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ATTR) 다발신경병증 치료 신약 ‘암부트라’(Amvuttra, 성분명: 부트리시란·vutrisiran)가 국내 허가를 취득하면서 독점 체제가 종식되고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사이넥스가 신청한 ‘암부트라’를 전문의약품으로 품목허가했다. 치료 적응증은 ATTR 다발신경병증(1단계 또는 2단계 다발신경병증이 있는 성인 환자)의 치료다.
‘암부트라’의 적응증인 ATTR은 혈액 내에서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운반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TTR)의 기능 장애로 인해 아밀로이드가 여러 조직이나 장기에 침착하는 질병이다.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침착되면 ATTR 다발성신경병증, 심장에 침착되면 ATTR 심근병증이 발생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허가된 ATTR 치료제는 ▲화이자의 ‘빈다켈’·‘빈다맥스’(Vyndaqel·Vyndamax, 성분명: 타파미디스 메글루민·tafamidis meglumine) ▲미국 앨나일람(Alnylam)의 ‘온파트로’(Onpattro, 성분명: 파티시란·patisiran) 및 ‘암부트라’ ▲미국 아이오니스(Ionis)의 ‘테그세디’(Tegsedi, 성분명: 이노테르센·inotersen)가 있다.
참고로, ‘암부트라’의 권리는 앨나일람 외에도 매사추세츠 대학교(UMass),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화이트헤드 연구소, 막스 플랑크와 같은 기관들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앨나일람이 사이넥스와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사이넥스는 위 4개 기관 중 하나와 비공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짐작된다. 사이넥스가 제약회사가 아니고 의약품·의료기기 도입 컨설팅 관련 기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화이자의 ‘빈다켈’·‘빈다맥스’만이 허가를 취득한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화이자는 국내 ATTR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암부트라’가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ATTR 치료제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빈다켈’·‘빈다맥스’의 우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투약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빈다켈’과 ‘빈다맥스’는 투약이 편리한 경구제인 반면 ‘암부트라’는 피하주사제다.
적응증 측면의 경우 ‘빈다켈‘은 ATTR 다발신경병증, ‘빈다맥스’는 ATTR 심근병증 등 ATTR 유형에 따라 모두 사용될 수 있도록 세분화되어 있지만, ‘암부트라’는 ATTR 다발신경병증에만 쓰일 수 있다.
특히 ‘빈다켈‘은 이제 막 허가를 받은 ‘암부트라’와 달리 2018년 보험급여 목록에 등재돼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기업의 인지도나 영업력 측면에서도 화이자가 우위에 있다. 반면, 사이넥스는 보건의료계 전문지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만큼 생소한 기업이다.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가뜩이나 규모가 적은 국내 ATTR 다발신경병증 치료제 시장에서 ‘암부트라’의 존재감은 거의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약처 생산실적 기준, ‘빈다켈’·‘빈다맥스’의 2023년 합산 실적은 55억 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