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국립암센터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 병리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크게 소세포(小細胞)폐암과 비(非)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다. 현미경으로 확인되는 암세포의 크기가 작은 것은 ‘작을 소(小)’ 자를 써서 소세포폐암이라 하고, 작지 않은 것은 비소세포폐암이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폐암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발생하는 폐암의 80~85%는 비소세포암(NSCLC:non small cell lung cancer), 나머지 15%는 소세포폐암(SCLC:small cell lung cancer)이다.
이 가운데 SCLC는 악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암진단 이후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NSCLC은 국소암일 경우 65%, 전이가 됐을 때 37%지만, SCLC은 국소 30%, 전이 18%에 불과하다. 폐암의 특성상 발견됐을 때는 대부분 전이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단 이후 5년을 사는 환자는 18%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소세포폐암의 경우,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개발된 약물이 제한적인터라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세포폐암에서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치료 표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Deltalike 단백질군이 소세포폐암(SCLC)의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부상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약을 가장 먼저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제약바이오업계의 물밑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미국 암젠(Amgen)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중국 메디링크 테라퓨틱스(MediLink Therapeutics)와 SCLC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의 골자는 암젠의 ‘임델트라’(Imdelltra, 성분명: 탈라타맙·tarlatamab)와 메디링크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YL201’을 병용 투여하여 SCLC 치료를 위한 새로운 요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임델트라’는 DLL3(Deltalike 3)와 CD3(T세포 표면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특이성 항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5월, ‘임델트라’를 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 치료제로 가속 승인(조건부 허가)한 바 있다.
현재 SCLC의 표준 치료법은 화학 및 방사선 요법이다. 백금 기반 화학 항암제에 잘 반응하고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한 요법은 환자의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SCLC은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강하기 때문에 1차 치료만으로 관해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환자의 약 70%가 재발하고 2차 치료제의 반응률 또한 10% 남짓에 불과하나, 화학 및 방사선 요법 외에 뚜렷한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임델트라’의 FDA의 허가를 취득한 암젠이 중국 메디링크와 협약을 맺고 Deltalike 단백질군을 표적으로 하는 더 나은 치료법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Deltalike 단백질군은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Notch 신호 전달 경로에 리간드(단백질 결합 저분자 물질)로 작용한다. 쉽게 말해, Notch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세포의 성장, 분화 및 발달에 관여하는 것이다.
하위 유형으로는 DLL1, DLL3, DLL4, DLK1 등이 있다. 이중 DLL3와 DLK1은 SCLC에서 과발현되는데, 이는 SCLC 세포가 빠른 증식을 위해 DLL3와 DLK1를 과도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DLL3와 DLK1은 SCLC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으로 부상했다. 암젠의 ‘임델트라’는 이러한 추론을 근거로 등장한 사상 첫번째 Deltalike 단백질군 항체 약물이다.
Deltalike 단백질군을 표적으로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은 암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임델트라’를 제외하고 현재 개발 중인 Deltalike 단백질군 항체 약물 후보물질은 총 51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위 유형별로 살펴보면, DLL3 항체 약물 42개, DLK1 9개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도 포함돼 있다. 항체 신약 연구·개발 분야 전문기업인 와이바이오로직스도 Deltalike 항체 약물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자사의 DLK1 항체 약물 후보물질 ‘YBL-001’을 현재 전임상 실험 단계에서 평가하고 있다.
‘YBL-001’는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플랫폼 기술인 Ymax®-ABL(와이맥스-에이블)을 통해 발굴했다. 이 약물은 일반적인 항체 약물이 아닌 SCLC 표면의 DLK1에 선택적으로 결합한 다음 세포 독성 물질을 국소적으로 방출하는 ADC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 중국을 순서로 ‘YBL-001’의 특허 등록을 완료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토대로 ‘YBL-001’의 글로벌 진출 및 사업화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물이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여서 상업화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9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Deltalike를 타깃하는 약물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약물은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베링거잉겔하임의 ‘오브릭스타믹’(Obrixtamig)”이라며, “중간에 실패가 없다고 해도 개발까지 최소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