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cm의 코이를 향하여 [간호일기]
120cm의 코이를 향하여 [간호일기]
  • 천영화 간호사
  • admin@hkn24.com
  • 승인 2009.12.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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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혹시 코이라는 물고기를 아세요? 코이는 작은 어항에 넣어 두면 5~8센티미터 밖에 자라지 않지만 아주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센티미터를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게 되면 90~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하는 잉어입니다. 코이는 자기가 숨 쉬고 활동하는 세계의 크기에 따라 조무래기가 될 수도 있고 대어가 될 수도 있는 물고기입니다. 제게 경희의료원이 바다와 같은 곳입니다. 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할 수 있는 꿈을 경희의료원에서 펼치고 싶습니다.”

지난 해 이맘때쯤 자신감과 꿈에 찬 나는 면접장에서 위와 같은 말로 내 포부를 밝혔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나는 경희의료원 2009년 신규간호사로 채용되었고 7월 1일 부터는 정규직 간호사로 동관 5층 한방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간호사가 너무너무 되고 싶었다. 아주 어릴 때는 누군가의 건강을 책임지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모습의 간호사를 동경했고, 조금 커서는 전문 직업을 가지고 꿈을 실현하는 간호사를 동경했다. 한때는 간호 학생 때 힘들게 근무하는 신규간호사의 모습을 보며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나는 당연히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간호학을 전공하여 간호사가 되었다. 부모님도 간호사가 된 나를, 그리고 경희의료원의 간호사가 된 나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렇게 자신감과 자랑스러움으로 행복한 휴식을 보내고 있을 때 “4월 28일 한방병동으로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대학동기들은 일찍부터 발령이 나서 근무하고 있던 터라 발령소식을 듣고 ‘나도 이제 내 꿈을 펼쳐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마음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어느새 자책감으로 바뀌어버렸고,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까지도 걱정거리를 안겨주게 되었다.

프리셉터 선생님의 설명을 한 번에 이해하면 좋으련만 두 번 세 번 설명해야 이해하는 일이 많았고, 해야 될 것을 빠뜨리고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모자람을 탓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잘한다고 할 수 없지만 나는 분명 5개월 동안 발전했고, 이제는 실수를 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여전히 실수를 하여 같이 일하는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병동 선생님들의 따뜻한 격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6개월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 지난 5개월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수선생님께서 8월에 오프를 5개 연달아 주셔서 신규 간호사인 나도 지방에 있는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보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24년 동안 큰 걱정 없이 너를 키웠는데 지난 3개월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잘 견뎌줘서 고맙다. 어느 직업이든 첫 사회생활은 힘들다. 곧 적응해서 잘 할 거라고 믿는다.”고 하시며 내 등을 토닥여주셨다.

요즘 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5개월 동안 내가 꿈꾸는 간호사는 일을 잘하는 간호사였다. 그래서 일만 잘하는 간호사가 되려고 했던 것 같다. 학생 때 내가 꿈꾸던 간호사의 모습은 일만 잘하는 간호사는 분명 아니었다. 전인간호라고해서 환자의 신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 정신적인면도 간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주사나 약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손길이 아픈 곳을 치유하는 것처럼...
여전히 나는 120센터미터까지 성장할 수 있는 어린 코이라고 생각한다. 5개월간의 값진 새내기 시절이,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경희의료원 동관5층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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