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사람표피성장인자 수용체3(HER3)를 겨냥하는 사상 최초의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Drug Conjugate)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HER3는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이다. HER3를 겨냥하는 항암제는 암세포 속 HER3 단백질을 공격한다. 어떤 암이 HER2가 아닌 HER3를 발현하면 HER3를 타깃하는 식이다.
HER3를 발현하는 암은 삼중음성유방암(TNBC·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위암, 폐암, 갑상선암, 두경부편평상피세포암이 대표적이다.
현재 개발 중인 HER3 타깃 치료제는 총 4개로, 모두 ADC다.
가장 앞서 있는 약물은 다이치 산쿄(Daiichi Sankyo)가 개발 중인 ‘HER3-DXd’(개발명, 성분명: 파트리투맙데룩스테칸)이다.
다이이찌는 블록버스터 약물인 HER2 타깃 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개발사로, ‘HER3-DXd’은 종양 세포를 찾아 그 표면에 있는 HER3 단백질에 결합한 뒤 암세포 내부로 들어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전이다.
다이이찌 산쿄는 전이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 ‘HER3-DXd‘를 투여하는 3상 임상시험에서 백금 기반 항암제+페메트렉시드(알림타) 병용요법에 비해 ‘HER3-DXd’가 무진행 생존율(PFS)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다만, ‘HER3-DXd’의 전체 생존율(OS) 데이터는 아직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임상시험은 OS를 평가하기 위해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HER3-DXd’는 다이이찌 산쿄가 개발한 후보물질로, 미국 머크(Merck)와 4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고 현재 ‘HER3-DXd’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BMS도 HER3 타깃 ADC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가 진행한 ‘BL-B01D1’의 임상 2상에서 ‘BL-B01D1’를 3주에 한 번 2.2mg/kg 용량으로 투여했을 때 허용 가능한 안전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3일 유럽종양학회(ESMO2024)에서 발표했다.
이 임상은 요로상피암 환자가 대상이었지만, ‘BL-B01D1’가 HER3를 겨냥하는 만큼 삼중음성유방암, 또는 HER3를 발현하는 위암·폐암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BL-B01D1’은 계열 내 최초(first-in class) EGFR·HER3 이중 특이 항체로, HER3 타깃뿐만 아니라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도 동시에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L-B01D1’는 지난해 12월 BMS가 미국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시스티뮨(SystImmune)으로부터 84억 달러(약 11조 원)에 사들인 ADC 후보물질이다.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은 한차례 임상 보류 조치를 받은 이후 임상을 재개했다. FDA는 지난 6월 바이오엔텍의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및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에 대한 HER3 타깃 ADC인 ‘BNT326’를 평가하는 1상에서 ‘BNT326 ’고용량을 투여받은 환자 3명이 사망하자 부분 임상 보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올해 8월 15일, FDA가 ‘BNT326’의 용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부분 임상 보류 조치를 해제하면서 바이오엔텍의 임상은 탄력을 받게 됐다.
‘BNT326’은 지난해 10월 바이오엔텍이 중국 메디링크와(MediLink)와 10억 달러 규모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TOP1을 페이로드(약물)로 하는 ADC다.
이밖에 미국 엔데버 바이오메디신(Endeavor Biomedicine)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인 허밍버드 바이오사이언스(Hummingbird Bioscience)로부터 ADC 후보물질인 ‘ENV-501’을 4억 3000만 달러(약 5641억 원)에 도입했다.
‘ENV-501’은 TOP1 저해제를 페이로드로 하는 HER3 타깃 ADC 후보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현재 전임상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ER3 타깃 ADC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