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정책 성공하려면 담배회사 바로 알아야
금연정책 성공하려면 담배회사 바로 알아야
  • 이성규
  • admin@hkn24.com
  • 승인 2012.03.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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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31일은 ‘세계금연의 날’로 지켜지고 있다. 2012년 금연의 날 주제는 정책입안자와 일반 대중에게 담배회사의 비도덕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알리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담배회사는 담배산업의 지속적인 존립과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전략’을 세워왔고 담배규제정책도입 및 시행, 그리고 보건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활동을 정책입안자와 일반대중에 알리고 교육시켜 담배회사를 감시하고 통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랜 기간 우리 정부는 전매청을 설치해 담배사업을 주관해왔고, 1988년 담배시장 개방 이후에는 공기업 형태로 담배산업을 보호 육성해왔다. 현재도 담배사업법의 목적에는 ‘담배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담배회사가 감시의 대상이 아닌 경제발전의 동반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캘리포니아대 박사후 과정 이성규 연구원
이러한 상황은 담배회사를 ‘담배전염병’의 매개체로 명명하고 감시 통제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모습임이 틀림없다. 해외 많은 학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법원명령에 의해 2021년까지 일반에 공개된 미국계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내부기밀문건을 분석하여 담배회사의 활동과 전략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 내는 연구를 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과 같은 범세계적 담배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지난해 9월 유엔에서는 전세계 사망원인의 3분 2를 차지하는 암, 뇌출혈, 심장질환, 만성폐질환과 같은 대표적 비전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의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금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강력한 담배규제를 위해 담배회사의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필수 선행조건임을 강조했다.

담배회사의 전략과 활동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전세계 곳곳에서 관찰된 담배회사의 전략과 활동의 실제사례를 분석한 연구보고서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암의 원인과 치료에 관한 학술보고서를 선별하여 발간하는 미국 저명학술지 Cancer Cause and Control은 “담배전염병의 매개체: 담배회사의 전략 및 활동”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필자는 미국계 다국적 담배회사의 내부문건 속 진실을 전세계에 가장 먼저 알렸던 Stanton A. Glantz교수가 책임자로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담배규제정책연구소에서 최근 몇년 동안 담배회사의 국제적, 국가별 활동과 전략을 분석하여 발표한 114편의 연구보고서를 재분석하여 담배회사들의 전략과 활동을 11개 항목으로 목록화했다.

Glantz 교수는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보건학자들이 수백편에 이르는 담배회사 관련 연구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이번 연구보고서와 같이 담배회사의 전략과 활동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목록화하고 체계화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담배회사들은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시장의 경우 ‘외국인 투자’, ‘담배제품 밀수’와 같은 전략으로 시장개방을 이끌어 냈다. 수요창출을 위한 전략으로는 담배규제정책이 상대적으로 약한 시장의 경우 대중매체를 활용해 직접적인 제품 마케팅에 나섰고, 반대로 규제가 강한 시장에서는 ‘행사후원’과 같은 간접적인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 젊은 성인을 집중 마케팅 대상으로 선정해왔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 디자인 및 포장기술 개발을 통해 수요를 늘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점차 담배규제정책이 강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정부와 정책입안자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전개했고,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담배회사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각인 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로는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로비를 통해 기업 스스로가 만든 ‘자발적 규제안’을 제시하며 추가적인 담배규제정책이 논의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자들을 고용하고 흡연 이 외의 다른 문제를 부각시켜 흡연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하거나, 실내금연구역법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는 외식업계를 제 3의 세력으로 고용해 실내금연구역법을 실시할 경우 중소외식업계는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담배규제정책의 도입과 시행을 방해 해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1980년대-2000년대에 이르는 기간동안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 내 담배회사의 전략과 활동을 분석한 것이지만 이들 활동과 전략을 현재 담배회사의 전략들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금까지 알려진 담배회사의 활동과 전략 이면에 숨은 진실을 충분히 이해했을 때 향후 접할 수 있는 담배회사의 전략을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응을 위한 사전준비가 가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 현재 관찰되고 있는 담배회사의 활동과 전략을 면밀히 감시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일은 과거 그들의 활동과 전략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될 때 가능한 것이다. 예컨데 국내 담배회사들의 사회공헌활동은 많은 언론에서 칭찬한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담배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은 비판받거나 금지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전략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인지함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다.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담배회사의 활동과 전략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유사할 것이다. 즉 금연정책 성공을 위해서 정책입안자, 보건전문가, 언론 등이 이미 밝혀진 담배회사의 전략과 활동을 충분히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서 담배회사의 활동을 실제로 감시할 전문기관과 전문인력의 양성이 절실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구원>

[본 기고문은 필자의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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