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제제의 회수와 역추적 조사
혈액제제의 회수와 역추적 조사
  • 박규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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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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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은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헬스코리아뉴스] 법적으로 보면 혈액제제는 의약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혈액제제를 의약품 중 ‘생물학적 제제’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약품의 경우에는 제조상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회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통 ‘리콜’이라고 부른다.  혈액제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제제의 회수 및 폐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출고된 혈액에 아주 조그만 위험성이 있을 수 있을지라도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에는 주로 제조상의 뚜렷한 문제가 있을 때 리콜이 이루어지지만 혈액제제는 그 특성상 제조상의 문제가 없더라도 회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혈액제제를 회수하는 경우는 크게 의약품의 경우처럼 제조 과정에서 과실이 있거나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이루어지는 리콜(Recall)과 그렇지 않지만 사전안전조치로서 행해지는 단순혈액회수(Withdrawal)로 구분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조된 혈액제제 가운데 최근 수 년 동안 리콜이 있었던 예는 거의 없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매년 수 만 건의 리콜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완벽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리를 하고 있는 덕분에 심각한 리콜 건수를 제로에 가깝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단순혈액회수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헌혈한 이후 헌혈자가 알려오는 ‘헌혈 후 정보제공’에 의한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다회 헌혈자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해당 헌혈자의 과거 헌혈한 혈액에 대해 조사하는 이른바 ‘역추적 조사(look-back)’에 의한 것이다.

역추적 조사는 해당 헌혈자가 검사로도 검출되지 않는 ‘윈도우기(window period)’에 헌혈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99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해당 헌혈자가 최근 1년 이내에 헌혈을 했을 경우 그 혈액을 역추적하고 사용되지 않은 혈액은 회수하여 폐기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핵산증폭검사가 도입된 현재 시점에서 에이즈의 윈도우기는 약 11일 내외로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짧아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새롭게 진단된 헌혈자의 과거 혈액을 통해서 수혈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매우 낮은 확률이더라도 수혈 감염자가 발생하였다면 이를 찾아내어 조기 치료와 질병 전파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역추적 조사를 실시하여 수혈 감염이 발견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단순혈액회수의 경우 실제로 수혈자에게 위해가 되는 일이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단순혈액회수의 81~96% 정도는 위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수혈자에게 이를 통보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하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실제적인 위험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에이즈 감염자 1000여 명이 헌혈을 했다고 보도된 것은 에이즈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이전에 한 번이라도 헌혈을 한 경우가 있는 사람의 숫자가 그 정도 있다는 것이 잘못 표현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오래 전에 헌혈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전에 헌혈을 한 혈액이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 모두 검사를 해서 음성으로 확인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운데 1년 이내에 헌혈을 한 경우에 혈액제제가 남아 있을 때는 즉시 폐기하게 된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워낙 심각한 병이라서 이와 같이 최대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가지고 관리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의 수혈 감염이 마지막으로 발생하였던 것은 2003년이었다.

혈액제제는 다른 의약품과는 달리 사람으로부터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헌혈자의 건강 상태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이를 회수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본 칼럼은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HTLV)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 받아 15명이 추가 감염됐다”는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보도자료와 관련,  적십자사의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싣게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 혈액관리본부는 “HTLV 감염 혈액 출고는 HTLV 검사법이 도입되기 전으로, 헌혈 혈액에 대한 HTLV 검사는 올해 4월15일부터 전면 실시 중”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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