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에서 항체약물 접합체까지 ··· PEG 쓰임새 넓어진다
립스틱에서 항체약물 접합체까지 ··· PEG 쓰임새 넓어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9월호 발행

PEG, 독성 없고 흡수율 낮아 생체적합성 매우 우수
  • 이창용
  • admin@hkn24.com
  • 승인 2024.09.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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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이나 립스틱을 만들 때 쓰는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PEG)이 최근 의약품 분야로 그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로션이나 립스틱을 만들 때 쓰는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PEG)이 최근 의약품 분야로 그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로션이나 립스틱을 만들 때 쓰는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PEG)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은 변비약이나 ADC(항체-약물 접합체) 제작 같은 의료분야에까지 널리 쓰이며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산진)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보건 산업 동향을 9일 펴내면서 PEG 시장 규모가 2024년 기준 6조 9089억 원에서 연평균 5.2%씩 성장해 2030년 9조 356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탄탄한 성장세는 PEG가 가진 특성때문이다. PEG는 윤활성과 점착성이 우수한 물질이다. 이 물질은 독성도 없고, 전신 흡수율도 0.5%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곧 생체적합성이 우수하다는 말인데 PEG가 의약품 분야에서 특히 관심을 받는 이유다. 

실제로 PEG는 유전자 치료에서 벡터 코팅, 방사선 치료에서 세포 격리, 수술 상처 봉합이나 지혈, 약물 전달 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PEG를 가장 많이 쓰는 약 가운데 하나는 변비약이다. PEG는 삼투압을 이용해 장 내로 물을 끌어들여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지혈에도 쓸 수 있는데, PEG기반 유도체로 만든 하이드로겔 스프레이는 상처에 뿌리면 빠르게 굳어 피를 멎게 한다. 상처가 다 나으면 자연스럽게 분해돼 장기 사이 유착을 방지할 수 있다. 

PEG-하이드로겔은 건강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간 차단제에 들어간다.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 시 폴리에틸렌글리콜-하이드로겔을 주입하면 전립선과 직장 사이를 격리시킬 수 있어 방사선이 직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PEG는 암 치료에 쓰는 ADC(항체-약물 접합체)를 만들 때에도 쓰인다. PEG는 ADC 치료제 안에서 펩타이드·단백질·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와 같은 약물 표적의 효능을 높이는 일을 한다. PEG가 펩타이드, 단백질,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에 붙어 있으면 이 물질들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PEG는 ADC 치료제 안에서 항체와 약물을 연결할 때도 유용한데, PEG를 연결 고리로 해서 항체와 약물을 이으면 다른 방법보다 더 많은 약물을 연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션이나 립스틱을 만들 때 쓰는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PEG)이 최근 의약품 분야로 그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로션이나 립스틱을 만들 때 쓰는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PEG)이 최근 의약품 분야로 그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보산진에 따르면, 최근에는 척수 및 말초 신경 손상 치료에 PEG를 써서 손상된 축삭(Axon)을 융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의료분야에서 폴리에틸렌글리콜 응용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PEG를 쓴 약물은 만성 B형 간염 및 C형 간염 치료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글리콜-인터페론알파(PEG-interferon alpha)과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호중구 감소증(Neutropenia)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글리콜-필그라스팀(PEG-filgrastim)이 있다.

이 밖에도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이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알레르기 완화에 쓰는 세티리진 하이드로클로라이드, 우울증 약에 쓰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에스시탈로프람 옥살산염,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하는 트라마돌 하이드로클로라이드에까지 그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은 미국의 다우 케미칼 컴퍼니(Dow Chemical Company), 독일의 바스프(BASF), 영국의 크로다(Croda)·이네오스(INEOS), 인도의 인디아 글리콜스(India Glycols), 한국의 롯데 케미칼(LOTTE CHEMICAL), 중국의 상하이 브롱코우 케미칼(Shanghai Bronkow Chemical) 등이 있다.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자연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산업 전반에 바이오 기반 친환경 폴리에틸렌글리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성능이 우수한 바이오 기반 폴리에틸렌글리콜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PEG 생산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인 인디아 글리콜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사탕수수나 옥수수같이 재생할 수 있는 원료로 PEG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산진은 “의약품 분야 밖에도 청정 에너지 저장을 위한 고성능 소재 개발, 물 속 오염 물질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센서 기술 등 PEG를 활용하는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응용분야에서 연구개발을 강화하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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