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령이 신장 투석 환자를 위한 비칼슘계열 고인산혈증 치료 신약 ‘벨포로츄어블정(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의 특허에 도전장을 던졌다. 만성 콩팥병 환자 치료에 필요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인 만큼, 수입 제품인 ‘벨포로츄어블정’의 국산화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낮추고 접근성은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령은 최근 세계적인 철분제 전문 회사 ‘비포(Vifor S.A.)’를 상대로 ‘약학 조성물’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해당 특허는 철 옥시수산화물을 고함량으로 포함하는 경구 투여용 약학 조성물에 관한 것으로, 고인산혈증 치료제 ‘벨포로츄어블정’의 특허에 해당한다. 이 특허에 도전한 제약사는 보령이 처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특허목록에 등재된 ‘벨포로츄어블정’ 특허는 ‘약학 조성물’ 특허 2건이다. 하나는 원출원 특허고 하나는 분할출원 특허다. 이번에 보령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은 ‘약학 조성물’ 원출원 특허다. 원출원 특허 공략에 성공하면 이를 쪼개어 등록한 분할출원 특허도 자연스럽게 무력화할 수 있는 만큼, 원출원 특허 무효화에 우선 집중하는 모양새다.
‘벨포로츄어블정’은 국내에서 프레지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가 판매하는 고인산혈증 치료제다.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는 만성 신장 질환 환자의 혈청 내 인 수치를 조절하는 데 사용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비교 약제와 동등한 유효성을 보이면서 1일 3회 식사와 함께 1정을 복용해 정제 수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혈액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콩팥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체내 인을 배출하지 못해 혈중 인 수치가 증가하는 고인산혈증이다. 말기 만성 신장 질환 환자 4~70%는 고인산혈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산혈증을 방치하면 만성 신장 질환 사망 원인 1위인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혈관 석회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만성 신장 질환 합병증인 고인산혈증의 치료 환자 수는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으나, 전체 투석 환자의 약 70%가 인조절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고인산혈증 치료제는 종류가 매우 적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목록을 살펴보면, 고인산혈증 치료제의 ATC 코드인 ‘V03AE’를 부여받은 제품은 14개에 불과하다.
성분으로 나누면 세벨라머, 탄산란탄, 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 등 단 3개밖에 되지 않는데, 유일한 탄산란탄 성분 제제인 JW중외제약의 ‘폭스레놀’이 공급중단을 앞두고 있어 이마저 내년 상반기부터는 2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만큼 환자의 선택지가 적다는 의미다.
세벨라머 제제는 제네릭의 등장으로 현재 허가품목이 9개로 늘어난 상황이지만, 수크로제이철옥시수산화물 제제는 ‘벨포로츄어블정’ 단 1개다.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거나 ‘폭스레놀’처럼 향후 공급이 중단될 경우, 환자들에게는 세벨라머 제제 외에 남는 선택지가 없어진다.
보령이 이번 특허 도전에 성공해 제네릭 등 후속 제품을 상용화하면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자와 보험 당국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벨포로츄어블정’의 정당 약가는 1695원으로, 세벨라머 제제(395~502원)의 3~4배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의 무효심판 청구 이후 ‘벨포로츄어블정’의 특허에 도전하는 제약사가 늘어날지도 관심사”라며 “‘벨포로츄어블정’의 ‘약학 조성물’ 특허 공략에 성공하면 우선판매품목허가 획득을 노릴 수 있어 경쟁사의 가세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보령은 ‘토레카(TORECA, Total Renal Care)’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투석 전문조직을 운영하며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 약물에 이르기까지 콩팥병 치료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제공해왔다.
1990년 국내 최초의 복막투석액 국산화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엑소레날’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투석기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등 투석 환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