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 모임 같은 약학교육 심포지움
향우회 모임 같은 약학교육 심포지움
  • 노영조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7.0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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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30일 중앙대 약대에서 주최한 ‘약학교육 심포지움’의 개회식과 분위기는 마치 궐기대회를 하는 단체의 출정식 같았다. 학술 심포지움으로서는 보기 드믈게 모두가 일어서 국민의례부터 하는 등 정부의 기념식 행사를 연상시켰다.

축사를 할 국회의원들을 기다리는지 시작도 30여분 지연되고 토론회 전 사이사이 공백이 길어 첫 번째 주제발표를 할 때까지 한 시간이나 늦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주제발표와 토론은 시간에 쫒겨 내용을 줄여 발표해야 했다.

참석자 150여명 중 약대생이 태반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일부 약대교수들과 지역 약사회 간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 뒤숭숭한 분위기의 토론장은 학술대회라기보다는 향우회 친목모임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많은 이가 진지한 자세라기보다는 아는 사람들을 만나니 즐겁다는 표정들이었다. 또 누구에게 세를 과시하려는지 여러 차례 7만여 약사를 들먹이는 발언도 듣기 거북스러웠다.

여북했으면 1부 세션 ‘한국약학교육의 사명과 비전’의 좌장을 맡은 고광호 차의과학대 약대학장이 마이크를 잡자마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하겠다.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며 주최측과 참석자들에게 쓴소리를 했겠는가. “한 시간이나 늦었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한 뒤 ‘요즘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등) 여러 일들이 있지만 그럴수록 내실을 기하는 게 중요하다. 도대체 자기관리가 안 되는 거 같다. 시간 개념도 없고 약사로서의 자존심도 없다”고 질타했다.

30년간 몸담았던 서울대 약대를 떠나 최근 신설 차의과대학으로 옮긴 원로교수 눈에는 명색이 학술회의인데 분위기와 진행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던 모양이다.  개회식부터 학술대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축사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나와 “선거가 가까워오니 이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서 지역구가 어디라고까지 알리는, 일종의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마저 서슴치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친이고 저 의원은 친박인데도 우린 사이좋다 라는 발언도 튀어 나왔다. 시간이 없어 못 왔다는 어느 의원을 위해서는 영상메시지 축사까지 준비하는 등 주최측은 꼼꼼하게 정치인을 챙겼다. 서울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약학계의 기분을 맞추기라도 하듯 약대학제를 현행의 ‘2+4’체제에서 통6년제로 개편해야 한다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와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참석한 고위관료들은 “여기 오신 의원님들이 우리 업무를 잘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아부성 인사말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들은 축사를 마치고 개회식 중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주최측은 이들을 배웅하러 건물 밖으로 나갔고 한참이나 식은 중단되고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주최자인 약학교육협의회로서는 국회 교과위원회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이니 신경이 좀 쓰였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약대생들 보기가 민망스럽기만 했다. 이 행사는 약학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는 심포지움이고 더구나 제1회인 만큼 그 의미가 적지 않은 터다. 그런데 그 첫 토론회가 정치성 발언으로 오염되고 시장터 같은 분위기로 인해 스타일을 구긴 것 같아 안타깝다.

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제약산업계의 핵심 인재양성 문제를 다루는 자리가 너무 겉치레에 신경을 쏟다보니 내용은 부실한 속빈 강정 꼴이 됐다. “저 사람들은 명함돌리고 이름 알리려고 여기 와서 축사도 했지만 우리는 성실하게 세미나를 하자”는 자성의 소리가 나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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