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일기] 잘 해줘서 고마워!
[간호사 일기] 잘 해줘서 고마워!
  • 손정미 간호사
  • admin@hkn24.com
  • 승인 2009.10.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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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미 간호사
[헬스코리아뉴스] 한 주가 시작되는 활기찬 월요일이다. 회사원인 고향친구의 반가운 한 통의 문자. “싱그러운 월요일, 행복해야 해~.”

하지만 경희의료원 서관 3층 C병동, 외과병동의 속사정은 우리들만이 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잠시 서지도 못하는 마라톤 선수가 따로 없다. ‘간호사의 폐활량이야 말로 마라톤 선수의 뺨을 치지 않을까’ 동기 간호사들끼리 모여 했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1년 전의 일이다. 신규 때 아무것도 모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병동을 뛰어 다니던 예쁘게 표현해서, 순진무구했던 때가 있었다. 외과 환자들이야 수술하고 완쾌되어서 웃으며 퇴원하는 모습이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쉽게 정을 주고 그들로 인해 나도 에너지를 얻었었다. 그렇게 위암 말기 환자였던 정♡♡님과 친해졌다. 그 흔한 친척 하나 없는 서울이란 곳에 올라와 많이 외롭고 미치도록 힘들 때였다. 내 처지를 알게 된 그 환자는 엄마처럼 날 걱정해주고 관심 가져 주셔서 차라리 출근하는 게 말할 상대라도 있어 좋다고 여겼었다. 자신 집에 오면 따뜻한 집밥 한 끼 해주겠다던 그 한마디가 그땐 그 어떤 말보다 고마웠다.

이미 예정되어있던 대로 입원과 퇴원, 재입원을 거듭하던 그 환자는 내 환자로, 내 눈 앞에서 이 세상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하늘도 무심하지, 하필이면 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환자를 내가 보는 앞에서 데려 가시는지 원망스럽고 서러웠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서 말도 못하고 힘도 없어서 유언조차도 힘든 상황이었다. 가족 한명 한명에게 종이에 삐뚤삐뚤 마지막 글을 남기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는 보호자가 나를 급하게 불렀다. 그 힘든 시간에, 소중한 순간에 환자는 나에게도 짧은 글을 남긴 것이다.

‘잘해줘서 고마워.’

눈물이 쏟아져서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복도로 뛰어가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10분, 5분, 3분마다 보호자들의 통곡소리와 정적이 교차했다... 이 기억을 마지막으로 내 환자는 내 곁을 떠났다.

지금도 내 핸드폰 메인 화면에는 이 글귀가 저장되어 있다. ‘잘해줘서 고마워.’
때때로, 가끔은 자주, 일이 힘들어 도망가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핸드폰을 열어본다.

핸드폰을 열자.

그래,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언제든지 나를 다시 뛰게 할 수 있는 달콤한 채찍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늘도 난 누군가에게 있어 고마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관 3층 C병동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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