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파 병원 찾았는데, 혈액암이라네요”
“허리 아파 병원 찾았는데, 혈액암이라네요”
다발골수종, 첫 진단 환자 70% 허리통증, 고관절 부위 뼈 통증 호소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동반 많아 치료 타이밍 놓치기 쉬워"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4.09.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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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65세 여성 A씨는 어느 날 계단을 내려오다가 허리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느꼈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척추 골절로 인한 신경 압박이었다. 그러나 골절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중 원인 모를 빈혈도 있음을 알게 되었고 혈액암을 의심한 주치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A씨를 전원시켰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한 혈액검사 및 골수검사 결과는 A씨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혈액암인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복합항암화학요법 및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시작한 A씨에게 2년째가 되는 지금까지 재발이 없다는 사실이다.

 

A씨처럼 허리가 아파 병원을 방문했다가 혈액암을 진단받아 충격에 빠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보통 혈액암이라면 백혈병을 연상하지만, 발생 빈도를 보면 다발골수종이 두 번째로 많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발성골수종은 최근 30년간 국내 환자가 약 30배 증가했을만큼,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암 중 하나다. 환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고령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혈액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발골수종은 그 발생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할 질환이다.

2023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생한 암 중 다발골수종은 1915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7%를 차지했다.

매년 9월은 세계 혈액암 인식의 달(Blood Cancer Awareness Month, BCAM)이다.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훈 교수에게 다발골수종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훈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발골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훈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발골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어떤 증상을 보이나?

다발골수종은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골다공증,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증상은 총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형질세포의 증식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고 파괴됨으로 나타나는 증상, 골수 내 형질세포의 증식으로 인한 정상 조혈기능의 감소로 인한 증상, 형질세포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단클론단백질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 그것이다.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갈증, 구역, 의식장애와 빈혈로 인한 숨참, 어지러움, 전신쇠약, 그리고 뼈가 약해지면서 생기는 골절로 허리나 갈비뼈 등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신장기능의 감소로 몸이 붓는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는 환자의 약 70%는 허리통증, 고관절 부위의 뼈 통증을 호소한다. 이러한 통증은 움직임에 의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대부분은 중년 이후에 발병하다 보니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골다공증,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발골수종의 징후가 나타나더라도 기존의 만성질환 증상으로 판단해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한다. 

박영훈 교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뼈 통증, 빈혈, 콩팥기능 이상이 발생한 고령자는 다발골수종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아야한다"고 말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다발골수종은 정상적 항체 대신 M-단백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을 만들어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여러가지 증상들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면역글로불린을 만드는 형질세포가 암의 특징인 단일세포증식을 통해 만들어 내는 한가지 종류의 비정상적인 M단백질이 혈액이나 소변에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진단을 시작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혈청 및 소변 검사, 골수검사, 단순방사선 검사, MRI(자기공명영상) 등과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예후나 잔존 병소 추적을 위해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MRI CT PET-CT

치료는 어떻게 하나?

다발골수종 치료는 주사제 또는 경구로 복용하는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이루어진다.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한 보존적 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자료제공: 이화의료원]
[자료제공: 이화의료원]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나이 및 활동도와 동반된 질환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자가조혈모세포이식 가능여부를 우선 결정한 후 첫 치료 약제를 선택한다. 항암화학요법은 다발골수종 치료의 근간으로 골수종 세포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치료주기는 3-4주 간격으로 반복을 하며 양호한 치료 반응을 보이면 약제의 변경없이 수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

다발골수종에서 사용하는 약제는 면역조절관련약제(탈리도마이드, 레날리도마이드, 포말리도마이드), 프로테아좀 억제제(보르테조밉, 카필조밉, 익사조밉), 항체치료제(다라투무맙), 세포독성 항암제(멜팔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등) 스테로이드 등 다양하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관해유도항암요법 후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하여 잔존해 있는 골수종 세포를 제거한 후 미리 채집해 둔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중심정맥관을 통해 투여하여 골수에 생착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 및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이후 획득한 관해 상태 및 좋은 질병 조절 상태의 유지요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관리 연장할 수 있다.

 

다발골수종은 완치 가능한 병인가?

환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역시 완치 여부다.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발골수종은 호전과 재발이 반복되는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이다.

다만,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치료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된 것은 고무적이다. 항암치료가 없었던 시절, 다발성골수종의 환자의 생존기간은 6개월-1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의 중앙생존기간이 무려 8년으로 늘었다. 이식을 받지 못한 고령의 환자도 중앙생존기간이 5년 정도다. 환자의 약 10%-15% 정도는 10년 이상 재발없이 살 수 있다. 다발성 골수종이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생존기간 연장인 셈이다. 

​박영훈 교수는 "아직까지 다발골수종은 완치를 목표로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다양한 신약의 등장으로 인해 환자의 생존율이 향상됨에 따라 조절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볼 수도 있다"며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면밀한 치료계획을 세우면 삶의 질과 생존기간을 충분히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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