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유혹을 거부한 ‘겨울나그네’
자살의 유혹을 거부한 ‘겨울나그네’
  • 노영조 논설주간
  • admin@hkn24.com
  • 승인 2011.03.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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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장자연씨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서 자살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참에 자살률 OECD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자살은 어느 사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 4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10년간 2배로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자살률)가 30명이 넘어 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2.5배나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결과 자살은 사망원인 10위권 밖이다. 또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높던 핀란드 헝가리 덴마크 등의 자살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계속 늘고 있다. 그 결과 10여년 전 사망원인 8위였던 자살이 4위로 껑충 뛰었다.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로서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이 20년 전에 비해 5배나 급증한데다 이들 고령자 자살률이 젊은 층의 3배나 된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게 됐다.

절대다수의 고령자들이 별다른 준비없이 퇴직이후의 삶을 맞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고령층 자살률 급증은 자칫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자살은 이제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국가차원의 문제가 됐다. 

특히 한참 혈기에 넘쳐 일을 해야 할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큰 충격이다. 자살자 중 20~30대가 20%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아무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 차가운 현실에 이들은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의 좌절감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엔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청춘영화 ‘겨울나그네’를 제작해 한때 청춘 아이콘으로 불린 곽지균 감독이 “일이 없어 괴롭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많은 이를 쓸쓸하게 했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중 우리에게 친숙한 ‘보리수’ 등이 배경음악으로 나왔는데 정작 곽감독은 ‘보리수’ 내용과는 달리 아웃사이더로서 삶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다.

가곡 ‘보리수’에 나오는 청년은 “친구여 오게나, 그대가 쉴 곳은 여기라네”라며 보리수 가지가 자살로 유혹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히 보리수나무 앞을 지나갔다. 자살유혹을 뿌리쳤다. 삶이 아무리 어둡고 절망적이라고 해도 그 고통과 고독을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지워진 운명이란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자살 동기는 갈수록 더욱 사소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연령층을 가릴 것 없이 자살의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자살은 개인 행위이지만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개인 스스로가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극단의 결정이 사회 환경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에는 사회의 격려와 지지가 절실하고 경제적 지원대책이 강화되야 한다. 말로만 “자살한다고 해서 현세의 어려움이 해결되지도 않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다”고 하는 것만큼 공허한 것은 없다.

청년실업, 타의에 의한 퇴사, 대책없는 노후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매일 수십명씩 자살로 내몰고 있는 게 오늘의 암울한 현실이다. 자살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만큼 국가가 나서서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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