 내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을 골라 통유리로 외벽을 만들어 환자의 치료를 높일 목적으로 만들었다. 병원의 기능과 치료 목적은 살리되 새로운 치료환경을 만들어 효과를 증가시키고자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차 팀장은 “정신과 병동은 무섭고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환자가 이 이미지를 스스로 깰 수 있도록 해야 치료 효과도 증가한다”며 “만약 치료가 안된다면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환자가 꾸준히 있는 이유는 이 병원이 다른 병원이 줄 수 없는 경험을 주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차 팀장은 “아직 이같은 시도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병원이 추구하는 ‘환자 중심’의 컨셉이 분명 의료의 새로운 유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을 개조하면서 함부로 만족도를 평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익 역시 아직 크지 않지요. 외국에서 부는 ‘환자중심’의 유행을 굳이 우리 나라 병원에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같이 의료의 중심이 공급자(병원)에서 소비자(환자)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만큼 우리 병원의 시도가 언젠가는 새 의료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믿는 거지요. 일단은 장기적으로 우리 병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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