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아스텔라스가 개발한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Xtandi, 성분명 : 엔잘루타마이드)’를 겨냥한 국내 제약사들의 후속 약물 연구가 시작됐다. 아직 물질특허가 남은 상황에서 일부 제약사가 국내에서는 상용화되지 않은 ‘엑스탄디’ 정제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인데,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30일 특허청에 따르면, 일동제약과 보령은 현재 ‘엑스탄디’의 주성분인 엔잘루타마이드를 포함하는 고체 분산체와 이를 포함하는 경구 투여용 약제에 관한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엑스탄디’는 전립선암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 수용체 신호 전달을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약물이다. 아스텔라스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40mg 용량의 연질캡슐 제형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1일 투여량이 160mg이다.국내 환자는 하루에 4개의 연질캡슐을 복용해야 한다.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고려해 80mg, 120mg, 160mg 등 고용량 제제를 출시할 법도 한데, 아스텔라스는 국내에서 10년 넘게 40mg 용량만 판매하고 있다.
국내 시판 중인 ‘엑스탄디’ 연질캡슐은 주성분 용량이 40mg에 불과하지만, 낱알의 크기는 장축이 약 20mm, 단축이 약 10mm에 달할 정도로 크다. 용량을 늘리면 낱알의 크기는 이보다 더 커져 오히려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애초에 고용량 제제를 만들기가 어려운 제형인 것이다.
특히, ‘엑스탄디’ 연질캡슐에는 난용성 주성분인 엔잘루타마이드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량의 계면활성제가 첨가돼 있다. 그만큼 환자의 부담이 커서 정제에 대한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더욱 큰 상황이다.
일동제약과 보령은 서로 다른 첨가제와 부형제를 이용해 엔잘루타마이드 성분의 정제를 개발했다. 다만 주성분은 두 회사 모두 ‘엑스탄디’ 연질캡슐에 함유된 결정형 엔잘루타마이드 대신 무정형 엔잘루타마이드를 사용했다.
자체 실험 결과 이들 무정형 엔잘루타마이드 정제는 용해도와 용출성, 그리고 생체 이용률이 결정형 엔잘루타마이드 정제보다 수십 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텔라스, 해외선 연질캡슐·정제 함께 판매
우리나라선 연질캡슐만 … 정제 특허는 등록
아스텔라스는 이미 오래전 ‘엑스탄디’ 연질캡슐의 이러한 단점을 파악하고 정제 개발을 완료, 2020년을 전후해 미국과 유럽에서 40mg, 80mg 등 2개 용량의 ‘엑스탄디’ 정제를 허가받아 연질캡슐제와 함께 판매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연질캡슐제만 허가받아 팔고 있을 뿐 정제는 상용화 절차에 나서지 않아 국내 환자들의 불편함이 큰 상황이다. ‘엑스탄디’의 물질특허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령과 일동제약이 일찌감치 정제형 엔잘루타마이드 제제 개발에 나선 이유다.
다만, 일동제약과 보령이 개발한 엔잘루타마이드 정제 기술이 특허 등록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아스텔라스가 ‘엑스탄디’ 정제와 관련한 특허를 올해 7월 우리나라 특허청에 먼저 등록했기 때문이다.
해당 특허에 따르면, 아스텔라스는 일동제약과 보령처럼 무정형 엔잘루타마이드를 이용해 고체 분산체를 완성했다. 출원일도 일동제약과 보령보다 2~3년 빨라서 향후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 ‘엑스탄디’ 정제를 상용화할지 여부는 현재로서 미지수”라며 “다만, 오는 2026년 우리나라에서 ‘엑스탄디’의 물질특허가 끝나는 만큼 이를 전후해 기존 연질캡슐제를 정제로 스위칭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스텔라스가 ‘엑스탄디’ 정제를 우리나라에 출시하지 않으면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정제 기술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며 “일동제약과 보령이 자체 개발한 무정형 엔잘루타마이드 고체 분산체 기술의 특허 등록에 성공해 ‘엑스탄디’ 정제 국산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