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프랑스 사노피(Sanofi)의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dupilumab)가 적응증을 속속 추가하며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세계 의약품 시장의 매출 순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월 27일(현지 시간), 기관지 확장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호흡 곤란 증상을 겪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치료제로 ‘듀피젠트’를 허가했다. 생물학적 제제가 COPD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듀피젠트’는 지금까지 총 14개의 적응증을 FDA로부터 획득했다.
이번 허가는 사노피 측이 실시한 2건의 임상 3상 시험(시험명: BOREAS 및 NOTUS)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BOREAS 시험은 흡연 여부 무관 중등도에서 중증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NOTUS 시험은 제2형 면역반응을 보이는 COPD 환자를 대상으로 ‘듀피젠트’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각각 비교 평가했다.
이중 NOTUS 시험은 국내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9년 12월, 해당 연구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모집된 국내 환자는 총 22명이고, 실시기관은 서울대학교병원 등 10곳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BOREAS 및 NOTUS 시험에서 ‘듀피젠트’는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BOREAS 시험과 NOTUS 시험에서 치료 52주 차에 ‘듀피젠트’ 투여군의 COPD 질병악화 비율은 대조군보다 각각 30%, 3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적응증 획득 목전
‘듀피젠트’는 COPD에 이어 또 다른 자가면역 질환 적응증 사냥에 나선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현재 허가 신청서 제출 혹은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인 ‘듀피젠트’의 적응증은 모두 7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적응증 | 개발 단계 |
경쟁 생물학적 제제 |
만성 두드러기 | NDA 제출 | 졸레어 |
호산구성 십이지장염 | 임상 3상 시험 | N/A |
호산구성 장병증 | 임상 3상 시험 | N/A |
소양증 | 임상 3상 시험 | N/A |
만성 부비동염 | 임상 3상 시험 | N/A |
알레르기성 곰팡이 부비동염 | 임상 3상 시험 | N/A |
수포성유천포창 | 임상 3상 시험 | N/A |
만약 이들 적응증을 모두 확보하면 ‘듀피젠트’의 적응증은 현재의 14개를 포함, 총 21개로 늘어난다.
이중 만성 두드러기 적응증은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졸레어’(Xolair, 성분명: 오말리주맙·omalizumab)가 먼저 획득했으나, ‘졸레어’는 현재 바이오시밀러 공습을 목전에 두고 있는터라 실질적인 플레이어는 ‘듀피젠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듀피젠트’는 또 나머지 6개 적응증을 모두 취득할 경우 ‘생물학적 제제 최초’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된다. ‘듀피젠트’의 질주가 업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듀피젠트’의 잇따른 적응증 확보는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듀피젠트’는 2023년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1위인 미국 머크(Merck,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이어 전체 의약품 매출 순위 2위로 뛰어 올랐다. 전년(174억 달러) 대비 33% 증가한 231억 달러(한화 약 30조 6075억 원)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의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머크가 발표한 실적을 보면 2023년 ‘키트루다’ 매출은 250억 1100만 달러(33조1520억 원)를 기록했다.
COPD 적응증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듀피젠트’가 COPD 치료제 시장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듀피젠트’가 이 시장을 독식하면, 약 25억 달러(한화 약 3조 2900억 원)의 추가 매출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2023년 ‘키트루다’가 올린 매출(250억 1100만 달러)을 뛰어 넘는 것이다.
한편, ‘듀피젠트’를 비롯한 항체 약물들은 현재 자가면역 및 염증 질환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제제다. 항체는 면역계 내에서 항원의 자극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물질로, 항체 약물은 인체 내에서 생산되는 항체를 모방하거나 인공적으로 제작한 단백질이다.
이 제제는 특정 단백질 혹은 수용체에 매우 높은 특이성으로 결합하여 활성을 직접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반면, 경구제로 활용되는 키나아제 억제제는 단백질의 신호전달경로에 작용하는 키나아제 효소만을 억제하므로 표적성 및 특이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가면역 및 염증 질환은 인터루킨 등 사이토카인의 과발현으로 인해 초래된다. 인터루킨을 직접적으로 표적할 수 있는 항체 약물이 자가면역 및 염증 질환에 대한 표준 치료제로 부상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