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섬유 아세포 성장인자(FGF21)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호르몬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약물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 분야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스트 인 클래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FGF21은 당과 지질 대사를 조절하는 내인성 호르몬이다. 여러 조직에서도 나오지만 대부분 간에서 분비된다. 에너지 대사, 혈당 조절, 체중 감량 및 항염증 기능을 담당한다.
FGF21은 사이토카인 등의 염증 유발 신호를 억제, 일찌감치 MASH 치료의 주요 표적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약물이 미국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의 ‘에프룩시퍼민’(efruxifermin)이다.
‘에프룩시퍼민’은 FGF21의 생물학적 활성을 모방하도록 설계된 재조합 단백질이다. 간과 지방 조직에서 FGF21 수용체를 통해 지속적이고 균형 잡힌 신호를 전달하여 MASH를 치료하는 기전이다.
MASH는 지방이 간에 침착되어 염증 반응 및 조직 섬유화가 특징인 질환이다. 환자의 20%는 간경화 또는 간암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케로 측은 올해 6월, ‘에프룩시퍼민’의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YNCHRONY Outcomes)을 개시하며 상용화를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에프룩시퍼민’은 2b상(시험명: SYMMETRY)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는터라 업계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험에서 ‘에프룩시퍼민’ 투여군과 대조군의 치료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실시되는 3상은 이전에 실시된 또다른 2상(시험명: HARMONY)의 결과를 토대로 승인된 것이다. 아케로 측은 당초 SYMMETRY 연구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 제도인 가속 승인을 통해 ‘에프룩시퍼민’의 조기 출시를 노렸지만, SYMMETRY 연구가 실패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업계는 이런 실패를 교훈삼아 FGF21과 GLP-1 이중 작용제에 주목하고 있다. GLP-1 수치 상승이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FGF21에 GLP-1를 덧붙인 FGF21+GLP-1 이중 작용제를 새로운 M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GLP-1과 염증 반응 간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바 없지만 여러 유형의 염증성 인자가 GLP-1 수용체에 의해 조절된다는 현상을 토대로 GLP-1이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FGF21와 GLP-1은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이나 모두 체내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므로, FGF21+GLP-1 이중 작용제는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통해 MASH를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한 FGF21+GLP-1 이중 작용제는 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FGF21+GLP-1 이중 작용제 개발 현황]
품목 | 기업 | 개발 단계 | 적응증 |
HEC-88473 | 중국 선샤인 레이크 파마(Sunshine Lake Pharma) | 임상 2상 시험 |
제2형 당뇨병, MASH, 비만 |
DR10624 | 중국 저장 도어 바이오로직스(Zhejiang Doer Biologics) | 임상 2상 시험 |
제2형 당뇨병, MASH, 고중성 지방혈증 |
AP-026 | 중국 안위안 파마슈티컬 테크놀로지(Anyuan Pharmaceutical Technology) | 임상 1상 시험 |
제2형 당뇨병, MASH, 고지혈증 |
BI3006337 | 한국 유한양행, 독일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 임상 1상 시험 | MASH, 간경변 |
이들 약물 중 ▲중국 선샤인 레이크 파마(Sunshine Lake Pharma)의 ‘HEC-88473’ ▲중국 저장 도어 바이오로직스(Zhejiang Doer Biologics)의 ‘DR10624’ ▲중국 안위안 파마슈티컬 테크놀로지(Anyuan Pharmaceutical Technology)의 ‘AP-026’은 현재 내수용으로만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는 약물은 유한양행의 FGF21+GLP-1 이중 작용제 ‘BI3006337’가 유일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약물 중에는 회사 설립자 이름(유일한)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BI3006337’은 유한양행의 하이브리드 FC(Hybrid FC, Hy Fc) 플랫폼 기술을 통해 자체 개발한 융합 단백질이다. 지난 2019년 독일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에 최대 8억 7000만 달러(한화 약 1조 15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된 바 있다. 베링거 측의 프로젝트 명은 ‘BI 3006337’이다.
베링거 측은 지난 2021년 8월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에서 80명의 건강한 과체중 남성 피험자를 대상으로 ‘BI3006337’의 임상1상 시험을 시작해 약 1년 7개월 만인 2023년 3월에 종료했다.
임상 종료 시점이 최초 목표로 했던 2022년 6월보다 9개월 가량 늦어진 만큼,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친 뒤 다음 임상 시험 준비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