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짜리 독감예방접종 이곳에 오면 ‘반값’
3만원짜리 독감예방접종 이곳에 오면 ‘반값’
가족보건의원 등 접종비 1만5천원 … 인근 개원가 ‘울며 겨자먹기’ 덤핑 동참
  • 배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0.1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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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본격적인 독감예방주사 시즌이 다가왔지만 보건소와 비영리법인 산하 의원의 저가접종에 인근 개원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교회나 아파트 부녀회가 주도했던 독감예방접종에 시달렸던 개원가들이 이제는 보건소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산하 보건의원까지 저가 접종을 주도하고 나서면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산하 가족보건의원을 직접 방문해 저가 예방접종실태를 알아보고 인근 개원가 10여곳을 함께 둘러보았다.

▲ 서울시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산하 가족보건의원 전경

평일 오전 9시쯤 방문한 보건의원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은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나 부모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가족단위’의 접종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평일의 2~3배가 넘는 환자들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위탁사업을 진행중이어서 접종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 아이들과 함께 온 접종자들이 독감예방접종 접수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우선 접종자들은 독감 예진표를 작성한 뒤 접수·수납하는 곳에서 1만5000원의 접종비를 현금이나 카드로 미리 납부하고 체온 측정을 한다.  문제가 없으면 문진 및 진찰을 한 후 예방접종을 맞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독감접종 외에도 폐렴구균백신,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 대상포진 백신 접종에 대해 추가로 문의하기도 했다.

1시간쯤 지나자,  4~5명밖에 없던 주사실 앞 대기자들은 순식간에 20~30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인기 때문인지 가족보건의원은 10월 한 달간 토요일뿐만 아니라 일요일에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접종을 하고 있다.

▲ 가족보건의원은 1만5000원이라는 저가 독감예방접종 외에도 65세 이상 노인들의 독감예방접종 위탁사업을 하고 있다.

기자가 의원을 떠나는 순간에도 가족단위의 접종자들이 줄지어 방문했고, 접종자들은 저렴한 접종비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아이 두 명에게 독감예방주사를 맞힌 A씨는 “집은 천호동인데 이곳이 접종비가 저렴하다고 해서 일부러 아이들 유치원까지 결석하고 찾아왔다”며 “동네의원에서는 3만원씩 하던 독감예방접종이 여기서는 1명 값으로 2명을 맞힐 수 있으니 거리가 좀 있어도 올 만하다”고 말했다.

▲ 가족보건의원이 사용하는 독감예방주사 백신 안내문.

주변 의원들의 모습은 어떨까? 기자가 가족보건의원 주변에 있는 12곳의 내과·소아과 독감예방주사 접종비를 조사한 결과, 12곳 중 8곳이 가족보건의원과 같은 1만5000원에 접종을 하고 있었다. 단 3곳만 2만원에 접종을 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1만3000원에 접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인건비와 백신원가 등을 감안하면 2만5000원~3만원 정도를 받아야 하지만,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반값 할인 접종을 하고 있는 것이다. 

B 내과의원 원장은 “가족보건의원이 1만5000원에 접종하다 보니 주변의원들도 덩달아 덤핑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여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며 “1만5000원에 접종하면 남는 마진은 4000원뿐이다. 이럴 바에는 커피숍을 차려 커피를 파는 것이 오히려 더 마진이 많이 남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C 소아과의원 원장은 “처음에는 접종비를 3만원으로 책정했지만 환자들이 가격을 물어보고 나면 한결같이 ‘인근 다른 병원들은 1만5000원이라던데’라고 손사레 치며 병원을 빠져나간다”며 “주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가접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가족보건의원 인근에 위치한 S소아과의원이 공지한 독감예방접종비용.

이를 우려해서인지 아예 접종을 하지 않는 의원도 있었다.

D 내과의원 원장은 “지난해까지 독감 접종을 시행했지만 올해는 한 제약사의 백신 일괄 폐기처분으로 인해 수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덤핑하는 의원도 많아 포기했다. 차라리 접종을 하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다. 4000원 남기자고 의원 수입 수치만 늘려 세금을 내느니 아예 시작조차 안 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가족보건의원 인근에 위치한 H내과의원은 독감예방접종비를 1만3000원으로 내려받고 있다. 공급가 1만1000원가량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는 가격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제약사의 차별을 꼽았다.

공공의료기관에는 독감예방백신을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민간의료기관에는 같은 백신이라도 더 비싸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용선 대한의원협회 회장은 “비급여할인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다른 상품을 다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품을 다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며 “공공의료기관은 백신을 저가에 구입하는 별도의 유통루트를 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렴하게 후려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감예방접종에 있어서 큰 포션을 차지하는 곳은 민간의료기관”이라며 “재고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이 경쟁하는 구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백신가격을 일률화한다든지, 재고 부담을 정책적으로 갖지 않도록 한다면 이 같은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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