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JW중외제약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HEMLIBRA, 성분명 : 에미시주맙)’가 폰 빌레브란트병(von Willebrand disease)을 동반한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였다는 실제 사례가 공개돼 주목된다. 기존 폰 빌레브란트병 치료제와 작용 기전이 다른데도 환자의 상태가 개선된 만큼, 출혈 질환 치료제로서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내과 및 동 대학 부속 출혈·응고장애 연구소(Bleeding & Clotting Disorders Institute)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Blood Coagulation and Fibrinolysis’를 통해 A형 혈우병과 폰 빌레브란트병을 동반한 3명의 환자에게 ‘헴리브라’를 투여한 뒤 출혈 예방 효과를 확인한 사례 연구 논문(case report)을 발표했다.
폰 빌레브란트병은 혈전을 형성하는 것을 돕는 혈액 내 특수 단백질인 폰 빌레브란트 인자(vWF)가 너무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발생하는 유전성 혈액 응고 희귀질환이다. 출혈이 주요 증상으로, 대략 1만 명당 1명(0.01%)의 빈도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형 혈우병 환자가 폰 빌레브란트병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에는 동반 출혈 장애로 인해 증상의 심각성이나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A형 혈우병 치료에 주로 쓰이는 제8 혈액응고인자(FVIII) 대체 요법은 A형 혈우병과 폰 빌레브란트병을 동시에 앓는 환자의 출혈을 적절히 예방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환자에게는 제8 혈액응고인자와 폰 빌레브란트 인자를 같이 함유한 혈장 유래 농축액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 성분 혈장 유리 농축액은 환자의 순응도가 그리 높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매주 2~3회씩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아의 경우 혈관이 얇고 고통에 민감해서 순응도가 더욱 낮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이유로 제8 혈액응고인자와 폰 빌레브란트 인자를 함유한 복합 혈장 유래 농축액 정맥주사로 예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중증 A형 혈우병 및 폰 빌레브란트병 동반 환자 3명에 대한 치료 방법을 피하주사제인 ‘헴리브라’ 단독 투여로 대체했다. 그 결과, 이들 환자는 모두 연간 출혈률(ABR)이 크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비록 ‘헴리브라’의 작용 기전이 폰 빌레브란트 인자의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례로 미뤄 볼 때) ‘헴리브라’는 기존의 복합 농축액을 대체해 A형 혈우병과 폰 빌레브란트병 동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헴리브라’는 제8 혈액응고인자의 부족 또는 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출혈 질환인 A형 혈우병 환자에게 승인된 항체 기반 치료법이다. 피하주사로 투여되는 이 치료제는 제9·10 혈액응고인자에 동시에 결합해 8인자의 작용을 모방하는 기전으로 A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을 예방하거나 줄인다. 8인자 대체 요법으로 인해 항체가 발생한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일본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JW중외제약이 국내 개발 및 판권을 확보해 중증 A형 혈우병 예방요법제로 허가받아 판매 중이다.
한편, 국내 폰 빌레브란트병 환자 수는 질환 등록률이 낮아 정확히 추산되지 않는다. 혈우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혈우병백서를 살펴보면, 재단에 등록된 폰 빌레브란트병 환자는 172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0.01%(폰 빌레반트병 유병률)인 약 5175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이는 호주, 폴란드 등 우리나라와 혈우병 환자 수가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도 매우 적은 수로,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혈우재단에 새로 등록되는 폰 빌레브란트병 환자도 매년 10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지난 2023년 발간한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새로이 발생(희귀질환 산정특례 신규 등록자 수 기준)한 폰 빌레반트병 환자는 2021년에만 83명으로, 전년 52명 대비 1.6배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