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살 그리고 보리수나무
우울증, 자살 그리고 보리수나무
  • 노영조 논설주간
  • admin@hkn24.com
  • 승인 2011.06.0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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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6월2일은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쓴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의 기일이었지만 그의 고향인 아이다호주 오크 파크는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의 자살을 결코 내세우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헤밍웨이는 항공기 사고에서는 물론 참전했던 1차 세계에서도 살아남아  불사조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우울증 등을 앓다가 몇 차례 자살기도를 한 끝에 결국 총기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다.

우울증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원인 1위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이 우울증이라는 것이다. 젊은 환자일수록 우울증 발병 초기가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우울증환자의 자살율은 일반인에 비해 12배 이상 높다. 최근 아나운서, 연예인, 운동선수, KAIST재학생, 교수 등의 자살뉴스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데 조사결과 거의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조사결과 자살원인 중 우울증이 자살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응답은 46.1%로 나타났다. 경제문제로 자살하는 이들의 25%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우울증 환자는 자살 고위험군에 속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자살율이 인구 10만명 당 24.7명으로 1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모두 1만5413명이었다. 특히 10대에서 자살이 사망원인 1위라는 조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전체 연령대에서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위인데 10대에서 유독 높다.  자살원인은 우울증, 학교에서의 갈등, 이성교제문제 등이 가장 많아 60대 이상 연령대에서의 1위 원인인 신체질환과 대조를 이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충동적인 생각이 자살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기게 만드는 게 아니냐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허무와 절망에 대한 해결책은 죽음 뿐이라고 한 후기 낭만주의 예술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버림받은 젊은이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스스로 흰 꽃송이에 파묻혀 잠든다는 내용이 떠오른다. “길가에 보리수 한 그루 서있네/ 그곳에서 나 비로소 잠들 수 있었네/ 난 이제 세상 고통 잊었네” 슬픔에 가득 찬 선율이 한숨 속에서 마무리되는 노래다.

그러나 보리수 나무 아래서 잠든다(자살한다)고 삶의 갈등과 고통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게다. 그건 도피일 뿐이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꿈을 꾸어야 진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젊은 층의 자살은 조울증 및 반복적 우울증과 연관된 충동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 많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러나 치료를 받는 젊은 층은 25%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또한 노인인구의 자살도 급증하는 추세다. 61세이상 고령자의 자살은 20년새 5배나 증가했다. 10만명당 61세이상 자살자는 1989년 27명에서 2008년 61.4명으로 2배이상 늘어났다. 이 기간 중 노인 자살자는 10.3%에서 32.8%로 3배로 늘었다.

연간 자살자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드러난 수치보다 많을 뿐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손실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자살예방과 구성원의 정신건강증진에 쓰는 예산은 미미하다. 

자살예방 관련 복지부 예산은 2009년 5억원으로 “저승 가는 노자돈이 자살자 1인당 3만원”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곡절 끝에 올해는 13억원으로 증액됐지만 자살로 인한 손실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늦었지만 이젠 국가차원에서 건강보험수가 신설을 포함해 대책마련에 나서야한다. 최소한 사망원인 순위에 걸맞는 예산을 투입해야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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