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오늘날처럼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원인일 수도 있고 물질적 원인일 수도 있으며 두 개의 복합적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옛날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무조건 신이나 하늘, 바위, 나무 등에 의존하여 병을 고치려 하지는 않았다. 기원전 540년경 중국에서는 병을 앓는 사람에게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하며 좋은 기분을 가지라고 권하기도 했다.
성악설을 주장한 주나라의 순자 역시 관절염을 앓는 사람들이 북을 치고 돼지를 잡아 귀신에게 바치는 걸 보면서 “결코 병을 고치지 못하고 북이 헐고 돼지만 잃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간질의 증상을 알기 위해 염소의 머리를 잘라서 열어보는 식의 과학적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병을 고치려면 점쟁이나 주술사를 찾고 종교적 신전을 찾아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병이 죄에 대한 징벌이라고 믿는 편에 속한다.
이런 사람들은 간혹 병이 낫거나 통증이 덜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위약효과)’가 아닐까 한다.
‘플라시보’란 말은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 약을 의미한다.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에서는 이 플라시보를 투여해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플라시보 효과'라 한다.
이는 일종의 정신치료 요법이라 할 만하다. 병이 나을 것이라는 긍정적 믿음이 병을 낫게 한다는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고대 주술사들이나 돌팔이 의사들은 이런 심리적 암시효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밀가루를 약이라고 주면서 복용케 했는데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으며 유사사례들이 상당히 많다.
플라시보 효과와는 반대로 어떤 것이 해롭다는 암시나 믿음이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탈모약을 복용할 경우, 성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충고를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실제로 약에 그런 부작용이 없음에도 밤에 부인 곁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쯤되면 병의 상당부분이 스트레스나 근심, 걱정 같은 정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을 직접 다루는 의사들도 플라시보 효과를 느끼는 것일까? 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미국의 헨리포드병원 연구진은 상기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한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의사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에는 진료 시간 전에 캔디를 주었다. 그러자 캔디를 먹은 의사들은 기분이 좋아지면서 더 친절해지고 인도적인 욕구도 높아졌다.
또, 환자가 통증을 심하게 겪는 시간을 감소시켜 주려 노력했으며 창의성이 증가해 문제 해결 능력이 상승했다.
최근엔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지만 의사들이 환자를 대할 때 환자의 인격을 무시하고 말을 함부로 하며 아픈 곳을 멋대로 주물럭거리며 환자의 호소를 가볍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도 시술이나 진료 전에 의사들이 캔디라도 먹고 환자들을 돌보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지 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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